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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Jul 21. 2022

대면상담 - 03 진료비를 받는 이유

결론과 비전


의료뿐만 아니라 모든 전문 정보가 손끝에 착착 배송되어 오는 세상이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간단한 수준의 질환 감별을 받기도 하고

사람들이 스스로 체크할 수 있는 질환 구분 리스트도 어디에서나 듣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병의원을 찾는다.

왜일까?




진료비만큼의 무게감

인터넷에서 무료 상담이 가능한데 왜 병의원에서는 진료비를 받을까?

표면적 원인이라면 당연히, 의무적으로 진료비를 받도록 국가에서 지정하였기 때문이다.

병의원에서 사용되는 모든 전자 차트 프로그램에는 환자 정보(초진/재진 여부, 65세 이상 어르신인지의 여부 등)에 따라 국가에서 설정한 진료비가 자동으로 매겨지는 시스템이 있다.

이 비용을 받지 않고 돌려보내면 의사가 자체적으로 진료비를 할인한 것으로 보고 의료법 위반으로 분류된다.


여기에서는 그런 이유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네이버 지식인에서도 무료로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데 굳이 환자가 비용을 부담하며 병원에 오는 이유,

그리고 의사가 받는 진료비만큼의 의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환자는 해결책을 찾으려고 병원에 온다.




포털 사이트에서 의료상담을 검색해 보았다면 대체로 비슷하게 마무리되는 것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의료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상담은 거의 '병원 진료를 받으세요'라고 마무리된다. 다르게 보면 진료를 받지 않으면 정확한 답을 얻기 어려울 거라는 뜻이다.


환자는 의사에게 자신의 상태를 보여준 후 진단받고 약을 처방받거나, 시술 혹은 물리치료 등으로 건강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그렇다면 포털 사이트 상담처럼 너무 활짝 열린 결말로 마무리하면 안 된다.


'증상의 원인은 이것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하세요'

이 두 가지가 꼭 필요하다.




주된 진단 하나만

의사가 신은 아니니 다른 질환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면 안 되는 것도 맞다. 특히 초보 한의사는 환자를 본 경험이 적어 자칫 다른 진단을 내릴 수도 있다.

그에 대한 불안함은 나도 잘 안다. 하지만 불안하다고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을 계속 들고 나오면 환자는 포털사이트 상담과 진료비를 내는 진료상담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환자가 다시 찾지 않는 의사가 된다(재진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런 의미이다.)

무엇보다 이것저것 질환 이름을 계속 말하면 말하는 의사도 그다음 치료 계획을 설정해서 전달하기 어려워진다. 단순히 담 결린 환자와 요추 디스크 환자는 치료계획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진단명 하나만 무조건 잡고, 그래도 불안하면 의심해 볼 만한 다른 질환 2가지 정도 붙여 설명한다.

예를 들어 감기일 가능성이 제일 높은 환자라도 기관지염이나 비염일 수 있으니 그 두 가지를 추가로 설명하는 것이다. 식체 환자에게 알고 보면 위염일 가능성이나, 향후 대변의 변화에 따라 장염도 생각해 보라고 일러 줄 수 있다.




다른 질환 3가지는 안 되나요?

안 된다.

글이 아닌 말로 전달하는 과정이라 환자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혼자 이거 저거 모르는 말하더니 환자에게 스윽 결정을 미루는 의사로 보인다.

속으로 '어쩌라고' 싶어진다.


이걸 1년 넘게 잘 못 고치다가 환자로서 어딘가에서 경험한 이후 바로 고쳤다.

비보험, 보험 치료법의 차이에 대해 설명한 다음(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니 A,B 중 하나를 골라 줄 줄 알았는데, 내 대답을 기다리더라.

차라리 비용 차이가 많이 나지만 비보험 치료를 받으라고 콕 집어 줬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실장님에게 인계하기만 했더라도.


어색하게 마가 뜬 진료실에서 환자로 앉아 원장님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 이거였구나' 싶었다.

의료인으로서 컴플레인에 대한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 안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다 받으라고 고지된 그 진료비만큼의 무게감으로, 부담감을 이겨내야 한다.

컴플레인을 들어 봐야 내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컴플레인하는 환자들이 초보 한의사들을 단련시키는 거나 마찬가지고,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그저 조용히 사라져 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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