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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림 Jul 02. 2024

지극히 평범하지만 가장 개인적인 고민

모든 취준생분들 행복합시다

원래는 표현의 욕구와 소통의 욕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이야기를 쓰려했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현재 나는 취업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취준생 답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취준 일기> 연재를 시작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취업 공고도 찾아보고, 서류도 작성했다. 그러나 지금은 취준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일어나서 일본어를 공부하고,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근처 공공 도서관으로 향한다. 노트북을 켜고 영상 편집을 시작한다. 배가 고파질 때 집에 가서 간식을 먹는다. 간식을 다 먹으면 해가 진다. 간단히 시간을 보내다 저녁을 먹는다. 저녁 후에는 설거지를 하고 다시 노트북을 켠다. 영상을 보거나, 미처 못한 편집을 마저 한다. 잠에 든다.  물론 하루는 노래를 배우고, 다음 날은 브런치를 위한 글을 쓰고, 그다음 날은 방송국에 가서 영상 편집을 하고, 일주일 중 하루는 사람들과 만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기본적인 내 생활은 위와 같이 흘러간다. 취준을 위해 벌어놓은 시간이지만 어느새 취준 외의 것들로 일주일을 채워버렸다.



생일이었던 어제 오랜만에 연락온 지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몇몇이 내 근황을 궁금해했다. 



나 요즘? 글 쓰고, 영상 만들고, 노래 배우고...



생각해 보니 취준 빼고 다하고 있었다. 내 근황을 솔직하게 말하니 한 지인이 참 행복하게 산다고 말해주었다. 나와 비슷하게 취준생이던 그 친구는 취준만 한다고 했다. 그 친구 눈에는 지금 나의 삶이 행복해 보이나 보다. 그런데 나는 행복한지 잘 모르겠다. 물론 지금 삶이 괴롭다는 건 아니다. 취준만 하는 그 친구에 비하면 나는 확실히 도파민을 느끼고 있다. 다만 마냥 행복하지 않다. 즐거운 요소들이 삶 곳곳에 가득하지만, 그런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때마다 마음 한편에 죄책감과 불안감이 든다. 



사실 지금 방황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건 아니다. 많은 고민과 생각 끝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을 여기에 한 편씩 쓰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모르겠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취업 준비라면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지만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막막하다. 당장 어디라도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그 어디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마음조차 어떤 합리화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사실은 그냥 취업하기가 싫은 것은 아닐까?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일이란 삶을 채우는 가장 큰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혹시 내가 일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면 어쩌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계속해서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는 거면 어쩌지. 



벌써 한 해의 반이 흘렀다. 몇 번의 장마와 무더위가 끝나면 쏜살같이 한 해를 마무리할 시간이 찾아온다. 늘 성장을 바라보며 살던 사람이라 기약 없는 정체는 익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뭐 어쩌겠는가. 그냥 버텨야지.



마음이 위태로울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뇌는, 조금은 긴 주문이 있다.



삶은 견디는 것이다. 아직 때가 차지 않은 것뿐. 그러니 호들갑 떨지 말자. 그저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자. 세상의 더 큰 문제 앞에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고민은 아주 작은 것이다. 그러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자. 결국 그 도움은 나에게 더 큰 행운으로 찾아온다. 건강함에 감사하고, 좋은 사람이 있음에 감사하자. 



역시 주문의 힘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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