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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림 Jun 25. 2024

동사형 장래희망을 찾는 과정 (하)

아마 중이 될 수도 있겠다..

글, 음악, 회화 그게 뭐가 됐든 무언가를 창조하는 데에는 두 가지 큰 동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욕구, 그리고 소통의 욕구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떤 감각을 느낀다. 혹은 어떤 감정이 이유 없이 다가올 때가 있다. 이런 경험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굳이 그 감정의 의미를 찾아내려 애쓰고, 더 나아가 찾아낸 의미를 유형의 형태로 남기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한동안 걷는 행위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고민했던 시기가 있다. 


작년 여름, 과식의 죄책감을 지우고자 몇 정류장을 걸어가고 있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을 지나 광화문으로 걸어가면서 이유 모를 행복을 크게 느꼈다. 걷기만 할 뿐인데 느껴지는 커다란 행복에 의문이 들었다. 


나는 지금 왜 행복하지?’


이후 걷기와 관련한 책을 찾아보고 걸을 때마다 계속해서 행위의 의미를 생각했다. 


결론은 이랬다. 

나는 걷는 동안 체험하게 되는 감각의 변화를 즐겼다. 피부를 스치는 바람, 시시각각 변하는 시야. 다른 감각을 통해 주어지는 인풋은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글로 적는다. 감각에서 시작된 생각은 표현의 과정을 거쳐 의미로 변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러한 표현의 욕구외에도 소통의 욕구가 함께 존재했다.


나와 같이 글쓰기를 즐기는 친구와 글을 쓰는 동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둘 다 생각이 많고,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었지만 나와 달리 그 친구는 자신이 쓴 글을 누군가와 공유하지 않았다. 어떤 방식을 통해서라도 내 글을 유통시키는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고, 친구에게 물었다. 왜 글을 올리지 않느냐고. 적어도 블로그에는 올릴 수 있지 않느냐?



친구에 대답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해림아 나는 생각을 글로 남기는 것만으로 만족해. 나는 이걸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그냥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글을 쓰는 거야. 그것만으로 만족해.”


그 친구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유영하는 생각을 문자라는 뜰을 통해 잡아 자신의 메모장 혹은 일기장에 남기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달랐다. 그 이상을 원했다. 내 의미가 개인적인 간직에 멈추지 않고 사람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로 의미를 발견하고 기뻐했던 것처럼 다른 누군가도 내 이야기를 통해 같은 기쁨을 느꼈으면 한다. 내 이야기를 나눔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싶고, 그들의 삶에 작게나마 참여하고 싶다. 


대화를 나눈다는 말처럼 의미를 나누고 싶다는 말속엔 소통의 욕구가 숨겨져 있었다. 나는 의미를 찾는 사람인 동시에 사람들이 의미를 깨닫도록 돕는 사람도 되고 싶다. 그렇게 스토리텔러라는 퍼즐판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시간이란 조각으로 꿈을 맞춰 나가면 된다.


그러나 스토리텔러를 지탱하는 표현의 욕구와 소통의 욕구는 다소 모순되는 측면이 있었다. 

다음에는 이 모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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