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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Feb 01. 2023

출발전야

여행의 준비

만 아홉살 딸아이 나옹과 둘이 잠비아로 떠난다. 보름 일정으로,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Lusaka)에 사는 친구 가족을 방문하고, 함께 잠비아 남부와 보츠와나 북쪽을 여행하기 위해서다. 


아프리카가 외국인 살기 좋대도 한국의 물건들을 구하기는 쉽지 않으니 장이나 좀 봐 가자 가볍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침, 혹은 하필, 사무실 리노베이션이 시작되었다. 


서랍마다 책상마다 쏟아져 나온 소모품들이 대부분 폐기 대상으로 분류되었다. 거의 안 쓴 물건, 묵었지만 새 것인 물건들이 아까워, 혹시 현지에 이런 게 필요할 지 친구 J에게 물었더니 흔쾌히 가져오란다. 하여, 현지 학교 갖다 줄 수 있나 살피게 폐기할 물건들은 내게 달라고 주변 몇몇 동료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입구에 박스를 두었다. 한 박스 정도 모이겠거니....


는 나의 착각이고.... 메일이 메일을 낳고, 뭐가 필요하냐 줄 거 더 없냐 뒤져서 찾아주는 사람들 덕에 물건이 물건을 낳고... 박스 수가 많아 집으로 하루에 다 못 옮겼다. 사람들은 기회가 닿는다면 다른 사람들을 함께 돕고 싶어한다. 엄두를 못 내고 구석방에 쌓아 둔 박스들을 한 날 우르르 쏟아, 어린이들 노동력으로 정리한 것이 몇 주 전. 


그리고 출발 하루 전이 되었다. 아니 그런데 수하물이란 것은 본디 이리 왕성한 것인지 언제 또 즈이들끼리 뭘 이렇게 많이 낳았어... (...) 아직도 하나도 닫지 못한 박스들과 아무것도 담지 못한 빈 트렁크를 보면서 나의 오지랖을 잠시 나무라지만, 내 잠깐 빡시고 여러 사람 도울 수 있다면 기꺼이 빡시리라. 


마음이 여러모로 번잡스럽다. 추워서 그래, 이게 이렇고 저건 저러니까 니가 그런 게 당연한 거야, 휴대폰 보지 말고 이리 와서 일분만 가만히 있어, 하고 남편이 계속 위로해 준다. 막상 비행기 타면 다 잊을 일들, 마더네이처(!!)의 바람에 홀홀 바스라질 염려들이 여기선 나를 칭칭 잘도 감는다. 


소복소복 내리던 어제의 눈으로 마음을 잘 덮고.

남은 하루 마무리 잘 하고.


떠나자!


#잠비아여행

#수하물_9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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