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쓴 글

눈물 그만

by 반달

<쥬라기 공원>이 나온 지도 33년이 흘렀다.

그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의 CG 수준은 여전히 처참하다.

감정을 다루는 방식 또한 비굴하다.


관객은 스크린의 공룡이 가짜라는 것을 알지만, 높은 수준의 기술과 연출 덕분에 기꺼이 속을 수 있다. 그저 놀랄 수 있다. 영화관에서 느낀 그 충격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여전히 입에 올라 그 경험은 공유된다.

<왕과 사는 남자>의 호랑이는 어떤가. 나는 그 호랑이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질끈 감았다. 놀라서가 아니고, 너무 큰 스크린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조악한 호랑이가 그저 우스워서.


왜 영화에 잠깐 나온 호랑이만 얘기하느냐 한다면, 그래 다른 것도 얘기해 보자.

한국 영화는 여전히 뜨겁고, 눈물을 제조하는 방식에 진심이다.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높은 곳에서 떨어트리는 롯데월드의 놀이기구와 닮았고, 노후화된 수준 또한 그렇다. 특정 배역이 등장할 때마다 이런 생각마저 들곤 했다. ‘저 장면에서는 시선을 아래로 향하는 게 맞지 않을까?’ 영화관에 앉은 관객이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면 몰입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어떻게 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한가. 집에서 <베터 콜 사울>을 보는 게 더 깊이가 느껴지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곳곳에서 이 영화가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승전보 같은 소식이 들린다. 내가 만약 이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라면 이 소식이 두려웠을 것이다. 이걸 200만명이 봐버렸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을 것이다. 7번방의 기적, 해운대, 이순신 영화를 천만명이 봤다고 하면, 나는 의문스러워진다. 사람들은 의자에서 일어나며 그 영화가 재밌다고 생각했을까? 주변에 한번쯤 보라며 추천을 했을까. 그들은 충만한 마음을 느꼈을까. 천만영화들은 그들의 마음을 건드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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