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매일 보쯔를 먹는 것부터 시작하자.
[스크롤 주의, 데이터 주의]
이미 한번 동영상이고 사진이고 싹 다 삭제되고 다시 올리는 글-
빨리 다시 하자고 몇 번이나 마음을 부여잡았는지 모른다 ㅠㅠ 엉엉
몽골의 가장 큰 명절인 차강사르 [Цагаан сар]
흰 달이라는 뜻으로 한국의 구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올해는 금, 토, 일이라서 쉬는 날이 별로 음슴 ㅠㅠ 그래서 딱히 큰 명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매일 보쯔를 먹어서일까.. 명절이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종모드를 왕복하는 버스터미널(?)이 있는 곳. 미셸 엑스포에서는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장이 선다.
평소에는 주차장이었던 곳에 장이 들어서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길게 늘어선 장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우유가루로 만든 '아롤'과 양인지 염소인지 잘 구분할 수 없는 목이 잘린 몸통이다. 매끈한 덩어리들은 저 멀리서도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온갖 모양과 맛이 조금씩 다른 아롤을 판매하고 있었다.
보통 1Kg에 15,000~20,000투그릭 (한화 7,500원~10,000원). 생각보다는 비싼 가격이었다.
얼마 전 시청에서 보드카를 마시면서 안주로 아롤을 내어줘 먹어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잘.. 먹 었다.
그 묘한 맛에 아롤이 다시 생각나서 신선한 아롤을 직접 구입해봤다.
5000투그릭만큼만 샀는데, 1/3은 혼자 먹고 나머지는 시청 직원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한 두 개는 괜찮았지만.. 정말 찌이이인한 맛에 혼자 먹는 것은 완전 무리ㅋㅋㅋㅋㅋ
차강사르 전날, 시의장이 생각지도 못하게 아주 몽골식의 명절 선물을 보내왔다.
명절상에 올리는 빵과 칭기스 보드카, 우유, 차차르강 비타민, 캐시미어 목도리, 아롤-
와우 보드카 선물은 처음이야~~ ㅋㅋㅋ
저 빵은 보기보다 엄청 크고 무거웠다. 저걸 어떻게 처리하나.. 했는데 어제 시청에서 옆자리에 앉는 바트바요르가 저 빵을 잘게 잘라서 가져왔다. 빵은 구운 게 아니라 튀긴 것이었다.
보통 명절이 지나면 저 빵을 잘라서(실제로 해보니 자르는 것이 아니라 부숴야 했다) 수테체와 함께 먹는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명절이 시작했다.
전날까지 집을 치우느라 늦었는지 사랑토야는 새벽에 문자로 아침 8시 30분까지 오라고 했다...
오전 8시 30분 실화냐...
8시에 일어나서 머리 감고 바로 사랑토야네 집으로 고고. 사랑토야네와 동생 가족까지 모여있었다.
아침 일찍 오라고 했지만 가보니 다들 고대기 말면서 한창 준비 중. ㅋㅋㅋㅋㅋ역시!!
10시가 다 되어 몽골식 세배(?)를 시작했다.
몽골식 세배는 가장 연장자가 앉아있으면 어린 나이 순으로 연장자에게 볼뽀뽀를 하면서
сайхан шийний байна үү? (새흥 쉬니 밴오), 또는
Амар сайн байна уу! (아마르 샌오~) 라고 말하며 묻고 선물을 드린다.
아직 세뱃돈을 받기만 해와서... 어른들에게 선물을 주는 게 조금 낯설긴 했다 ㅋㅋㅋㅋ
어느 집에 가나 시장에서 봤던 그 고기들과 커다란 아롤, 온갖 술, 그리고 사탕과 쪼꼬렛과 같은 주전부리들이 한상 가득 놓여 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몽골식 찐만두 보쯔...
보통 한 가정당 최소 1000개 이상의 보쯔를 만든다고 했다. 손님이 좀 많이 오는 집은 천 몇백 개 이천 개.. 이렇게도 만든다고 한다 띠용!!!
아니!! 대체!! 저 만두를 천개나 만들어서 뭐하나.. 저 커다란 고기와 아롤은 언제 다 먹을 수 있나 했더니 연휴기간 내내 사람들이 집에 방문하기 때문에 보쯔 천 개 정도는 금방 없어진다고 한다. 허허
그리고 손님이 갈 때에는 이렇게 선물을 준다. 보통 5000원과 작은 선물을 주는가 보다.
세뱃돈 받았다~ ㅋㅋㅋㅋ
차강사르나 귀한 손님을 만나면 코담배를 한다. 서로의 코담배를 교환한 뒤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는다.
담배냄새는 아닌 것 같고 약초 냄새가 났다.
사랑토야네서 명절을 보내고 좀 더 한적하게 보내기 위해 울란바타르로 나갔다.
다들 시골로 가서 그런지 도시는 꽤 한산했다. 그리고 모든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았다. ㅋㅋㅋㅋㅋㅋㅋ
버스기사 아저씨들은 모두 델을 입고 운전을 하셨고, 거리의 사람들도 모두가 델을 입고 있었다. 색깔도 각기 다르고 모양도 조금씩 달라서 사람들 구경하느라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그리고... 차강 사르부터(16일) 3일간은 버스요금이 모두 무료였다. ㅋㅋㅋㅋㅋ오예 ㅋㅋ
몽골의 차강사르도 경험해봤겠다 연휴 둘째 날의 계획은 텅 빈 울란바타르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통 왔다.
그 전화 한 통에 오후 1시쯤 우리는 작년에 여행을 같이 했던 순재언니와 울란 게르촌에 있는 순재언니의 언니네 집을 향하는 차 안에 앉아 있었다. 껄껄껄 이게 뭔 일이람!
순재언니의 언니 집은 게르촌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맨날 멀리서만 보다가 직접 와보니 정말 신기했다. 한국의 달동네와 비슷하게 보였다.
다행히 차강사르 기간 동안에는 날이 따뜻해 울란에 오타가 심하지 않아서 숨쉬기가 힘들지는 않았다.
집에 들어가니 역시나 한 상 가득 차려져 있다.
러시아에서 사 왔다는 이쁜 나무 잔에 보드카랑 위스키를 반반 섞은 술도 한잔 받아서 마시고, 보쯔도 먹었다.
그리고 한국의 막걸리와 비슷한 시큼한 우유맛이 나는 아이락도 한 대접 가득 퍼주시는데 한 모금 이상은 못 마셨다. ㅋㅋㅋㅋㅋ이런 나 자신을 보고 있자니 새삼 한국에 와서 막걸리를 맛있게 마시는 외국인들이 조금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차강사르가 지나고 이 글을 쓰기
며칠 전 시청에서 같이 일하는 한 에그치가 아이락을 마셔보라며 텀블러 가득 한 잔 따라 주셨는데, 꽤 맛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많이 마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주.. 몽골사람이 다됐다.)
대접을 받으며 앉아있다보니 다른 가족들이 계속 찾아왔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고,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모여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한국의 명절과 많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정말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작은 아이들도 각자 작은 코담배를 하나씩 들고 다니면서 어른들과 코담배를 주고받으며 피웠다.
이때만 해도 진짜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얘네들 진짜 장난꾸러기들이었다. 땀 뻘뻘 흘리며 놀아줬다....
그리고 언니들 한 분 한 분이 각각 선물을 주셨다. 오예 세뱃돈이랑 선물 많이 받았다! ㅋㅋㅋㅋㅋ
명절은 언제나 좋은 것- :D
그렇게 차강사르가 끝난 줄 알았지만, 여전히 진행 중!
월요일에 출근을 하니 직원들이 모두 델을 곱게 입고 와서 무슨 행사를 한다고 했다.
은퇴한 시청 직원들을 불러서 또 차강사르를 다시 한번 하는 것 같았다.
다 같이 인사를 하고, 또 보쯔를 먹고 보드카를 마시고, 코담배를 피우고...
끝이 없는 차강사르, 그리고 보쯔의 굴레
돌아가면서 인사를 하고, 코담배를 주고받아 피우고, 사진도 함께 찍는 사람들-
회의실 한쪽에는 몽골의 전통 놀이인 샤가이 놀이도 마련되어 있었다.
샤가이는 양의 복사뼈를 모아서 노는 것으로 여러 가지 놀이를 하거나 샤가이를 던져서 점을 치기도 한다.
어느 집에나 샤가이가 몇십 개씩은 있고, 몽골에서 선물로도 많이 사간다.
그리고 보통 저것들이 다 진짜 뼈라는 것.ㅋㅋㅋㅋㅋㅋ
몽골의 전통 악기인 모링호르를 연주하는 동안 직원들이 뒤에서 각 색깔의 천을 들고 서있다.
원래는 색깔별로 유목민, 왕, 종교인, 등등의 계급을 상징했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무색해졌다고 한다.
.. 난 아직도 보쯔를 먹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종모드에서 한국어 통역을 하며 알게 된 아르따 언니가 초대를 했다.
아직 차강사르가 끝나지 않은 것만 같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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