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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Jun 08. 2018

[몽골 여행]
아직 청춘들이 떠난 낭만여행

2박 4일 버스 타고 홉스골 여행-

그래, 우리는 아직 청춘이었다.

작년에 다녀왔던 여행지 중에 홉스골은 다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6월 중에 여행을 계획했다.

처음에는 다르항에서 택시를 타고 다녀올까.. 했는데 2명이서 가는데 무슨 택시야 그냥 버스를 타고 다녀오자!

몹시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기억은 언제나 미화되기 마련... 근데 버스를 타고 또다시 갔다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진짜 그리 나쁘지는 않았나보다. ㅋㅋㅋ


마침 6월 1일 (금)이 어린이날이자 공휴일이니 휴가를 조금 더 보태서 다녀오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공식적인 출발지는 다르항.



드라곤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정류장 옆 노점상에 뭔가를 주렁주렁 걸어놓고 있다.

과일도 팔고 각종 젤리와 견과류, 건과일 등을 봉지에 조금씩 묶어서 매달아놨다. 주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버스를 기다리면서 군것질을 하는 것 같았다. 꽤나 이색적인 모습이다 ㅋㅋㅋ


드라곤 터미널에서 다르항 가는 택시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울란-다르항 택시비는 15,000투그릭. (*2019년부터 20,000투그릭으로 올랐다)

그런데 종종 택시기사들이 20,000투그릭을 부른다. 참내! 아저씨와 15,000투그릭으로 흥정을 하고 승차.

다행히 뒷좌석에는 다 언니들이 앉아서 편안히 왔는데, 조수석에 술이 잔뜩 취한 아저씨가 탔다.

이 아저씨가 아주 진상이었다. 운전기사한테 지금 어디로 가고 있냐고 계속 물어보고.. 뒷자리 언니들한테 뭐라고 계속 말걸고 중간중간 화장실 간다고 내리고..

그러다가 보조석 좌석을 아예 뒤로 홀라당 누우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 뒤에 바로 내가 앉아있는데!!!!!!!!

아오.. 계속 발로 좌석을 밀어내며 왔는데 결국은 드러누웠다. 나는 한국말로 짜증을 내고 혼자 욕하고 ㅋㅋㅋㅋ

(몽골 욕을 배운 게 없어서.. 나쁜 말을 모름)

다행히 가는 도중에 언니들이 한 명씩 내려서.. 나는 자리를 옮기고 그 아저씨는 아예 드러눕고서 자면서 왔다.

저런 사람들은 길에 버리고 와야 해...


그렇게 저렇게 다르항 도착!

다르항 카페 '밍고'에서 라떼 한잔하고 여행 시작!


다르항 버스터미널과 최근 리뉴얼된 터미널 내 매점 :)


다르항 버스터미널에는 홉스골에 들어가기 전에 꼭 거치는 도시인 '무릉'으로 가는 버스가 하루에 1대씩 있다.

터미널에 4시쯤 도착해 표를 끊었는데 벌써 버스 앞에 짐을 저렇게 줄줄이 늘어놓았다.

장거리 버스이기 때문인지 저렇게 짐을 쌓아놓으면 짐들을 우선 버스 맨 뒷좌석에 차곡차곡 쌓아서 싣고 사람들은 그 앞에 앉아서 이동했다.

버스 아저씨는 작은 수첩에 사람 이름과 전화번호를 보며 탑승자를 계속 확인했다. 사람들은 표를 사는 것과는 별개로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미리 예약을 하는 듯했다. 따로 예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조금 일찍 와서 버스표를 사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울란바타르(드라곤 터미널) - 다르항]

택시

 가격: 15,000₮ (1인) /  소요시간: 약 3시간~3시간 30분 / 상시 출발

버스

 가격: 10,000₮ / 소요시간: 4시간 / 오전 8시부터 오후까지 매 정시에 출발


[다르항 터미널 - 무릉 터미널]

택시

 가격: 다르항-에르데넷: 15,000₮+에르데넷-무릉: 280,000₮ (4인) / 소요시간: 약 8~10시간/ 상시 출발

버스

 가격: 30,500₮ / 소요시간: 약 10시간 / 매일 오후 5시 다르항 출발 (무릉 터미널에서는 매일 오후 4시 출발)

 

[무릉 터미널 - 하트갈]

택시

 가격: 택시 1대에 60,000₮ / 소요시간: 약 1시간 30분~2시간 / 상시 출발

게스트 하우스 픽업, 버스 히치하이킹(약 10,000₮) 가능


**각각 버스비와 택시비가 인상됐다!

긴 여정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쉬어갔던 휴게소. 강아지가 세상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앉아 있었다.

창밖을 보기도 하고 자기도 하고 마침 암송해야 했던(엄청 길었던) 성경구절을 외우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했다 싶은 일은 바로 다르항 노민 마트에서 육포를 산 것이었다.

언니가 어디서 먹어보고 괜찮았다며 육포를 샀는데, 정말 든든한 끼니가 되었다.

울란 가면 한가득 사 와야지~ 후후후


그렇게 새벽 4시가 지난 시각, 무릉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아직 캄캄한 밤, 각각의 승객들을 데리러 온 택시와 차 몇 대가 있었다. 새벽이라 춥기도 했고 몸도 피곤해서 조금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한 명당 35,000 을 주고 하트 갈로 향했다.


*몽골에서는 특별한 면허 없이 자차로 택시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종종 택시 아저씨들의 연락처를 받을 일이 생기는데, 그런 상황이 생기면 핸드폰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서 남기지 말고 노트나 메모지에 적는 것을 추천한다.
내 번호가 상대의 핸드폰에 저장되면 계속 연락이 오고 문자가 오는 등 피곤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가 처음 묵은 'MS 게스트 하우스'

1박에 25,000₮, 조식 포함. 다른 사람들이 말한 대로 정말 하트 갈 초입에 위치해 있었다.

장하이 들어가기 전에 딱 하루 쉬었다 가기 좋은 곳이었다.

비록 위치는 썩 좋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고 조식이 너무 맛있었다. (투 떰즈 업!)


우리가 묵은 게르는 작은 사이즈였는데, 세상 촘촘하고 단단하게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몽골에서 보기드문 높은 침대에 우리 집 침대보다 푹신했다 ㅋㅋㅋㅋ그래서 아주 꿀잠을 잤다.

홉스골의 캠프들은 테를지와는 다르게 소나무를 땔감을 사용했는데, 매우 단단하고 오랫동안 타서 좋았다.

여기저기 다양한 게르를 다녀보니 게르는 다 거기서 거기다. 땔감을 많이 주는 곳이 좋은 게르다.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오전 10시 ㅋㅋㅋㅋ 조식을 먹고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아직 물이 차서 발을 오래 담글 수 음슴..  막 게르를 나설때는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는데 바람이 불더니 구름을 다 날려버렸다.


곳곳에서 여행 성수기를 준비하며 집과 게르를 짓고 보수하고 있었다. 저 낡은 건물들은 버려진 듯 보였다.


엄청 큰 호수라 중간에 부둣가(?)도 있고 유람선도 탈 수 있다.
마을에 사람이 음슴. 바람소리가 마을을 채우고 있었다.

해변가를 따라 길 끝까지 가니 물이 훨씬 더 맑고 푸르렀다.

그리고 아직 오픈하지 않은 게르 캠프들이 정말 많았다. 여기도 정말 관광도시구나..

관광 시즌이 되어 사람들이 많이 오면 그때는 재밌게 놀기에 좋을 테고 쉬기에는 지금이 딱 좋다.

이번 여행에서 먹거리는 가볍게 과자만 사 오고 현지 슈퍼에서 조달하자 했다. 근데 현지 슈퍼도.. 딱히 뭐가 없더라ㅠ

그래서 컵라면을 먹거나, 몽골 식당에서 호쇼르를 먹고 마지막 날 카레를 먹은 게 우리의 끼니였다 ㅋㅋㅋ

이와 중에 저 감자 호쇼르 정말 맛있었다! ㅋㅋㅋ

구글맵에서 보고 우연찮게 발견한 카페. NEW ROOTS COFFEE

외국인이 운영하는 곳 같았는데, 하트갈에 아메리카노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니!! 세상 감격 ㅋㅋㅋ

우리는 800투그릭짜리 호쇼르를 3개 먹고 5500투그릭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분위기도 좋고 커피도 맛있어서 (몽골에서는 매일 즐기는 여유이지만) 좀더 특별하게 여유를 부렸다.

핫 샤워를 하고 컵라면을 후루룩하고 밝게 뜬 달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보통 게르에서 잠을 자면 밤새 불을 때야 (따뜻)하기 때문에 잠을 푹 자기는 힘들다.

하지만 하루 종일 2만보 넘게 걸어 다녔더니 잠이 절로 솔솔 ~ 새벽에 일어나 불을 지피고 누워도 금세 꿀잠!  

이날 오후에 돌아다니다가 호수 바로 앞에 위치한 게르 캠프를 찾았다. 1박에 15,000투그릭에 샤워와 조식 등은 불가.

그래도 괜찮겠다 싶어서 첫날만 MS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이튿날은 다른 게르로 이동했다.

바로 여기. 정말 호숫가 바로 앞이었다.

저 의자가 정말 편했다. 편히 앉아 호수를 바라보면서 맥주 한 캔의 여유~ 정말 좋았다!!

그리고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승마를 했다.

산을 넘어 우리가 어제 걸어갔던 곳보다 더 멀리까지 들어갔다가 호숫가 옆 길을 타고 내려왔다.  

온통 소나무 투성이였던 산, 그리고 23살이라던 승마가이드..

산을 내려가 호숫가로 가는데 야크들이 앉아서 쉬고 있었다.

말을 타고 지나가니 의도치 않게 야크몰이가 되었다.

산을 지나 계속 계속 들어가도 끝없이 나오는 게르 캠프들-

라면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런 곳에서 얼큰하게 먹기는 컵라면 만한 것이 없다.

여행 중에 제대로 밥을 안 먹었더니 돌아와서 뭔가 얼큰하고 시원한 것이 엄청 땡겼다!! 그래서 돌아와서 며칠 동안 매운 국물들만 엄청 들이켰더니 또 속이 와글와글- 건강한 끼니의 중요성을 느꼈다. 허허

다음부터는 누룽지랑 햇반, 삼분 카레라도 꼭 가지고 다니리라..!


그렇게 홉스골에서의 2박 3일을 아주 여유롭게 보내고 집에 돌아가려 하니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허허

함께 다르항에 돌아가기로 한 아저씨와의 약속은 캔슬되었고, 1인 15,000투그릭에 데려다준다던 게스트하우스 아저씨는 말을 바꿔서 4명이 되어야 그 가격이고 둘이면 인당 30,000투그릭이라고 했다.

비는 점점 굵어지고.... 두두둥


결국 큰 길가에서 무릉 가는 차를 잡아타기로 하고 나름 히치하이킹(?)을 하는데, 울란바타르까지 한 번에 간다는 봉고차를 만났다!

알고 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하트갈에서 울란바타르를 오가며 사람과 짐을 싣고 다니는 사설 버스(?)였다.

하트갈에서 다르항까지는 4만 투그릭, 울란바타르까지는 5만 투그릭이었다.

괜찮을 것 같아서 바로 올라탔다...ㅋㅋ

하트갈에서 오후 4시 즈음 출발해서 자정에 에르데넷에 들러 밥을 간단히 먹고, 다르항에 도착하니 새벽 3시쯤.

게다가 탑승자는 운전자 포함 6명. ㅋㅋㅋ 세상 편하고 빠르게 다르항까지 도착했다!

비구름이 가득 낀 홉스골 아이막


우리끼리 이렇게 먼 장거리 여행은 처음이었는데, 이것이 진짜 배낭여행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인데 옷은 정말 딱 한벌이면 된다. 속에 반팔이나 한벌 정도 더 있으면 된다.

같은 옷 입고 돌아다니고 자고 또 돌아다니고..

하지만 매번 꼭 여벌의 옷을 챙겨서 가방만 뚱뚱해지지..결국 다 짐인 것을.. ㅋㅋㅋ

몽골에서 여행을 다니다보니 나의 아름다움은 다 내려놓고 자연의 아름다움만 추구하게 되었다. 하하하



이렇게 홉스골 여행 끝!

사실 이번 여행은 왕복 48시간 헙드 여행의 준비과정이랄까.. 그런 느낌이었다.(결국 헙드는 가지 못했지..)

12시간 이렇게 다녔으니 24시간도 할 수.. 있겠지??


to be contine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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