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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Jun 07. 2018

그래, 어린이날이 이 정도는 돼야지-

몽골의 어린이날, 다시 어린이가 되고 싶었다.  

6월 1일은 세계 어린이의 날이자 몽골의 어린이날, 혹은 모자의 날(Mother's and Children's day)이다.

그리고, 일 년에 몇 안 되는 몽골의 귀한 공휴일 중에 하루이기도 하다.

어린이였던 적이 언제인지.. 주위에 어린이도 없어서 최근 15년간 어린이날은 그냥 쉬는 날이었다.

그런데 몽골에서는'오. 늘. 은. 어. 린. 이. 날. 우. 리. 들. 세. 상'이라는 어린이날 존재감이 사방에 뿜뿜이었다.   

이번 어린이날에는 일찌감치 휴가를 떠나서 따로 어린이날 행사를 즐기지는 않았다.

때문에 작년(2017년, 제 64회 어린이날)에 보고 경험한 것들을 다시 올려본다.



어린이날 하루 전날인 5월 31일, 종모드 시청에 아이들이 넘쳐났다.

어린이날 전에 공무원 자녀들을 초청해 선물을 주고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청 직원들이 어린이날 당일에는 광장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담당하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에 미리 챙기는 듯했다.)


다들 일하는 모습만 보다가 자기 아이들을 안고 챙기는 것을 보니 영락없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었다.

평소 근엄하던 시장이 어린이들에게 이야기하는 느낌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린이 여러분, 오늘은 어린이날이에요~ 자 모두 축하해요! 다들 무럭무럭 자라서 훌륭한 어른이 되세요~'

요런 느낌 ㅋㅋㅋㅋㅋㅋ

역시 아이들을 이렇게 모아놓으면, 울고.. 엄마 찾고..ㅋㅋ 정말 정신이 없다.

아이들을 비슷한 또래별로 모아서 선물을 나눠주는 듯했다. 다들 선물 고르느라 정신이 없는 중-

그리고 자기 선물을 꼭 안고 도도히 걸어 나오는 꼬맹이! 느무 귀엽다.

몽골 사람들은 일찍 결혼을 해서인지 다들 생각보다(?) 나이가 좀 들어 보인다.

사진 속에 있는 사람들은 다 시청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인데, 한 명 빼고 다 나보다 어린 분들이었다!

어쩜 이렇게 엄마 아빠를 고대로 닮았는지 놀랍고 신기한 유전자의 신비!

이 회의실에 있으면서 이렇게 혼자 실실거리며 웃었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ㅋㅋㅋ

조금 큰 형아들은 시청 앞 광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장애물을 넘어가는 그런 소소한 게임을 진행했다.

이날따라 아이들이 다 같이 파란색 추리닝에 흰 모자를 쓰고 있었다. 흠.. 학교 체육복인가..

교복도 어른마냥 입고 다니는 아이들이 이렇게 입고 있으니 진짜 어린이들 같고 좋았다.



그리고 6월 1일. 본격적인 어린이날이 시작되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맑더니.. 어린이날에는 구름 끼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정말 추웠다.(올해도 추웠다)

아침부터 들려오는 쿵짝쿵짝 노랫소리.

뭔가 행사를 하긴 하나보다 하고 카메라를 들고나갔는데, 이렇게 판이 크게 벌어졌을 줄이야-

중앙의 메인 무대에서는 끊임없이 노래를 해대고 광장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인형들과 사진찍고 싶은 마음은 만국 공통인가보다. 보고있으니 나도 찍고싶다.
꽤나 시크하게 페이스 페인팅을 하는 꼬마와 유아들을 위한 조그만 놀이터.
어린이들이 있는 곳이면 빠질 수 없는 문방구-  아직도 문방구만 보면 눈이 돌아간다.
다소 몽골식이었던 총쏘기와 행운의 뽑기.
기차놀이
기차 종류도 다양하게-
회전목마까지!!
꼬맹이들도 꼬까옷 입고 세상 즐기고 있는중-
여기저기서 자기 아이들을 보느라 정신없는 엄마아빠들-
상상도 못했던 물풀 보트- :D



정말 상상 이상으로 다양한 놀거리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고작 하루 만에!)

그리고 다시 하루 만에  싹 다 사라졌다.

그래, 어린이날이 이 정도는 돼야지-  아이들이 가장 즐거운 날.

이런 행사는 투브아이막 뿐만 아니라 각 도시 곳곳에서 규모만 다를 뿐 비슷하게 진행된다고 했다.

작은 키로 바라보는 이 모든 것들은 정말 크고 멋있어 보일텐데! 얼마나 설레고 신날까-

나도 어린이로 돌아가서 이것들을 마냥 설레는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으면..이미 어른이 되버린 내 눈에는 놀이 기구 곳곳에 보이는 녹슨 장치들과, 칠이 벗겨진 낡은 기차 등이 먼저 들어왔다.이제 빼박 어른인가보다.



어린이들이 최대한으로 즐길 수 있게 배려해주는 어른들의 모습에 왜인지는 모르지만 조금 감동을 받았다.

왜 때문에??

한국에서는 '어린이날'하면 주로 뭔가를 받는다는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어른들은 아이에게 어떤 선물을 '사'주어야 하나?를 생각하고, 아이들은 어떤 선물을 골라야 하는지.. 그런 개념이다.

근데 여기서 이 날은 뭘 받는다기보다 이쁘게 꾸미고 온 가족이 함께 나가 즐기는 날이라는 인식이 좀 더 강한 듯하다(선물은 주로 과자세트).

음.. 어쩌면 내 어린이날이 좀 그랬나??(그렇다면 좀 슬프네)


여기의 가족은 드라마 '육 남매' 딱 그 모습이다. 삯바느질해서 살림을 꾸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줄줄이 있고 큰 아이들이 동생들을 돌보는 그런... 그래서 뭔가 더 정감 있고 인간미가 많이 살아있는 느낌이다.


몽골에서는 아이들을 부를 때 항상 Миний хүү(내 아들),  миний охин(내 딸) 이런 식으로 호칭을 부른다.

다소 투박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을 할 때마다 놀라곤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뭐 때문에 놀랐나 싶다. 사실 어제도 뱜바 에그치한테 전화했는데, '내 딸 지금 어디야?'라고 말하셔서 순간 당황 ㅋㅋㅋㅋㅋ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


모처럼 정말 어린이날 같은 어린이날이었다 :-D




+몽골 사람들은 20살이 조금 지나면 결혼을 한다. 정확히 말하면 결혼을 한다기보다 살림을 차린다. 결혼을 한다고 결혼식을 모두 하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해서 들은 바에 따르면,


우선 몽골은 교육제도가 12년제가 된 지 얼마 안 되었다. 그 전에는 전문학교를 졸업 하고, 학업을 다 마쳐도 20대 초반. 일찍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결혼생활 또한 일찍 시작했다. 그리고 사회주의 시절에는 혼인신고를 다 하고 후에 이혼을 하게되면 여러가지 부담이 매우 커서 지금처럼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함께 사는 사회적인 풍조가 사회 전반에 있다고 한다.

더불어 비싼 결혼식 비용도 함께 살다가 결혼식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그리고 몽골은 출산휴가 2년, 육아휴가 등 법적으로 일터를 보장해주는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어 출산장려가 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사회문제(이혼, 방임, 아동학대)등의 문제도 함께 발생.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는 각종 NGO단체에서 여성문제나 아동문제 등에 대한 지원을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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