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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Oct 10. 2018

[배낭여행] 몽골 탈출기_비엔나

3.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루는 곳- 비엔나


Day 1. 우리를 좀 반겨주지 않겠니..?


세레메티예보 공항에서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새벽 4시!!)  리가에서 경유한 후 비엔나 국제공항에 도착!

눈을 감았다 뜨니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해 있었다. 비엔나 공항이 좋아 보이긴 했지만, 둘러볼 여유 따위는 없었다.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씻고 쉬고 싶은 생각뿐- 공항에서 재빠르게 CAT 공항철도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마침 우리가 내리는 지하철 역이 몰과 이어져 있어 큰 마트도 있고 옷가게, 통신사들이 한데 모여있었다.

어차피 비엔나와 부다페스트에서 사용할 유심도 사야 했기에 먼저 유심을 구입하기로 했는데...... 유심 왜 이렇게 비쌈?ㅋㅋㅋㅋㅋㅋ

몰 안에 있는 통신사를 3개 정도 찾아갔었는데, 헝가리에서도 다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유심은 50유로가 넘고, 비엔나에서만 사용하는 것도 30유로가 넘었다. ㄷㄷㄷ 유럽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유심은 여기서는 살 수 없었다. 한국에서 유럽 통합 유심을 사 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듯했다.

그래서 우리는 유심을 하나만 사서 사용하기로 결정!


CAT 열차와 내리자마자 장 본 물건들 ㅋㅋㅋ

비엔나와 부다페스트 숙소는 집을 통째로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장을 봐 갈 필요가 있었다.

유심을 사고 옆에 있는 마트에서 온갖 종류의 과일과 빵, 우유, 주스, 소세지, 계란 등등을 왕창 샀는데도 31유로 밖에 안 나왔다. 야호 야호

장을 한가득 보고, 기쁜 마음으로 우버 택시를 불러서 숙소로 향했다.

택시 아저씨는 숙소까지 가면서 우리에게 비엔나에 대해 하나하나 엄청 자세하게 설명을 해줬다.

오, 비엔나 사람들도 엄청 친절하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택시비 잔돈이 없다며 잔돈 3유로를 거슬러주지 않고 그냥 갔다.....-_-

아니, 열쇠 언제 받을 수 있냐고요~ 

열쇠를 가지고 오는 관리인이 체크인 시간인 2시보다 한 시간쯤 지나서 도착한다고 했다. 

나 지금 세상 피곤하고 짐은 무겁고 다리는 땅땅 부었는데!!!  

이제 기다리는 일은 그냥 생활이 됐지만, 여기서도 기다리라 하니 짜증지수가 막 올라갔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됐던 곳이 오스트리아였는데, 처음의 이런이런 일들과 더운 날씨로 만족도가 -5 하락했다.

그리고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ㅋㅋㅋㅋㅋㅋㅋ

 당시에 정말 짜증이 났었는지 저녁 일기에 '그놈의 열쇠 배달부가 늦게 와서 훈데르트 바서 하우스를 뒤로 미뤄야 했다... 망할 X'이라고 써놨더라 ㅋㅋㅋ..ㅋㅋ

집 열쇠를 기다리며..... ㅋㅋ

숙소는 바닥에 먼지가 조금 굴러다녔던 것과 세탁기가 없었던 것을 빼면 시설은 나쁘지 않았다. 흠.. :-|

짐을 풀고, 장 봐온 복숭아랑 자몽, 체리 등의 과일을 우걱우걱 먹고 샤워를 했다.

우리끼리만 사용하는 공간이 생기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듯했다.

씻고 나오니 정말 피곤해서 눈이 감기고 말도 엄청 느려졌지만 숙소 인근에 있던 '프라터' 공원에 산책을 가기로 했다.

6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도 집 밖으로 나오니 비엔나의 습한 열기가 훅 다가왔다.

[PRATER,  프라터]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봤을 때에는 '관람차가 있는 공원인가 보다' 했는데

입구에 들어서니....

오예!!!! 이거 진짜 놀이공원이잖아!! 꺄악 >_<!! 휘바 휘바~~


여기는 원래 합스부르크 왕가의 사냥터였는데 지금은 시민들에게 개방을 해서 놀이공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프라터가 좀 더 특별한 이유는.. <비포 선라이즈>에서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여기를 거닐며 대화를 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영화의 어떤 장면이었는지 바로 떠올랐다. 아... 여기가 거기구나! ㅋㅋㅋㅋ 괜히 더 기분이 좋아졌다.

옛날사진 찍는 곳 그리고 무서웠던 삐에로
한 여름밤의 꿈, 프라터

부지가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웬만한 놀이기구는 다 있었다.

각 놀이기구 앞에서 바로바로 표를 사서 들어가면 되고, 사람이 많지 않아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놀이기구는 각각 5유로. 분위기에 취해서 이것저것 타다가는 주머니 털리기 딱 좋은 곳! :-P

관람차는 2개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그냥 야외 의자 마냥 오픈형이고, 하나는 창문이 달려있는 폐쇄형이었다.

우리는 오픈형 관람차를 탔는데, 속도가 꽤 빨랐다. 그래서 가운데 손잡이를 아주 꼭 잡고 사진을 찍느라 사진이 많이 흔들렸다. :-(

3바퀴 정도를 빠르게 돌고 내렸다. 마침 저 멀리 노을이 지고 있어 하늘 풍경과 놀이공원의 화려한 조명이 한눈에 보이면서.. 정말 오랜만에 꿈과 환상의 세계에 다녀왔다!



Day 2. 자, 이제 너의 매력을 보여주렴.


다음날, 우리들의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하늘의 해는 나에게 강력한 빛을 쏘았다. 하루하루 피부가 검게 변하는 것이 보였고, 2년 동안 느끼지 못했던 습하고 뜨거운 더위를 느꼈다. 헥헥

지하철을 타고 시티투어버스를 타러 가는 길. 벌써부터 사람이 참 많다. 그리고 비엔나에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여러 인종이 함께 살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다양한 인종들.. 근데 이 정도면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해 인종이 다양한 편도 아니라고 했다. 몽골에서 살다 오니 세상 별게 다 낯설다.

비엔나 중심가는 좁은 골목길에 낮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좁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이것도 몽골의 영향인가..) 지도를 봐도 그렇고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정말 도심 여기저기에 궁이 있고, 누가 살았다던 집이 있고.. 도시 전체가 유적지로 뒤덮인 기분이다.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대략적으로 돌아도 여긴 그냥 슬슬 걸어 다니면서 보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늘도 없는 시티투어 버스 2층은 햇빛에 지글지글 통구이가 되기에 아주 적절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저 멀리 햇빛을 피해 가로등 그늘 밑에 일자로 서 있었던 또 다른 관광객들 ㅋㅋㅋㅋㅋㅋㅋ

비엔나 중심가를 한 바퀴 둘러보고, 쉰부른 궁전(Schonbrunn Palace)으로 향했다.

쇤부른 궁전은 합스부르크가 사람들이 여름에 지냈던 궁전이고, 호프부르크(Hofburg Palace)는 겨울에 지냈던 궁전이었다고 한다.

오후 느지막이 갔더니 정원은 들어갈 수 없었고,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궁궐만 둘러보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코이카 동기인 김 선생님께서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해 조금 공부하고 간다면 비엔나와 오스트리아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이것저것을 조금 찾아보았다.

주걱턱 유전병이 있는 가문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좀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역시 유투브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실제로 조금 더 알고 가니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때나, 여러 사람의 이름을 마주할 때 좀 더 빠른 이해가 가능했던 것 같다. (그냥 내 느낌ㅋ)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마리아 테레지아(Maria Theresia, 1717~1780) 여왕과 엘리자벳(씨씨 Sissi) 황후.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은 합스부르크 가문의 유일한 여왕이었는데 문화예술분야에도 커다란 업적을 남기는 등 꽤 훌륭한 통치자였다고 한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주로 정략결혼을 통해 세력을 확장시켰는데,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도 16명의 자식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에 한 명 만을 제외하고 모두에게 정략결혼을 시켰다고 한다. 자기는 완전 연애결혼했으면서..ㅋㅋㅋㅋㅋ 이런 모순이란-


그리고 초상화로 봐도 꽤나 미인이었던 씨씨 황후. 

본명은 엘리자베트 아말리에 오이게니 (Elisabeth Amalie Eugenie, 1837~1898)

프란츠 요제프 1세와 결혼하며 오스트리아의 황후가 되었다.

아름다웠던 미모에 비해 삶은 그리 평탄치만은 않았던 것 같다. 마지막에 스위스를 여행하다가 무정부주의자에 의해 가는 줄칼에 찔렸는데, 한참 동안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마침 검은 옷을 입고 있기도 했고, 꽉 조인 코르셋으로 본인도 주위의 시녀들도 아무도 그 위험성을 몰랐다가 스위스를 떠나는 배 안에서 코르셋을 푸르고 나서야 몸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챘고, 뒤늦게 호텔로 옮겨져 의사를 불렀지만 별 소용없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뮤지컬 '엘리자벳'의 주인공이 바로 이 씨씨 황후라고- 

호기심이 생기는 인물이었다.


클래식의 본고장 오스트리아에 왔으니 좋은 음악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호프부르크 앞에서 바로 티켓을 구입했다. 원래 가격은 한 사람당 45유로라고 하는데 3명이서 90유로에 볼 수 있었다. 조금 찾아보니.. 원래 많이 할인을 해 주는 듯했다. 그러니 정가로 사면 약간 손해인 느낌이다.

 

쉰부른 궁전을 보고 벨베데레 궁전도 가 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어서 벨베데레 궁전은 패스하고 옆 시민공원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먹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저녁 8시 30분부터 휴식시간 없이 1시간 30분 동안 공연이 진행됐다. 공연은 전반적으로 매우 유쾌했다.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곡들과 재미있는 요소들을 곳곳에 넣어 지루하지 않은 구성이었다.

공연이 얼마나 훌륭했느냐를 차치하고서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도시를 즐길 수 있었고, 아름다운 선율과 선선한 저녁 공기는 더위에 찌들어있던 하루에 숨통을 틔어주었다.

어둠이 내린 비엔나는 뜨거운 오후의 모습과는 달리 도시 전체에 정적이 덮였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느꼈던 그 밤거리의 느낌. 영화 속의 그 낯선 감정이 그대로 다가왔다.




Day 3. 아기 다리 고기다리던-



드. 디. 어. 훈데르트 바서를 찾아가는 날!

비엔나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그곳 :D

우리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프라터 앞에 있는 지하철역에서 전차를 타고 이동했다.

저 멀리 훈데르트 바서 하우스가 갑자기 나타났다. 아침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다. 

사진으로, 인터넷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 (Friedensreich Hundertwasser, 1928~ 2000)

이 이름은 본명이 아니고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에 흐르는 백 개의 강"이란 뜻으로 스스로 개명한 이름이란다.

역광이 밉다.

알록달록 원색의 디자인에 이런 특별한 주거형태를 보면 그냥 막 궁금해지고, 살아보고 싶고, 신기하다.

나중에 스페인의 가우디 하우스도 꼭 가봐야지!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비엔나 시에서 공공주택을 짓는데 설계를 훈데르트바서에게 의뢰해서 건축가와 함께 만든 건물이라고 한다. 어느 것 하나 똑같은 직선이 없는 건물은 하나하나 뜯어보면 더 재미있고, 살아보면 더 정확한 평이 나오겠지.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거공간이기 때문에 겉에서만 봐야 한다. 그래서 먼저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건너편에 훈데르트바서의 건축물과 비슷하게 지어놓은 기념품 샵에 들어가 건물도 보고 기념품도 보다가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훈데르트바서 박물관으로 향했다.  

훈데르트바서 기념품샵(좌), 훈데르트바서 하우스(가운데), 훈데르트바서 뮤지엄(우)
훈데르트바서 뮤지엄 정면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의 겉보기만으로는 해소되지 않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이 박물관에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우선 입장권(1인 11유로)부터가 너무 취향저격. 3장이 각각 다른 디자인이었는데, 너무 내 스타일!

실내 내부는 촬영 불가였기 때문에 열심히 눈으로만 봤다.

훈데르트바서의 말을 적어 놓은 글 중에서 (외우지는 못하겠고) 적어놓고 싶은 문구가 참 많았다.


직접 들어가 본 건물 내부는 나무가 자라고 물이 흐르고, 바닥이 울퉁불퉁하고 각기 다른 창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그림들과 건축물, 영상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강렬한 색채가 가득한 그의 그림이 참 마음에 들었다. 각각의 작품 속에 보일 듯 말 듯 새겨 넣은 그의 사인을 찾는 것도 큰 재미가 있었다.

훈데르트바서는 자연 속에서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살아가는 엄청난 괴짜의 느낌? ㅋㅋㅋㅋ

작품 속에 순수한 영혼이 잘 비친 것 같았다.

처음에는 특이한 건물로 알게 됐지만, 그의 작품들을 보다 보니 사람이 더 마음에 들었다.

 

봐도 봐도 아쉬운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를 뒤로하고 다시 비엔나 중심가로 나왔다.

오늘의 점심은 오스트리아 전통음식인 슈니첼. 찬송이가 소개해 준 곳으로 갔는데, 건물이 한창 공사 중이었다.

유럽은 오래된 건물을 계속 보수해서 사용하기 때문인지 보수 중인 곳이 정말 많았다. 몇 백 년씩 된 건물을 계속 이어가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여기저기 맨날 공사만 하면 조금 짜증이 날 것 같기도 했다. 허허


Gasthaus Poschl (슈니첼 가게 이름)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각이었지만, 가게에는 손님이 참 많았다. 한국에서 슈니첼이라고 먹었던 것은 거의 돈까스의 느낌이었는데 여기는 튀김옷이 조금 덜 바삭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양이 꽤 많았다!

와인이나 맥주랑 먹으면 아주 잘 맞을 듯-. 그리고 누구 말대로 저 감자 샐러드가 꽤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각자 가고 싶은 곳에 가기로 했다.

나는 미술사 박물관을, 기온쌤은 다뉴브 전망대를, 은혜 언니는 벨베데레 궁전에 다녀왔다.

마리아 테레지아 동상을 사이에 두고 자연사 박물관과 마주 보고 서 있는 빈 미술사 박물관은 정말 넓었다.  

입구에 들어서고 오디오 가이드를 받아서 계단을 오르니 마침 'Stair to Climt'라는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높은 천장에 있는 벽화를 가까이서 볼 수 있게 계단을 설치해서 클림트의 벽화를 직접 눈높이를 맞추며 볼 수 있었다. 실내는 시원하지 않았고, 나는 땀을 한 바가지씩 흘리며 돌아다녔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수집품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미술품들은 각 나라의 화가별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주로 성경 속 이야기나 왕족의 초상화, 신화 이야기, 시민들의 일상 등이 작품 속에 녹아있었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은 아주 생생하게, 각 상황에서 느꼈을 감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이런 미술에 대해서는 1도 모르지만 (엄청나게 많은) 그림을 보다 보니 마냥 신기하게만 느껴졌던 하얀 피부 노란 머리의 사람들, 그중에서도 중세 유럽 사람들과 그들의 생활이 조금은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껄껄껄

[미술사 박물관 입장료 15유로, 오디오 가이드 5유로]


각자 시간을 보내고 7시에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나 시티투어 버스 프로그램 중 하나인 나이트 투어를 시작했다. 나이트 투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것은 없었다. 해는 아직 지고 있었고, 사람은 많았다.

아직 학생인 것으로 보이는 가이드가 직접 마이크를 들고 영어로 설명을 해줬다.

초저녁에 하는 나이트 투어는 큰 감흥이 없었다. 차라리 뷰가 좋은 라운지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여유로운 식사를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여정이었던 슈테판 성당으로 고고.

빛이 사라지는 시각이어서 그랬을까,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야트막한 불빛이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커다란 십자가와 엄숙한 성화들 등 - 일부분만을 비추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 어둠과 넘실대는 촛불이 나를 압도하는 느낌이었다. 비슷한 성화였지만 낮에 미술관에서 봤던 것과 성당에서 보는 것은 느낌이 너무나 달랐다.


성당은 무료입장. 첨탑에 올라가는 것은 4유로. 엘리베이터가 있어 아깝지 않았다. ㅋㅋㅋ

위로 올라가니 시원하게 불던 바람과 저 멀리 지는 해, 그리고 모자이크 타일 등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위에서 보는 비엔나의 밤거리도 어두웠다. 한국과 같은 네온사인이나 화려한 불빛은 없는 듯했다.   

성당에서 나와 초코, 딸기 케익과 엄청 시원했던 생맥주를 한잔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시원한 공기를 맞으며 밤 노란 불빛이 비추는 거리를 걷는 것이 참 좋았는데, 이미 아침부터 하루 종일 걸어 다녀서 내 체력은 방전- 그래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며 짧게 밤거리를 즐겼다.

집 와서 씻고 바로 꿀잠 꿀꿀꿀



Day 4.


덥고 더웠던 비엔나에서의 마지막 날!

날씨는 여전히 더웠지만 사진 속의 그날은 참 좋아 보인다-


우리는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체크인을 하고 2시 반으로 예약한 플릭스 버스를 터러 떠나기 전에 플라터 공원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다가 가기로 했다.

커다란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음악을 들으며 누워있으니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좋았던 순간이다.

공원 앞에서부터 플릭스 버스 정류장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버스가 너무 울창한 숲길을 달리는 것이 아주 인상 깊었다. 그냥 도시를 운행하는 버스였는데.. 이런 숲길이라니! 마치 국립공원 투어 하는 버스 같았다 ㅋㅋㅋ 기분 좋은 노선이었다 :)

유럽 각국으로 넘어갈 수 있는 플릭스 버스 정류장은 생각보다 소소한 모습이었다. 1층짜리 컨테이너 박스 안에 티켓 창구가 있었다. 부다페스트행 버스가 있길래 짐을 넣고 타려고 보니 2시에 출발하는 버스. 

빨리 가고 싶었니 은주야?ㅋㅋㅋㅋ  다시 주섬주섬 짐을 다 빼고서 15분 정도 기다리다가 2시 30분 버스 탑승.


버스는 사람이 많지 않아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길가의 교통 표지판에는 프라하, 헬싱키, 부다페스트 등 각 도시로 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었다. 아, 여기서는 이렇게 차를 타고 여러 국경을 넘을 수 있구나..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그 자유가 낯설기도 하고, 엄청난 가능성이 열린 것 같은 그런 기분 좋은 느낌.

차를 타자마자 금방 잠이 들었다가 한 시간 정도 숙면을 하고 나니 창 밖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유로운 들판과 아기자기하고 이쁜 집들.. 이것이 내가 생각했던 유럽의 모습이었다. 다음에는 시골로 가야지.


이렇게 비엔나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우리는 부다페스트로 넘어갔다.

비엔나는 너무 더웠고, 뭐가 참 많은 곳이었는데, 며칠을 지내다 보니 훈데르트 바서, 미술관, 연주회 등 소소하게 좋았던 것들이 참 많은 비엔나였다.


그리고 우리의 여행도 벌써 절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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