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우리는 왜 히말라야로 떠났을까?
울레리 Ulleri -> 고레파니 Ghorepani
다시 날이 밝았다.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간단히 씻고 식사를 하고, 다시 떠날 짐을 싼다.
떠날 채비를 하면서 창 밖 하늘을 타임랩스로 찍어봤다.
어차피 카메라에 다 담기지 못할 자연이라면, 눈으로, 그리고 동영상으로 기록하기로 했다.
다시 시작된 계단의 길-
첫날 체력을 짜내서 산을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팔다리는 꽤나 멀쩡했다. 아놔 나 아직 살아있눼 ㅋㅋㅋㅋㅋㅋ
하며 자만하다가 왼쪽 발 뒤꿈치와 오른쪽 무릎에 미세한 통증이 느껴졌다.
근육은 버틸 수 있지만 뼈마디와 인대에는 무리였다.. 라며 빠른 반성.
이래서 꾸준한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의 힘을 걸레 짜듯이 짜내는 것은 위험이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음.
울레리 마을을 넘어 고레파니로 가는 길. 울레리 마을의 노새들도 아침산책을 준비 중이었다.
다른 교통편이 없는 산에서는 말이나 노새를 이용하거나 사람이 직접 이고 지고서 물건을 운반했다.
양쪽 등에 닭장을 이고 아침길을 떠나는 노새들-
산에서 사는 노새나 말 중 대장은 목에 종을 달거나 마스크 비스무리한걸 쓰고 있다. 무리의 대장이 길을 떠나면 나머지들도 종소리를 듣고서 대장을 따라서 이동했다. 우리도 산길을 다니다가 저 멀리서부터 종소리가 들리면 한쪽으로 비켜서 이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왜냐면 이들은 앞만 보고 다니기 때문에 옆에서 얼쩡거리다가 산 밑으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노새가 지나가자 이제는 버팔로가 우리를 맞이한다-
버팔로 가족 또한 아침산책을 하고 있었다.
네팔 사람들은 대부분 소고기를 먹지 않지만, 버팔로 고기는 좋아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종교적인 영향이 커서 소는 먹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소는 일상생활에 가장 가까운 동물이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고 했다. 마치 사람들이 애완견을 가족같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인 것 같았다. 네팔 사람들은 소를 이용해 밭을 갈기도 하고, 우유를 얻는다. 심지어 소똥도 유용하게 사용하는데, 집을 만들 때 소 똥에 짚 등을 섞어 바르면 먼지가 잘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여러 방면으로 소와 더불어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소를 먹지 않는다.
네팔 사회에서 신분제가 거의 사라졌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계급문화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중에 상위 계층이었던 사람들은 아직도 엄격하게 채식을 시키거나 염소고기만 먹는다고 한다.
어제와는 다르게 하늘까지 이어진 계단이 없으니, 중간중간 이쁜 집들도 보고 자연도 즐겼다.
다말라는 단골식당에서 쉴 때마다 저렇게 고레토 트렉스의 스티커를 붙였다.
곳곳의 식당마다 저런 스티커가 한 무더기가 있었는데, 그중에는 한국어로 된 것도 여러 개 볼 수 있었다.
불을 때기 위해 나무 장작을 빼곡하게 쌓아뒀다.
사진 속에 보면 입구 오른쪽 나무더미 위에 둥그런 통나무가 하나가 놓여있는데, 그게 바로 네팔식 양봉이다.
가까이 가서 보니 통나무 가운데에 있는 작은 구멍 사이로 꿀벌들이 바쁘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네팔 꿀이 엄청 진하기로 유명한데 이렇게 산 곳곳에서 소규모로 양봉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돌 쉼터와 저 멀리 너무 더미들. 이런 걸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만족감이 느껴진다 ㅋㅋ
조금 더 올라가다가 정글이 시작되기 전, 석류주스와 토마토 주스를 마시며 잠깐의 주스타임을 가졌다.
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
보기에는 허술하지만 꽤나 강하다는 네팔식 그네. 그리고 계곡물을 그냥 지나쳐가지 못하는 우리 가족들-
진짜 정글 같았던 곳- 작은 다리를 건너면서 많은 사람들을 스쳐 지나갔는데 서로 환하게 웃으며 ‘나마스테'라고 인사하하던게 아직도 생각난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동생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는 다말라.
저렇게 판판하게 쌓은 돌무더기는 사람들이 배낭을 잠시 걸쳐놓고 쉴 수 있게 만들어 둔 것이다.
잠시 쉴 때 가방을 내려놓지 않고 그냥 저 위에 걸쳐두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무게가 덜어졌다.
어제 지옥의 산행 이후로 몸이 풀렸는지 오늘 우리 가족은 꽤나 빠른 스피드로 산을 올랐다.
40대 중반이었던 카카 아저씨는 무거운 짐을 들고서도 엄청난 속도로 길을 가셨다. 그리고는 저 멀리 앉아서 거북이처럼 오는 우리를 바라보곤 하셨다. 때론 미리 식당에 가서 밥을 주문해 놓거나, 숙소를 잡아주시기도 했는데, 오늘도 아저씨가 먼저 가서 식당을 예약해 놓으셨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ㅋㅋㅋ
그래서 우리는 식사를 기다릴 겸 마당에 앉아 광합성도 하고 음악도 들으면서 히말라야의 여유를 즐겼다.
이날도 달밧파워를 위해 열심히 밥을 먹었지만, 네팔 인심이 너무 후한 나머지 다 먹을 수 없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은 네팔에서는 음식을 남기는 것을 안 좋아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 매번 음식을 남겼더랬다. 껄껄껄
그래서 이후에는 양을 고려해 2개나 3개 음식만 시키고 다 먹으려 노력했다. ㅋㅋㅋ
한국 사람들과는 처음 트레킹을 하신다는 카카 아저씨는 웃는 모습이 꽤나 천진난만했는데, 우리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셨던 것인지 사진 찍을 때 웃지를 않으셨다. 하지만 다음날부터는 사진을 찍으면서 브이도 그리시고 웃기도 하셨더랬다. ㅋㅋ
이날 길을 걷다가 고레파니에 도착하기 전까지 비가 올 것인가, 안 올 것인가를 놓고 엄마와 아빠가 맥주 내기를 하셨다ㅋㅋㅋㅋ 엄마는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비가 올 것 같다고 하셨고, 아빠는 안 온다는 것에 내기를 걸었다.
결국 비는 오지 않았고, 우리는 고레파니마을 입구에서 '비 안옴' 인증 사진을 찍었다ㅋㅋㅋㅋㅋ
고레파니에서 우리가 묶었던 곳은 <Hotel Sunny>
이 동네에서 가장 큰 숙박시설 같았다. 하지만 와이파이는 거의 되지 않았지. 오히려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서 더 자주 자연을 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순간온수기에 의지해 후다다닥 샤워를 했다. 덜덜 떨면서 씻긴 했지만 그래도 이 순간이 가장 좋다-
창 밖으로 노새들이 떼를 지어 이동하고 있다- ㅋㅋㅋㅋㅋㅋ
사진의 주인공은 노새이지만 사진 모서리를 보면 해발 2800m 마을의 흔한 뷰도 확인할 수 있다. :)
일찌감치 도착해 여유를 즐기다가 맨 꼭대기 층에 있는 다이닝룸에서 엄마가 쏘는 맥주타임이 시작됐다.
고르카 맥주랑 감자튀김, 치킨 BBQ, 샐러드 등을 먹다가 저녁으로 피자와 스파게티까지 옴뇸뇸뇸
그리고 마침 우리 옆자리에 자리를 잡은 한국분들을 만났다.
한분은 네팔에서 현재 코이카 단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분이었고, 한국에서 일행이 놀러 와서 함께 산행을 하는 중이셨다. 엄마 아빠는 동년배의 분들을 만나서 기분이 좋으셨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안면을 트셨다.
이때 이후로 길에서 여러 차례 만나면서 마치 이웃이 된 것 같은 느낌 :)
알딸딸하게 맥주도 마시고 피자로 배도 채웠겠다, 소화시킬 겸 산책을 나갔는데 너무 어두워서 볼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뭐든 조금 더 보려면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가야 하는데 우리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ㅋㅋㅋ무엇보다 내일 아침 푼힐 전망대에 올라 일출을 보려면 4시 30분에 일어나야 했으므로, 미련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옆방 사람의 이갈이와 건넛방 젊은이들의 수다가 멈출 때까지 밤 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