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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May 17. 2019

Trekking day 3.

[가족여행] 우리는 왜 히말라야로 떠났을까?

#0503

고레파니 Ghorepani -> 타다파니 Tadapani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푼힐 전망대 (Punhill Observatory, 3210m)로 가는 길-

아침이라기보다는 새벽에 가까운 오전 4:30.

추위를 대비해 위아래 히트텍을 입고, 그 위에 레깅스에 티셔츠에 바람막이까지 완전무장을 했다.

그리고 각 숙소에서 몰려나온 사람들과 무리를 지어 푼힐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 하트 모양의 석탑이 쌓여있다. 푼힐 전망대 입구

아침 일출시각은 대략 5시 30분에서 6시 사이.

푼힐 전망대는 고라파니 마을에서부터 약 400m를 수직으로(?) 올라가면 닿을 수 있었다.

우리는 대략 한 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헥헥대기는 했지만, 첫날의 강행군으로 단련이 됐는지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허세ㅋㅋㅋ)

마차푸츠레 너머로 동이 트고 있었다. 그리고.. 짜잔!!

하늘의 구름에 산 그림자가 비쳤다.

하늘에 산 그림자가 비치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라며, 정상을 향해 바삐 움직이던 사람들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산 그림자를 감상했다.  

하늘에 비친 산 그림자라니.. 역시 여행 운은 최고다 :)


이미 주위는 환해졌고, 저 멀리 해가 떠오르려 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놓칠 수 없었기에 스피드를 올려서 전망대까지 슝 하고 올라갔다.

일출을 찍는 사람들

타임랩스로 해가 뜨는 모습을 찍어봤다. 핸드폰이 좀 더 최신 기종이었다면, 이 장면이 더 멋있게 찍혔을까-

왼쪽부터 안나푸르나 1 (Annapruna 1, 8091m), 안나푸르나 사우스(Annapruna south, 7219m), 힘출리 (Himculi, 6441m), 마차푸츠레 (Machhaphuchhare, 6,993m)

 

해가 뜨고 나니 대기가 움직이면서 구름이 가득 꼈다. 뒤에 뭣도 안 보이네 ㅋㅋㅋ

해가 오르면서 산속 곳곳에 햇빛이 비추기 시작한다-

카카 아저씨도 나름 멋지게 포즈를 취하셨다 ㅋㅋㅋ뒷 배경이 흐릿한 게 안타까울 따름 ㅠㅠ

얼추 사진을 찍고 전망대 옆 작은 카페에서 레몬티를 한잔씩 마시니 몸도 마음도 사르르르 녹았다~


다시 숙소로 내려가는 길.

푼힐 전망대는 가벼운 산보였을 뿐, 오늘의 목적지까지는 아직 1m도 줄지 않았다.ㅋㅋㅋㅋ

우리는 다음 여정을 향해 떠나야 했다.  

올라올 때는 어두워서 몰랐는데, 우리가 올라온 길 사방에 네팔의 국화인 랄리구라스가 만개해 있었다.  

아빠는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시고 부지런히 사진을 찍으셨다.


대략 한 시간이 걸려서 올라왔는데 내려가는 길은 잠깐이다. 허무하군.


숙소에 돌아가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한 시간 정도 휴식시간을 갖고 길을 떠났다.

아침부터 구름이 잔뜩 낀 것이 꼭 비가 올 것 같아 발걸음을 재촉했다.

타다파니로 가는 길 중간중간 눈 덮인 산들이 빼꼼히 보인다. 정상을 찍고 내려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니 저렇게 보이는 봉우리들이 괜히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았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어떤 것들이 빠른 속도로 언덕을 넘어가고 있다.

이날 걸은 길 중 초반은 산등성이를 따라 산을 올라가는 길이었는데, 해가 쨍쨍하지 않아서 쾌적한 상태로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더욱 진한 색깔의 랄리구라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


랄리구라스는 네팔의 국화로, 꽃 색깔에 따라 7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꽃이 피기 전 모습은 솔방울과 거의 유사한데 각각의 씨(?)에서부터 한 송이씩 꽃이 멀리서 보면 마치 꽃다발과 같은 모습이 된다. 이 꽃은 이파리도 좀 특이해서 앞면은 초록색이지만 뒷면은 흰색을 띠고 있었다.

산등성이 언덕을 넘을 때에는 구름이 있어서 덥지 않게 왔는데, 숲 속 길로 들어서니 맑고 화창한 날씨가 이어졌다. 에헤라디야 기분이 좋아라~


히말라야 트레킹은 주로 3~5월, 그리고 가을이 가장 걷기 좋은 시즌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국인은 여름휴가가 껴있는 8월이나 가을에 가장 많이 방문한다고 한다.

얼마쯤 내려왔을까... 사람들은 온데간데없고 배낭만 남아있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이 나오자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가방을 내려놓고 계곡에 들어가 발을 담그고 있었다.

손만 담갔는데도 물은 정말 차가웠다. 엄마는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니 발의 붓기가 다 사라지는 것 같다며 엄청 좋아하셨다. 그리고 다음날도 이런 계곡을 찾았지만 아쉽게도 발을 담글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계곡에서 짧은 휴식을 갖고 다시 떠나는 길-

아침에 늦게 출발하기도 했고 천천히 즐기면서 오다 보니 점심식사가 좀 늦어졌다.

걸을 때는 몰랐는데, 식탁에 앉으니 갑자기 허기가 미친 듯이 몰려왔다.

사실, 어제저녁에 맥주가 조금 과했는지 푼힐 전망대에 올라갈 때부터 아빠와 동생이 속이 불편하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한국에서 가져온 인스턴트 국에 쌀밥을 말아서 먹기로 했다. 이것이 바로 고향의 맛이다-

미역국, 된장국에 밥을 말아서 두 공기씩 먹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식당 주인 딸이었던 꼬맹이. 너무 귀여워서 내가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점심을 먹고서 다시 이동하는 길-

지금부터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딱 산 하나를 넘어가는 길이었다. 한번 쭈욱 내려갔다가 다시 쭈욱 올라가는 길-

이제 힘든 것은 모르겠고 이 길들이 벌써 아쉽기만 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두 다리는 편히 쉬고 있기 때문에, 당시 정말 저런 생각을 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ㅎㅎ)

사진으로 보이는 가파른 경사-
자기 친구 나왔다며 같이 사진찍는 동생

얼마나 더 갔을까,

오늘의 목적지인 타다파니 마을에 도착! 역시나 카카 아저씨가 먼저 가서 방을 예약해 주셨다.

우리의 숙소는 '호텔 파노라마 뷰 포인트(Hotel Panoarama View Point)'

이 동네에서 안나푸르나가 가장 가까이 보이고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방 바로 앞에서 안나푸르나와 산들이 한눈에 다 보였다.

이렇게 가까이 보이는데 저게 다 7000m가 넘는 산이라니- 사실 바로 앞에서 봐도 저 높이를 실감할 수 없다. 뭐랄까..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랄까..ㅋㅋ


저녁 메뉴를 고르다가 메뉴판에서 라면을 발견!! 우린 당장 라면과 삶은 감자, 그리고 샐러드를 주문했다.

히말라야 산지에서 재배하는 감자는 맛이 좋았다. 그리고 엄마 아빠의 최애 메뉴가 되었다.

라면.. 말해 무엇하리.. 증말 눈물 나게 맛있는 라면이었다. 이 집.. 맛집일세!ㅋㅋㅋㅋㅋ

사실 달밧도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한 향신료 맛이 금방 물렸다. :(

이제 트레킹을 즐기기 시작했는데 벌써 산속에서의 마지막 밤이다ㅠㅠㅠㅠ

우리는 ‘쿠크리(Khukri)’라는 이름의 네팔산 럼주로 히말라야 트레킹의 마지막 밤을 기념했다.  (*쿠크리는 고르카 왕이 사용했던 칼 이름이라고 했던 것 같다.. 기억이 희미하다ㅋㅋ)

마지막 밤이기도 하고 내가 몽골에서 왔으니 우리 보드카를 마셔보자(는 무논리ㅋㅋ)고 했는데 보드카는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체품으로 구한 것이 쿠쿠리 럼주. 42.8도라는데 목 넘김이 매우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네팔 사람들은 럼주와 꿀, 그리고 뜨거운 물을 함께 타서 마신다고 한다. 이것을 이제야 알았다니!! ㅋㅋㅋㅋㅋ


다이닝룸에서 럼주를 한잔씩 나눠 마시면서 싱가포르에서 친구와 둘이 왔다던 언니랑도 이야기를 하고, 옆에 앉아있던 네팔 가이드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훈훈한 시간을 보냈다.


네팔 사람들 중에는 눈이 크고 부리부리한 남방계 외형과, 눈이 작고 광대가 발달한 북방계 외형이 섞여있다.

쉬운 예로 다말라는 남방계 외형을 가지고 있고, 카카아저씨는 북방계에 가까운 외형이었다.

처음 다말라를 만났을 때 네팔에 몽골 사람들이 많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바로 북방계 외모를 뜻하는 말이었다. 이날 만났던 가이드 중에 거의 몽골인과 유사한 외모를 가진 분이 계셨다. 어쩌다 보니 그분과 가볍게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내가 몽골에서 왔다고 하니 진짜 놀라면서 한참 동안 나를 쳐다보셨다ㅋㅋㅋㅋㅋㅋ(왜 그렇게 쳐다봤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음)


맛있는 럼과 함께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여행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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