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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May 18. 2019

Trekking day 4.

[가족여행] 우리는 왜 히말라야로 떠났을까?

#0504

타다파니 Tadapani -> 간드룩 Ghandruk -> 포카라 Phokara



히말라야 산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다른 날에 비해 일정이 조금 널널해서 늦게 일어나도 됐음에도 불구하고 창 밖이 밝아오자 바로 눈이 떠졌다.

오늘도 역시 화창한 날씨가 이어졌다.

해가 뜨자 구름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다시 화창한 하늘이 얼굴을 내밀었다.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는 타다파니 아침의 모습

다른 투숙객들도 일찌감치 일어나 마당에 모여 모닝커피를 마시고 안부를 묻는다.

한국인 일행 중 한 분이 하모니카를 연주하셨는데, 그 소리가 이 아침과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트레킹이 원래 이렇게 낭만적인 것인가요? ㅋㅋㅋㅋ

 

여기(타다파니)에서부터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은 왼쪽, 간드룩을 거쳐 하산하는 길은 오른쪽으로 갈라진다. 분명 저 당시만 해도 다시 올 거냐는 질문에 대답을 망설였었는데, 지금 생각으로는 언젠가 안나푸르나든 랑탕이든 다시 한번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다.

타다파니를 떠나기 전, 산을 배경으로 대략 백장 정도의 사진을 찍었다. ㅋㅋㅋㅋ

그리고 이 집에서 사는 네팔리 꼬마 아이의 도움으로 다 같이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마지막 남은 색연필과 연필을 이 꼬맹이에게 줬는데 엄청 수줍어하는 모습에서 어떤 순수함이 느껴졌다.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돕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잠시 쉬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


네팔은 해당 지역 출신 사람만 고향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즉, 다른 도시에서 온 사람은 이 산속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 그리고 등산객을 상대로 하는 숙박업은 좋은 돈벌이가 된다.

사실 나는 이렇게 깊은 산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사회와, 문화와 일부 단절된 삶을 살기 때문에, 생활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은 생각보다 더 소득이 괜찮고, 일부는 개인 헬기를 소유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사실 이것도 이렇게 등산객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실제로 우리가 산을 다니며 보았던, 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들은 매우 빈곤한 형편이란다. 어디서든 부의 재분배란 어려운 일인가 보다.



오늘도 만났다. 산책하는 노새들 ㅋㅋㅋ

"아쉬우면 여기서 침낭 깔고 한 숨 자고 가도 돼. 운 좋으면 뱀 정도는 만날 수도 있어ㅎㅎ"라고 설명해주는 다말라.


그동안 다닐 때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곳곳에 화살표로 길을 표시한 표지판이 보인다. (이제야!!)

산속에서 혹시나 길을 잃으면 저 표시를 따라가면 된다고 한다.



아기자기하고 아담한 마을에 도착했다.

여기가 바로 간드룩(Ghandruk)

심상치 않게 괜찮은 분위기에 여기저기로 막 눈이 돌아간다. 들어보니 간드룩은 네팔리들도 국내여행으로 많이 찾는 곳이라고 했다. 어쩐지 한껏 치장한 네팔리들이 핸드백을 들고 길을 지나간다.

이 길도 우리가 내려갔으니 아름답지, 반대로 올라왔다면... 이 아름다움은 평생 모를 뻔했다. :-)

온통 꽃 천지였던 간드룩의 한 숙소


지나가다가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들어섰다.

꼬맹이 남자애가 주인아주머니를 돕고 있었다. 이제 9살이었나..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

아주머니의 아들인 줄 알았더니 아들은 아니고, 시골에서 데려와 같이 생활하며 혼자 사는 아주머니를 돕고 있다고 했다. 근데 요 꼬맹이가 아주 장난꾸러기였다. 조금 이야기를 하더니 어느새 농구공을 가져와서 축구를 하자고 한다.

점심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이 꼬맹이와 아랫집에서 올라온 꼬맹이 동생까지 같이 놀았다. 엄청 까칠한 줄 알았더니 '꺄르르르' 소리를 내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꼬맹이 동생이었다 :-)

본인의 개구짐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꼬맹이와 반항심 다분한 아랫집 꼬마, 그리고 네팔 전통 모자와 가방을 메고 계신 이웃집 아저씨. 처음에는 크로스로 멘 저 천이 옷인 줄 알았더니 전통 가방이란다. 그리고 저 가방 안에는 낫이 들어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낯선 사람들이 와서 아이들과 놀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인근에 있던 아저씨 한두 분이 관심을 보이신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뜨거운 물을 받아 식당 아주머니, 이웃집 아저씨와 다 함께 커피를 나눠 마셨다.

우리가 '스톱!!'이라고 말했는데도 물을 한가득 담으셔서 엄청 맹맹한 커피가 됐을 텐데도 다들 맛있다며 즐겁게 드셨다. 하.. 믹스커피는 물 조절이 생명인데ㅠㅠ 아쉽지만 다들 즐거워하셨으니 됐다.


함께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람보르차(맛있어요..?)'... 등등의 네팔어 몇몇 가지를 배웠다.

그때 배운 단어를 조합해서 막 억지로 대화를 했었는데, 지금 기억이 안 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랑 공놀이 하는 아이들

밥을 먹고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데 식당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네팔에 또 놀라오라며 꽃을 꺾어 우리의 귀에 각각 하나씩 꽂아 주셨다!! 여자는 왼쪽, 남자는 오른쪽에 꽂는다고 했다.


아니 마지막이라고 이렇게 훈훈해도 되는 겁니까?!!! ㅋㅋㅋㅋ그리고 친절하게 사진까지 같이 찍으심 ㅋㅋㅋ

갑작스러운 꽃 선물에 우리는 다 엄청 기분이 좋았다. ^________________^

머리에 꽃 꽂고서 기분 좋아 셀카를 찍었는데 저 뒤에서 또 다른 이웃집 아저씨가 손을 흔들고 계셨다. ㅋㅋㅋㅋ

하-  마음이 따뜻하다 ㅠㅠ


그리고 간드룩 마을에서 조금 더 내려오니 우리를 태워갈 로컬 지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 이렇게 히말라야 트레킹이 끝이 났다.

모두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We did it!!  Thank you for everything :-D

로컬 지프 타기 전 내려본 보습


로컬 지프를 타고 처음 등산을 시작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우리를 태워갈 차가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차를 갈아타고서 포카라로 향했다. 포카라로 가는 길에 우리는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에 잠시 들러 포카라 시내를 둘러봤다. 폐와 호수는 생각보다 컸고, 포카라 시내도 넓게 펼쳐져 있었다.

구름이 가득 껴서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곧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트레킹을 하지 않고 포카라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은 여기 '사랑곳(Sarangkot, 1600m)' 전망대에서 일출을 본다고 한다.  

하룻밤 묵었다고 벌써 익숙해진 포카라 에코에 체크인을 하고 똑같은 방을 배정받았다.

후다닥 샤워를 하고 거대한 빨래를 프론트에 맡겼다. 그리고 우리는 우비를 입고 양동이로 들이붓는 것처럼 내리는 비를 맞으며 발 마사지를 하러 나갔다-

2명씩 한 방에 들어가서 마사지를 받았는데, 정확한 혈자리에 꾹꾹 아프게 받는 마사지를 선호하는 나에게는 그냥 조금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와 동생을 각각 마사지 해준 언니들이 너무 수다가 많았다 ㅋㅋㅋ

마치 네팔 언어 듣기 평가하는 느낌이랄까- 한 시간이 지난 후, 나는 그 언니들이 사용하는 말 중에서 영어 부분과 네팔어를 구분해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마사지까지 끝낸 후 한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고고!

한국음식은 처음이라는 카카 아저씨에게 괜찮을까... 고민을 하며 비빔밥과 닭갈비, 된장찌개, 우거지 국 등등을 시켰다. 우리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카카 아저씨는 정말 다 잘 드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고, 다시 테라스에 모여 럼주 타임! :-)

60ml 럼주 두병에 꿀, 뜨거운 물을 가지고 모여 차처럼 한잔씩 타 마시며 트레킹을 추억했다.

카카 아저씨는 술도 담배도 하지 않으시니 차를 드시고, 5명이서 한두 잔씩 마시니 금세 바닥을 보였다.

네팔 쇼핑 리스트에 럼주는 없었는데, 한두 번 마시고 나니 우리 가족의 선물 리스트 1순위에 올랐다. 껄껄껄


이렇게 3박 4일의 꿈 같이 지났던 트레킹이 지났다.

그래서, 뭐가 좋았어?라고 물어본다면- 


쾌적한 날씨와 멋진 경치, 걷기 좋은 길들, 여유로운 시간 등등 몇 가지가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은 산행 동안 온전히 나와 주위 사람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거대한 히말라야 속에서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다른 고민들은 아주 작게 느껴졌다. 각자가 안고 있는,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실의 문제들과 고민들은 저 아래 내려놓고 오로지 볼 수 있는 시간이 산속에 있었다.  

특히나 가족들과 여행을 하다 보면 나의 가장 깊은 모습까지 볼 수 있는데, 나의 상태나 기분에 따라 툭툭 튀어나오는 이쁘지 못한 말과 태도들을 발견했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는데,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달까....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잘 받아치고 맞춰주는 가족들도 발견했다. 아, 가족이니까 이렇게 맞춰주고 살지. 이것은 엄청난 사랑이다. 하하


진짜 다 내려놓고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면, 히말라야가 답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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