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주어디가 May 19. 2019

그냥.. 히말라야가 우릴 불렀어!

[가족여행] 우리는 왜 히말라야로 떠났을까?

#0505

포카라 시내 관광, 포카라 Pokhara -> 카트만두 Kathmandu -> 파나우티 Panauti (다망네 집, 라라팰리스)


원래 우리의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5월 5일(일) : 포카라 관광

5월 6일(월) : 포카라 -> 카트만두 이동 및 관광

5월 7일 (화): 카트만두 관광 밑 출국


 변경된 일정

5월 5일(일) : 포카라 오전 관광 -> 카트만두 -> 라라팰리스 1박

5월 6일(월) : 라라팰리스 하루 더 숙박

5월 7일 (화) : 라라팰리스 -> 카트만두 이동, 점심식사 및 쇼핑 후 출국


산에 오르기 전날 밤, 다말라가 하루는 카트만두에서 35km 떨어진 다망의 집(Lala Palace)에서 지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을 때 우리는 아주 흔쾌히 yes!! 를 외쳤다. 일찍이 에너지 넘치는 카트만두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도심보다는 한적한 시골이 쉬기에 더 좋을 것 같았다. 또한 네팔리들이 사는 모습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카트만두 관광도 다 내던지고 마지막까지 시골(라라팰리스)에서 시간을 보냈다 ㅋㅋㅋㅋㅋ


카트만두로 향하기 전, 포카라에서 우리가 했던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페와 호수 (Phewa lake) 보트 타기

사실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포카라를 산책하면서 호숫가에 와봤기 때문에 딱히 보트를 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일정에서 빼고 싶었다. 그런데 다말라가 호수 가운데에 있는 힌두교 사원에 잠깐 다녀와보는 건 재미있을 거라고, 시간도 많이 안 걸리니 같이 보트를 타보자고 했다. 그래서 그냥 보트에 올랐다-


페와 호수 한편에는 힌두교 사원인 바라이 사원(Tal Barahi Temple)이 있다.

호수 한가운데 위치해 있기 때문에 배를 타고서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외국인 관광객들보다 현지인들이 훨씬 더 많았다. 배를 타고 사원을 중심으로 왼쪽 방향으로 한 바퀴 돈 다음 사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람들은 신을 벗고 메인 건물 외관에 매달린 종을 울리며 가장자리를 세 바퀴를 돈다. 신기하게도 메인 건물 한쪽 옆에 코코넛을 쪼개는 칼(?)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을 때 코코넛을 사서 쪼갠다고 한다.


후다닥 보트를 타고 나와서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동굴.


2) Gupteshwor Mahadev cave   

굽테숴르 마하데브(?) 이렇게 발음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ㅋㅋㅋㅋ

동굴을 간다고 하길래, 산속에 붙어있는 그런 동굴로 생각했다. 그런데 길가에 차를 멈추더니 여기서 내리면 된다고 한다. 동굴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재래시장처럼 가게들이 모여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여기에 동굴이 있다니요..

동굴 입구를 알리는 조형물, 입구를 지나 깊숙이 들어가면 옆에 사원처럼 보이는 건축물이 보인다.

동굴 옆에는 학교로 보이는 곳에서 수도복을 입은 학생들이 입을 모아 뭔가를 암송하고 있었다.

네팔은 토요일만 쉬는 날이고, 일요일에는 학교도 가고 출근도 하는 날이라고 한다. 대신 금요일에는 조기퇴근. 어쩐지 일요일인데도 거리에 사람들이 양복을 입고 다닌다 했다.


화려한 계단을 내려가면 끝인 줄 알았더니 땅속 깊이 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밑에는 시바신 조형물과, 돈을 넣으면 우유가 나오는 소 모형의 동상(?)도 있었다. 땅 밑에 이런 동굴이 있다니! 땅 밑으로 깊게 난 동굴인 줄 모르고 도수가 들어간 선글라스만 끼고 갔다가 어두워서 벽만 더듬으면서 다녔다. ㅋㅋㅋㅋㅋㅋ


다음으로는 동굴에서 나와 바로 건너편에 있는 폭포로 이동!


3) 파탈레 창고 (Devi's Fall)

스위스 부부가 이 폭포에서 캠핑을 하다가 아내가 물에 휩쓸려 실종된 후로 그들의 이름을 붙여 데비 폭포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한참 입구를 따라 들어가야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안나푸르나 산맥을 본떠 만든 조형물과 철장 사이로 폭포를 바라보는 엄마 ㅋㅋㅋㅋ

아주 세찬 물줄기가 후룸라이드를 타는 것 마냥 바위 틈새를 휘감아 돌았다.

저기에 휩쓸리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겠군...

원래 철창이 훨씬 낮게 만들어져 있었는데 얼마 전 높게 다시 세웠다고 한다. 그래서 사실 상류에서 내려오는 폭포만 조금 볼 수 있고, 나머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상상력으로 채워야 했다. 후후후


포카라 관광지를 후다닥 보고 바로 카트만두로 이동! 카트만두에서 카카 아저씨를 내려다 드리고 우리는 오늘의 목적지인 다망의 집으로 향했다.


카카 아저씨는 트레킹 시즌에는 카트만두에 머물면서 포터로 일을 하고 시즌이 끝나면 시골집으로 가신다. 네 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위의 두 딸은 벌써 결혼을 했고, 지금은 두 명의 아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술도 담배도 하지 않고 항상 조용히 미소 짓는 아저씨가 우리랑 함께 해서 참 좋았다! :)


다망네 집은 카트만두에서 35km 떨어져 있었지만, 마침 우리가 카트만두에 도착했을 때는 퇴근시간이었다.

두 시간 이상을  길 위에서 보낸 후에야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이미 캄캄해진 시각이라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꼬불꼬불 산 위를 올랐다. 그리고 저 밑으로는 각 집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별처럼 보였다. 그리고 내렸는데..!

https://www.lalapalaceresort.com/

그냥 시골집인가 했더니, 무려 팔라스ㅋㅋㅋㅋㅋㅋ

산 꼭대기에는 영업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20일 정도가 지난, 창이 아주 커다랗고 깨끗한 집이 한채 있었다.

부모님과 우리가 사용한 방 모두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바깥 전경이 아주 잘 보였고, 침구와 화장실 등등 모든 게 새것이어서 매우 깔끔했다. 후후후 이런 곳에서 지낼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D


우리가 한국에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홈페이지도 만들었다며 링크도 보내줬다. 그리고 홈페이지에는 엄마 아빠만 살아남은 가족사진이 떡하니 올라가 있었다................... 나한테 왜 그래..? ㅋㅋㅋㅋ


다망이 말하길 2015년 이 동네에도 지진의 여파가 컸다. 집이 다 무너져서 다시 집을 짓는 과정에서 보니 경치가 너무 좋은 것이었다. (홈페이지 사진 보면 바로 끄덕끄덕) 그래서 숙박 목적으로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현재는 2층까지 완성되었고 빠른 시일 내에 3층까지 올릴 예정이라고 한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앞마당에서 통나무를 태우며 달콤한 쿠쿠리 럼주, 그리고 선선한 바람과 자연을 즐겼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날 카트만두에 가지 말고 여기서 하루 더 지내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0506

룰루랄라 쉬는 날


랄라 팰라스에서의 아침은 취향저격 내 스타일이었다-

아침 식탁에는 갓 짜낸 버펄로 우유와 망고, 석류, 바나나, 삶은 계란과 감자 등이 메뉴로 올라왔다.

석류는 씨가 매우 작아서 그냥 씹어먹어도 아주 맛있었고, 버팔로 우유는 비린맛 전혀 없이 엄청 고소하고 순했다. 여기에 커피로 마무리하니 멋진 하루가 시작됐다.


다망네 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바로 현지 학교에 방문하는 것.

고레토 트렉스와 여행을 하면 1인당 하루 2달러씩 교육사업에 기부가 된다. 마침 우리 일정에 여유가 있어 직접 그 일에 동참할 기회가 생겼다. 사실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좋았지만 뭐를 나눠주고 사진을 찍고 이런 건 정말 안 하고 싶었는데 여행사를 위해서 해야 된단다. 허허허

집 앞마당에 앉아있는 동생. 저 앞마당에서는 매일 밤마다 캠프파이어가 벌어졌다.

아침을 먹고 느릿느릿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집 앞에 위치한 학교로 향했다.

학교로 가는 길- 산 비탈길 옆에 위치한 집에 버팔로 가족이 살고 있었다. 오늘 아침 우리에게 우유를 제공해 준 애들이라고 한다 ㅋㅋㅋㅋ

학교 가는 길에 저 멀리 보이는 랄라팰리스 :)


SHREE BHUMIMATA SECONDARY SCHOOL

이 학교는 평소에도 ADRF와 관계를 맺고서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는 학교였다.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2층에 도서관도 지어주고, 학생들에게 매일 급식을 제공했다고 한다. 지금은 급식소 운영은 중단했고, 바로 옆에 2층짜리 건물을 짓고 있었다.

어느 나라나 아이들은 똑같다ㅋㅋ 한 반에도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 까불이, 멋쟁이 등등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이 모여있다. 아이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그냥 웃고만 있다 왔다.

학교에서 오면서 근처 가게에서 네팔식 과자를 사 왔다.

촛밧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간식은 생라면에 레몬, 양파, 병아리콩, 견과류, 등을 넣고 섞은 것이었다.

포카라에서도 한번 사 먹었었는데, 여기가 훨씬 맛있다! ㅋㅋㅋ다 같이 둘러앉아 옴뇸뇸


그리고 다망의 형이 집에서 만들었다며 가져온 랏뚜-

쌀을 뭉쳐서 만들어 떡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랏뚜는 달달하니 아빠의 취향저격 간식이었다.ㅋㅋㅋㅋ


간식도 먹고, 간단하게 점심식사까지 마친 후 각자 개인 시간을 갖기로 했다.

부모님은 방에 들어가서 낮잠을 자다가 집 앞 산과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오셨고, 나와 동생은 밀린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바깥 그늘에 앉아 바람도 쐬다가 졸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네팔에서의 마지막 밤을 기념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시장에 다녀왔다.

다망의 형이 운영한다는 식당도 가보고, 동네 시장에 가서 버팔로 고기와 돼지고기를 사 왔다.

오토바이를 이렇게 오래 탄 것도, 산을 오른 것도 모두 처음이어서 아주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ㅋㅋㅋㅋ

달밧과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본격적인 바베큐 타임! 시장에서 사 온 고기를 꼬챙이에 꽂아서 불에 직화로 구웠다. 그리고 온갖 조미료를 뿌려 먹으면..! 짱맛이다ㅋㅋ ㅋㅋㅋㅋㅋ

열심히 바베큐를 준비해 주신 다망의 어머니와 다말라.  :)

다 같이 둘러앉아 고기도 먹고 럼주도 마시며 흥이 무르익었다.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의 배터리가 다되니 다망이 어디선가 엄청 커다란 스피커를 카트에 끌고 온다. 그리고 우리의 파티가 시작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날 알게 된 네팔 노래 레썸 삐리리(Resham firiri). 우리나라의 아리랑과 같은 네팔의 국민 노래라고 한다.

처음 들었는데도 흥얼거리게 되는 이 노래, 매력이 엄청나다. 그리고 이 노래에 맞춰 다망의 어머니는 춤을 추기 시작하셨다. 우리는 카트만두에서의 네팔 전통공연 대신 라라 팰리스에서 진짜 네팔리의 춤을 볼 수 있었다!! 정도 많고, 흥도 많으신 어머니였다 ㅋㅋ


그리고 몇 년 전 다망이 출연했다는 뮤직비디오도 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지도 못한 등장에 깜놀 ㅋㅋㅋㅋ아니, 다망이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었다니!!

본인 말로는 재미있을 것 같아 경험으로 출연했다고 했다. 이런 뜻밖의 전개 보소ㅋㅋㅋ

그렇게 깔깔 웃으며 맛있게 먹고 마시며 네팔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네팔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산 타고 고생하러 여행 간다'라고 생각했는데, 상상하지도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유쾌한 추억을 쌓았다. 라라 팰리스에 있길 잘했다!



#0507

라라 팰리스 Lala Palace -> 카트만두 Kathmandu -> 출국


이제는 진짜 헤어져야 할 시간- 또 놀러 오라고 해주시는 다망 어머니의 인사에 진짜 또 오고 싶어 졌다 ㅋㅋㅋ

어제와 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카트만두로 향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차가 많이 막히지 않아 금방 수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라라 팰리스에서 마지막 독서를 즐기는 동생, 그리고 수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보라색 꽃나무-



쇼핑은 짧고 굵게-

히말라야 립밤과 각종 크림들, 차, 쿠쿠리 럼주 그리고 꿀. 쇼핑을 단시간만에 끝냈다.

바로 이동해 점심으로 피자와 파스타, 리조또를 아주 맛있게 먹고 히말라야 자바 커피를 마셨다.


쇼핑한 물건들을 가방 속에 다시 잘 나눠 담고 이제는 진짜 헤어져야 할 시간-

한국으로 부칠 엽서를 다말라에게 부탁하는데 그때부터 뭐가 그렇게 슬프던지.. 또 번졌다 그놈의 헤어짐 병-

8일 동안 정이 많이 들었는지 눈물이 주렁주렁. 아빠도 금세 글썽글썽-, 나중에는 동생도 운다 ㅋㅋㅋㅋ(이정도면 눈물이 많은 건 가족내력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보고 다말라는 당황했다ㅋㅋㅋㅋㅋㅋㅋ

다말라가 하는 일들, 네팔을 위해 꿈꾸는 것들- 모두 다 잘 되길! 우리 모두 진심으로 바랬다.


아쉬운 이별을 하고 진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때-

남은 돈으로 공항에서 신라면을 한 사발씩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 한국에 돌아와 동생이 인바디 체중계로 몸무게를 쟀는데 체력 증가, 근육량 증가, 지방 감소 등 여러 가지 항목에서 '축하합니다'라는 메세지가 떴다고 한다- 이렇게 단기간에 건강증진 효과를 볼 수 있다니!!

이 이야기를 듣고 혹한 사촌들과 산악회도 결성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팔 여행 동안 얻은 게 참 많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우리 가족은 한동안 네팔 이야기를 멈출 수 없었다.




우리가 왜 하필 히말라야에 갔느냐고?

나도 잘 몰라- 그냥, 히말라야가 우릴 불렀어!








매거진의 이전글 Trekking day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