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8박 10일의 여정을 앞두고 내가 준비한 것들.
그러게.. 우리는 왜 히말라야, 네팔로 떠났을까-
어디로든 가족여행을 떠날 생각은 있었다.
부모님은 내가 몽골에서 돌아오면 한국에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간단히 여행을 하면 한국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셨고, 마침 동생도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이 여유로운 상태라 귀국 기념 가족여행을 계획하게 됐다.
그래서 왜 히말라야였냐고?
글쎄..
사실 처음에는 따뜻하고 해산물과 맛있는 과일을 실컷 먹을 수 있는 곳을 생각했다.
하지만 동남아 지역은 3월 말부터 최고의 더위를 향해 기온이 올라가고 있었다. 더워? 그렇다면 미련 없이 패스-
그때 딱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곳이 바로 히말라야 트레킹이었다.
내 주위에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온 사람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들 모두 입을 모아 히말라야를 예찬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만났던 몇몇 코이카 선생님들도 네팔과 친절한 네팔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우연히 스쳐 지나갔던 이야기들이 내 안에 조금씩 남아있다가 이때다 하고 내 생각을 장악했다.
사실 처음에 동생에게 히말라야에 대해 꺼냈을 때에도, 엄마 아빠에게 말했을 때에도 그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히말라야 트레킹? 네팔?? 음.. 그래서 거기를 혼자서라도 가겠다고?'
....... (이 여행이 땡기지 않는 가족들.. ㅋㅋ)
하지만 며칠 뒤 우리는 벌써 인터넷 면세점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었다.
#항공권
4월 29일(월) 13:30 pm 인천 국제공항 -> 4월 29일(월) 17:50 pm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
5월 7일(화) 19:40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 -> 5월 8일(수) 05:05 인천 국제공항
한국에서 네팔로 가는 항공권의 경우 직항과 경유의 장단점이 아주 뚜렷하다.
대한항공은 매주 월, 화, 금요일에 네팔까지 직항 편을 운행하며, 운항시간은 보통 7시간. 가격은 대략 90만 원선이다.
네팔까지 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중국 항공등 기타 항공사를 이용한 경유 편이 있다.
이 경우에는 항공권 가격은 반값(약 40~50만 원)이지만, 이동시간은 24시간 이상이었다.
나 혼자 간다면 저렴한 항공권을 구매했겠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가는 것이니 이번에는 직항 고고
#네팔
히말라야 산맥을 중심으로 남쪽은 네팔, 북쪽은 티베트(중국)로 나눠진다.
네팔은 한반도의 약 2/3 크기로,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해있다.
총인구는 대략 3000만 명.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수도인 카트만두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2008년 민주공화국으로 바뀐 후 힌두교가 국교는 아니지만 여전히 국민의 대다수가 힌두교를 믿고 있다.
네팔은 대부분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 경작 가능한 토지는 전체의 16.1%밖에 되지 않으며, 영구적 초지는 전국 토지의 1% 정도라고 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전체 취업인구의 약 80%가 농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농업분야는 전체 총생산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1999 기준)
# 일정
사실 트레킹을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안나푸르나가 어딘지, 에베레스트가 어디 붙어있는지 1도 몰랐다..ㅋㅋㅋ
우선 각 지명의 이름도 너무 낯설었고, 뭐랄까.. 어차피 오르면서 다 알게 될 텐데... 굳이 미리 많이 알고 싶지 않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주요 트레킹 지역]
안나푸르나 트레킹 지역: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푼힐 전망대,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랑탕 트레킹 지역: 랑탕 + 코사인쿤도 + 헬렘부
쿰부히말 트레킹 지역: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칼라파타르, 로쿄피크+렌죠패스, 에베레스트 뷰 트레킹
어디선가 주워듣고 처음에 내가 가고 싶다고 했던 곳은 랑탕이었다.
랑탕에 가고 싶다고 한 이유는 명확했다. 한국인들에게 그나마 덜 알려진 곳, 즉 한국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가는 곳이기도 하고, 첫 산행이기도 해서 우리의 목적지는 '푼힐(Punhill)' 전망대로 변경되었다. 우리의 상황을 듣고는 추천해준 것이니 뭐 알아서 해주셨겠거니 했는데, 다녀와보니 내 체력과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첫 산행으로는 이 정도가 딱 좋았다. 하하하
우리의 전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4월 29일(월) 17:50 카트만두 도착
4월 30일(화) 카트만두 -> 포카라 이동 (by 버스)
5월 1일 (수) - 트레킹 1일 : 포카라 Pokhara -> 울레리 Ulleri
5월 2일 (목) - 트레킹 2일 : 울레리 Ulleri -> 고레파니 Ghorepani
5월 3일 (금) - 트레킹 3일 : 푼힐 전망대 Punhill, 고레파니 Ghorepani -> 타다파니 Tadapani
5월 4일 (토) - 트레킹 4일 : 타다파니 Tadapani -> 간드룩 Ghandruk -> 포카라 Pokhara
5월 5일 (일) 포카라 -> 카트만두 -> 무민바탓: LALA Palace (by 버스)
5월 6일 (월) LALA Palace 휴식
5월 7일 (화) LALA Palace ->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
5월 8일 (수) -> 05:05 인천 국제공항 도착
전체 트레킹은 약 3박 4일.
그리고 나머지는 이동시간과 쉬는 시간이었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 이동하는 경우, 비행기와 버스의 2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 우리는 과감히(?) 버스를 선택했다. 비행기로 이동해 시간을 조금 단축한다고 해도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다녀오기에는 어차피 시간이 부족했고, 버스로 오고 가면서 네팔의 모습을 조금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가족은 몽골의 오프로드를 푸르공으로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리하여 전체적인 일정과 비행기, 그 외의 것들은 다 정해졌다!!
#가이드
히말라야에 가겠다고 어느 정도 결심을 굳혔을 무렵에도 어디서부터 준비를 해야 할지.... 이런 여행 준비와 계획하기는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ㅠㅠ
그때 동생이 일하면서 알게 된, 네팔의 사회적 기업 고레토 트렉스(Goreto treks)를 소개해줬다.
결과적으로 네팔에 발을 디딜 때부터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차량, 숙박, 식사 등등 모든 것을 알아서 해줬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도 됐다. 특히나 한국 마케팅(?)비스무리한걸 맡고 계시는 것 같은, 네팔경험이 빠삭한 이pd님을 만나서 현지사정을 미리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인터넷으로 아무리 찾아도 달래지지 않는 미지에 대한 불안감이 싹 가시고, 어떻게든 갈 수는 있겠다는 안일함이 생겼다. 껄껄
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 1인당 하루 2달러씩 필요한 곳에 기부가 된다.
함께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바에 따르면 우리의 가이드는 네팔의 교육분야에 중점을 두고 여러 가지 지원 사업을 펼치는 NGO단체인 ADRF(Africa asia Development Relief Foundation-아프리카 아시아 난민 교육후원회) 소속으로, 계속해서 감소하는 외부의 후원을 충당하고, 자생을 목적으로 고레토 트렉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고 그저 좋은 일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만 알았다. 다른 곳을 더 알아보기도 귀찮아서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바로 진행했는데 계획서와 준비물 리스트를 받고 나니 더 이상 이 여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다.
그동안의 경험에 따르면 미지의 자연을 탐험하는 여행에서는 시간과 가격을 미리 정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여행길 위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받은 계획표는 보기 좋게 부풀려지지도, 너무 성의 없는 것도 아닌- 딱 지킬 수 있는 만큼만 명시되어 있었다.
(특히나 우리는 가족 여행이었기 때문에 더욱 융통성 있게 일정을 바꿀 수 있었다)
가이드였던 다말라는 한국어는 그리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알아들었고, 필요할 순간에는 적절하게 한국어를 사용했다. 그렇지만 주로 소통은 영어로 했다. 우리는 둘 다 원어민이 아닌 제2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구사하는 수준이었는데,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때로 여행 중에 한국어에 능숙하다 못해 너무 한국화 된 현지 가이드로 인해 불편한 상황이 왕왕 발생하는 것을 목격한 이후로는 한국어를 너무 잘하는 사람은 오히려 내가 조금 불편하다)
우리 가족의 여분의 짐을 책임져주신 포터 카카(네팔어로 아저씨라는 뜻)는 영어를 이해는 하시지만 말은 잘 못하시는 분이셨다. 언어가 없이도 사람은 소통할 수 있다. 표정과 손짓으로, 때로는 통역의 도움을 받아가며 우리는 꽤나 즐겁게 여행을 했다.
# 준비물
히말라야 트레킹에 대한 정보는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부족한 것은 현지에서 충분히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짐 싸기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특별히 챙겨간 것 위주로 써본다-
1) 먹거리
우리는 각자 45L, 60L 크기의 배낭을 챙겼고, 공통 캐리어 1개를 가져갔다.
비상식량이 캐리어의 가장 큰 부피를 차지했다. 비상식량이라 함은 산행 중 먹을 온갖 간식들 (감자칩, 쪼꼬렛, 캔디류, 양갱, 소세지, 껌 등)과 인스턴트 된장국, 미역국이 포함됐다.
(경험에 의하면 김치보다는 국 종류가 속을 달래는 데에 훨씬 도움이 된다. 네팔을 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1순위로 인스턴트 국을 추천하고 싶다. 인스턴트 된장국을 뜨거운 물에 풀어서 밥을 말아서 후루룩 먹으면 세상에 아쉬운 게 없어진다)
간식은 각 날짜별로 개별포장을 해서 엄마가 그날그날 나눠줬는데, 실제로 내가 먹은 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
먹지 않고 남은 간식들은 주로 트레킹 중에 만난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먹지도 않을 것을 뭣하러 가져갔냐고 물어본다면 중간중간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면서 친한 척도 해보고 같이 노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대답하겠다. 껄껄껄 :-)
2) 의류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포카라 숙소에 산행에 필요하지 않은 짐들은 맡기고 다녀올 수 있었다.
우리가 등산을 했던 5월 초는 우기를 코앞에 앞두고 있는 여름이었다. 산 아래는 25도 이상의 뜨거운 햇볕이 쨍쨍했지만, 트레킹 중에는 아주 쾌적했다.
산속 그늘은 시원했고,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쌀쌀해졌다. (매일 밤에는 침낭 위에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잤다) 그럼에도 하루의 산행을 마치면 옷이 홀딱 다 젖었다. 우리가 올라가는 곳은 최고가 3200m로 고산병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곳이었고, 모든 숙소에서 핫 샤워가 가능했기 때문에 매일매일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발에 잘 길들어 있는 등산화와 가벼운 슬리퍼(나는 크록스를 가져갔다)를 챙겼다.
3) 그 외
그 외에 여기저기서 받은 조그만 연필, 색연필 세트와 손톱깎이 세트, 선물 받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닌 악세서리, 파우치, 키링 등 현지인들에게 선물이 될만한 것들을 챙겨갔다. 사실 저것들이 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 집에 묵혀두는 것보다는 유용하게 사용될 것 같아 산행을 다니며 만난 네팔 어린이들에게 다 나눠주고 왔다.
집에 와서 보니 아이들에게 줄만한 것들이 아직도 여기저기서 많이 보인다. 허허
4) 그리고 체력
사실 2년의 몽골 생활 중 돌아오기 전 마지막 1년은 운동 없이 살았고, 한국에 돌아온 후 시골집에서도 그 생활을 똑같이 이어갔다. 이는 다시 말하면 내 체력이 아주 바닥이었다는 뜻이다.
우리가 갈 푼힐은 그리 어려운 코스가 아니라고 듣기도 했고, 혼자서 운동을 할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 워낙에 기초체력이 있었으니, 어떻게든 짜내면 올라갈 수 있을 듯했다. 이런 교만한 생각을 가지고서 동네 뒷산도 한번 오르지 않고 모든 고통과 괴로움은 미래의 나에게 맡긴 채, 네팔로 날아갔다.
과연, 나는 무사히 산을 오를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