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살다보니 세상이 다 사기 같아.

김웅 검사의 <검사내전 1>

by 오윤

김웅 검사가 쓴 <검사내전>은 솔직하고 위트 있으며 재밌다. 글은 요렇게 쓰는 거구나, 비유의 달인 김웅 검사를 보며 샘이 나기도 했다. 윤석렬, 조국사건, 대검찰청 등등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검찰의 메인 무대가 아니라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형사부 검사, 생활형 검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13-2 검사내전 김웅.jpg 출처: 노컷뉴스

그의 이야기는 조금은 억울한 마음에서 시작한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 했다고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해!! 검사 동일체. 위에서 사고를 치면 아래에 있는 사람들까지 모조리 욕을 먹는 것, 아 지긋지긋하다.”


그가 볼 때 자신이 밥벌이를 하는 검찰은 거악의 근원도 아니고 반대로 불의를 일거에 해결하는 영웅도 아니다. 드라마, 영화, 언론에서 묘사하는 검사의 모습과 현실 사이에는 항공모함 서너 개는 교행할 수 있는 간격이 있고, 검사라는 직업은 모든 직업이 그런 것처럼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 못하나일 뿐이다. 그 나사못이 담당하는 일이란 그저 자신이 맡은 철판을 꼭 물고 있는 것. <검사내전>은 김웅 검사에게는 거악을 일소하지는 못하더라도 대한민국이라는 큰 배의 나사못 역할이나 제대로 해보자고 선의를 불태웠던 시절에 대한 아쉬운 기록 정도 되겠다(김웅, 2018, p. 5~7.).


생활형 검사인 김웅 검사가 가장 많이 경험한 사건은 “사기”사건이었던 것 같다. 그는 대한민국의 사기꾼들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한해 24만 건의 사기사건. 사기꾼은 어지간해서 죗값을 받지 않는다. 사기꾼이 구속될 확률은 재벌들이 실형을 사는 것만큼 희박하다. 설사 구속되다하더라도 쉽게 구속적부심이나 보석 등으로 풀려난다 이런 천혜의 환경으로 우리나라 사기범의 재범률은 77%에 이르고, 사기범의 55%는 5개 이상의 전과를 가지고 있다(같은 책, p. 22).”

개인적으로 깜짝 놀랄만한 수치였다. 이 수치를 보면서 어쩌면 저자거리에서는 공수처가 되든 말든,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든 말든~~ 사기꾼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기 공화국에서 정치권이 무슨 짓을 하든 법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 우리가 법조계를 바라볼 때 육두문자와 더불어 한숨이 나는 것도 어쩌면 수많은 다종다양한 사기꾼을 대하는 법의 자세 때문이지 않을까? 잠깐 그런 생각을 해봤다.


저자 김웅은 보통 사람들은 절대 사기꾼을 이길 수 없다고 단언한다. 왜냐면 이들은 목숨을 걸고 뛰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례


“후덕한 인상의 할머니. 사기 전력만 34회다. 수백억 원대 어음 사기를 귤 까먹듯 태연히 저지르는 연쇄 사기마다. 사기 수법은 조자룡 헌 칼 쓰듯 현란 정확해서 그가 한 번 나서기만 하면 수많은 중소업체들이 장마철에 감꽃 떨어지듯 줄줄 도산했다. 수법은 1년 정도 어음으로 충분히 신용을 쌓은 후 한꺼번에 엄청난 양의 물품을 구입한다. 이 대량의 물품을 외상으로 구입한 후 이를 땡처리 시장에 헐값으로 팔아치우고 유유히 사라진다(같은 책, p. 52)”


김웅 검사는 이 정도 사기꾼은 야산에서 멧돼지 보듯 흔한 일이라고 말한다. 법을 너무 기막히게 잘 알아 어떻게 하면 법망을 피해갈지에 대해서도 고수들이고, 대형 사기꾼들의 경우 힘있는 사람들과의 연줄도 강해 전관 변호사를 대동해 검사실에 등장하기도 한다. 자신을 변호하는 것보다 상대방을 음해하면서 사건을 뒤죽박죽 만들어버리는 고수이기도 하고, 정 안되면 자신은 사회적 약자이고, 검사들이 불합리하게 자신을 괴롭힌다는 눈물 연기도 프로급이다. 그는 사기범죄에 대해 이런 저런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런 말을 전한다.


“결국 마법사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정치와 권력의 힘은 성층권에서 행사되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비열하고 무서운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 수사가 끝나면 늘 쓸쓸하다. 인간의 비열함과 추함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공감과 책임감을 벗어버린 진정한 돌연변이들은 자신이 사회적 약자라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구속되는 것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고 이야기한다(같은 책, p. 56~62).”


그는 우리나라 형사 소송에서 “피해자의 반신불수보다 피고인의 치질이 더 중병 취급을 받는다”며 그것을 지켜보는 피해자들은 심장이 구겨지듯이 괴로우니 제발 범죄 피해를 당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피해자는 우리나라 법정에서 2등 국민에 불과하다는 거다(같은 책, p. 80). 그리고 적어도 사기 범죄에 있어 피해자는 거의 대부분 가난하고 허약한 존재들, 겨울이 끝난다고 해서 봄을 기대할 수 없는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이라 말한다. 사기범죄에 대해 수사를 하다보면 많은 피해자들이 설마 자기처럼 아무 것도 없는 불쌍한 사람을 등칠 줄 몰랐다며 흐느낀다고 한다. 이에 대한 김웅 검사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강씨는 조사를 받으면서 할머니가 설마 자기처럼 어렵고 힘든 사람을 등칠 줄 몰랐다며 흐느꼈다. 그러나 만만한데 말뚝 박고, 생가지보다 마른 가지 꺾는 법이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니까 사기 치는 것이다. 1960년대 탄자니아에서 침패지를 연구한 제인구달의 연구. 침팬지 무리가 다른 무리를 공격할 때는 영토를 침범당하거나 위협을 당할 때가 아니라고 한다. 그 무리가 약할 때라는 것이다. ... 선의는 자신이 베풀어야 하는 것이지 타인에게 바라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기꾼은 없는 사람, 약한 사람, 힘든 사람, 타인의 선의를 근거 없이 믿는 사람들을 노린다(같은책, p. 98).”


우리나라에서 사기 등 범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친구들은 돈은 없고, 순진하며, 세상은 그래도 좋은 사람이 많다고 믿는 젊은 친구들이다. <검사내전>에는 이 젊은 친구들과 얽힌 사례들이 꽤 두텁게 나오는데 하나하나 마음이 아프다. 대표적 사례 몇 개


취직 후 대학 후배와 결혼한 영민씨. 넓고 넓은 서울 하늘 아래를 뒤지고 뒤져 전철역이 결혼한 첫사랑보다 멀리 있는 7층짜리 원룸 빌딩에서 반지하방을 얻었다. 문제는 이 원룸 빌딩과 얽힌 어른들이 탐욕스러우며 철면피들이라는 거다. 살면서 만나서는 안 되는 괴물을 만난 영민씨. 영민 씨가 얻은 원룸 빌딩에는 35억 원이 넘는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었으며, 반지하방에는 쿰쿰한 곰팡이들이 프레스코 벽화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가난하고 어리숙한 영민 씨 같은 청춘들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혹해 전세보증금을 내주고, 바로 그때부터 덫에 걸려버린다(같은 책, p. 113~116).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기꾼들의 변명은 심플하다. 새로운 전세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아 보증금을 갚지 못했고,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는 변명. 이렇게 되면 돈을 받을 방법이 요원해진다. 젊은 시절 이런 위기를 겪으면 삶이 큰 위기에 빠져버린다. 젊은 시절 전세금이라는 것은 재산의 모두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정신적 충격도 크게 받고 세상에 대한 믿음도 사라진다.

영민씨는 김웅 검사 앞에서 울부짖는다.

“법은 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무관심합니까?”


이 목소리에 대해 김웅검사는 이렇게 말한다.

“울부짖은 영민씨의 목소리.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말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 그리고 이렇게 나빠진 데는 나도 한몫했을 것이다.. 지금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법은 공정해야 하는가?’, ‘공정은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인가?’ 등등. 모두 이런 이야기를 다투듯 떠들어댄다. 하지만 약자의 고통이나 불공정에 대해 진정 공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권력을 쟁취하려는 수단이든지, 대중의 인기를 끌기 위한 선동에 불과하다(같은 책, p. 118)”


그는 어른으로서의 부채의식 때문인지, 이 사건을 깊게 들여다봤고, 사기꾼의 변명을 깰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모든 사람들에 대한 모든 사건을 긁어모아 원룸 빌딩과 얽힌 괴물들의 사기 수법을 낱낱이 드러낸다. 사건을 해결한 후 김웅 검사는 영민씨를 만난다. 그 만남의 시간을 기록으로 남긴 이야기는 정말 아프고 따뜻하다.


“영민씨를 만났다. ‘정의는 지각할 수 있지만 결근하지 않는다’라든가 나도 믿지 않는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바보 같게도 나는 그에게 살다보니 세상이 다 사기 같다고 말했다. 영민 씨 같은 사람에게 세상은 더욱 그렇다고 했다. 청년에게 희망을 주라는 말도 사기라고 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식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특혜를 준다. 청년에게 위로를 건넨다는 교수나 종교인도 정작 관심은 다른 것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정의와 법치주의를 부르짖는 검찰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사기의 주연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개처럼 일하는 형사부 검사들의 선의와 신실함이 이 사기의 화려한 기술로 악용되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세상은 늘 영민 씨 같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과 기대를 훔쳐 가는지도 모른다. .... 내가 이런 짓을 하는 것은 국가대표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다. 때로 실망을 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언제까지나 세상의 영민 씨들을 응원할 것이다(같은 책, p.125).”


어쩌면,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검찰개혁, 사법개혁이라는 게 있다면 그 모습의 본질은 이런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법은 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무관심합니까?”

이 울부짖음에 진심으로 귀 기울일 수 있는 마음과 응원할 수 있는 능력. 이 세상이 그의 말대로 다 사기 같다하더라도, 국가의 공권력이 이 시대의 국가대표들을 영악하고 사악하며 파렴치한 사기꾼들로부터 보호하고 응원하는 것.


또 하나의 사례.

모델이 꿈인 수민씨 이야기. 모델 에이전시 모집 광고를 우연히 본다. 전화를 해 찾아가보니 이런 이야기를 한다.

“자신들과 계약을 하면 성형 비용을 100% 지원해준다. 단 도망가는 경우가 있으니 자신들이 지정하는 대부업체에 대출을 받고 그 대출금을 담보조로 자신들에게 넘겨줘야 한다.”

이후 이야기는 우리가 찌라시 사회면에서 너무 많이 들어온 내러티브다.

“일감은 없고 사채빛이 늘어난다. 어느 날 김이사라 불리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역삼역 5번 출구, 방송사 실력자라 하는 자의 승용차에 올라타라고 했다. 남자는 그녀를 모텔에 데리고 갔다. 나올 때 남자가 100만원을 줬다. 그 중 김 이사에게 80만원을 건네준다. 그날 이후 수민 씨가 겪은 일은 처참했다. 싱가포르에서 파티매니저로 근무하면 한 달에 6,5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황전무 말에 속아 그 곳에서 란제리쇼와 성매매를 한다. 물론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늘어나는 사채에 더욱 시달렸고, 설대표와 잠자리를 가졌고, 김이사가 만든 성인방송에서 BJ를 하고 060 음란전화를 하게 된다. 부끄러움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법정에서는 피해자들이 허황된 꿈에 사로잡힌 철없는 여성들로 매도되었다. .... 자기들끼리 대표, 전무, 이사로 불렀던 괴물들은 법정에서 반성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정작 피해자인 수민씨에게는 검찰에서 피해 진술을 하거나 불리한 증언을 하면 합의를 해주지 않겠다고 위협한다. (같은책, P 132~136)”


이 사건을 소개하면서 김웅 검사가 청년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냉철하고 날카롭다.


“가장 좋은 먹잇감은 새끼들이다. 부모를 떠나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은 범죄의 손익은 먹잇감이다. 청년들이야 발끈하겠지만 야수 같은 사회에서 그들은 물 밖에 나온 물고기와 같다. 물론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 야수는 소수다. 그러나 평생 야수 한 마리 안 만나겠는가. 야수 한 마리로도 세상은 충분히 지옥이 될 수 있다. 청년들이 쉬운 먹잇감이 되는 이유는 자신들이 초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쉽게 믿고 한번 믿은 것은 쉽게 바꾸지 못한다.... 생존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야수를 만나면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청년들은 문제가 터졌을 때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초동 대응부터 문제다. 일이 터지면 혼자 해결해보려 한다. .. 일이 커지면 세상에 대해 자기만큼이나 알지 못하는 친구나 선배에게 의지한다. 기껏해야 1~2년 더 산 사람들이다. 그런 선배들의 조언을 믿는 건 63빌딩에서 뛰어내리면서 우산 대신 파라솔을 드는 것만큼 허망하다(같은책, P 132~136).”


그리고 이 세상의 가장 좋은 먹잇감인 사회적 약자, 소수자, 좋은 친구들을 노리는 범죄자(피의자)에 지나치게 관대하고 피해자에 무심한 우리의 사법제도를 아쉬워한다.


“파렴치범들은 다른 가치관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들을 개과천선시켰다고 생각하는 것은 백면서생이 꿈꾸는 상황극일 뿐이다. ... 죄지은 자들의 갱생과 재활을 위해서 그렇게 많은 돈을 쓰면서 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지원을 하지 않는지 짜증이 났다. 그녀들은 주변의 도움이 절실했다. 정의를 외치는 많은 단체와 변호사들 중에서 수민 씨 같은 피해자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것이 명예나 정치적 입지를 주는 것이었다면 그렇게 무관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P. 136~137).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저자거리에서 일어나는 막장보다 더 막장 같은 이야기를 보고 듣고 한숨 쉬는 검사들의 삶도 참 녹록치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김웅 검사의 문체는 따뜻하면서 차갑고, 웃기면서도 아프고, 시종일관 배면에 깔린 정서는 슬픔와 분노였다.


관념, 개념, 이론을 넘어 이런 생활 밀착형 이야기를 보고 읽고 쓰다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이 세상이 참 엿같다고 생각해도, 그 엿같은 세상에서 그래도 세상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가는 것은 바로 이런 삶과 이야기들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다음 장에서 김웅 검사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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