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주식 열풍, 집값폭등, 전세대란을 마주하며...
모든 사적인 것은 정치적이다. 특히 돈의 영역은 그렇다. 동학 개미, 주식 열풍, 전세 대란, 코스피 등등
한 개인이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살 집도 구해야 하고, 부모님 댁에 보일러라도 놓아 드려야 하고, 결혼기념일이면 마눌님 선물도 사야 하고, 분유값도 쟁겨놓아야 하고, 노후도 준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 생활 초년병 때는 보험회사에 취업한 친구들의 추천으로 이런저런 보험 상품에 가입하기도 하고, 은행에 취업한 친구들의 설득으로 펀드에 들기도 하고, 술자리에서 누가 빚을 내 집을 샀다고 하면 나도 한 번 사볼까, 망설이기도 한다. 보험, 은행, 주식, 부동산, 어떤 영역의 어떤 속삭임이든 복잡한 워딩이 빼곡하게 써진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순간, 그 결정은 모두 사적인 결정이고, 세상은 이 모든 결정이 나의 자유 의지에 따른 것이라 말한다.
과연 그럴까? 적어도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일단 자유 의지를 가지기에는 경제라는 영역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더불어 부동산, 펀드, 주식, 보험, 소위 돈을 굴리는 영역에서 정치와 무관한 지대는 없었다. 돈이 흐르는 곳에는 늘 정치권력이 또아리를 트고 있었고, 누군가 만든 정책에 의해 수로의 방향이 바뀌곤 했다.
하물며 탈규제, 신자유주의 어쩌구 저쩌구를 떠들어대던 시절도 예외는 아니었다. 누군가는 수혜를 입었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다. 수혜를 입는 자는 늘 권력과 가까운 편이었고, 당연히 눈물을 흘린 사람은 대부분 중산 계급 이하, 권력과 멀고 돈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이었다. 그렇다. 너도, 나도 돈에 무지한 게 죄였고,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강남의 갑부가 아닌 게 죄였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모의 지갑은 논외로 치고, 돌아보면 난 이제껏 돈에 대해 바보였다. 아니 어찌된 일인지 돈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불경시하기도 했다. 화폐가 화폐를 낳는 금융소득을 불로소득이라 무시했고, 금융에 투자할 시간에 나의 일터와 가정에 좀 더 충실하게 투자하는 것이 당연히 윤리적이라 생각했다. 이건 20세기 새마을 운동, 쌍팔년도 교육을 받은 아재이기 때문일까?
열심히 일을 합시다! 그러다보면 집도 사고, 부자도 될 겁니다.
정말?
에이 설마....
이 쌍팔년도 스타일의 당연함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집 앞에 널려있는 부동산 중개소에 붙어 있는 아파트 가격이 매주 최고가를 경신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다. 이 당연함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내가 열띰히 일하는 시간 빈둥빈둥 주식창과 아파트 시세만 쳐다보던 어떤 놈이 수십 억대 자산가가 되는 일들을 마주하면서다.
이게 뭐지? 뭔가 당한 느낌이 드는 것은 뭘까?
이 질문은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닐 거다.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데 전세금이 너무 올라 도저히 저축통장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한 사람, 친구들이 은행 빚 내 산 아파트가 20억이 되었는데 나는 여전히 무주택자인 사람, 주식창만 바라보던 어떤 친구들은 순식간에 몇 억대를 굴리는 자산가가 되었는데 내 적금 통장은 여전히 몇 천만원대를 오가는 신세인 사람.
동학개미라는 신조어는 아마도 이런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이게 뭐지?”에 대한 답변일 것이다. 설상가상 AI다 인공지능이다 코로나 19다 하여 취업문은 좁아지고, 여기저기서 비트코인이다, 주식이다, 부동산이다하여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전업으로 투자에 뛰어든 청년들까지 합쳐지면 이건 동학혁명, 프랑스혁명을 넘어서는 군단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을 거다.
우리가 하루에 쓸 수 있는 가용 시간이 한정된 상황에서 동학 개미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러니깐 가정과 노동이라는 전통적 가치를 넘어 돈이 돈을 낳고, 돈돈돈에 주력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영끌을 하지 않으면 일터(대부분 서울에 있잖아!!!)에서 한 시간 내에 출퇴근이 가능한 곳에 집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에 완전히 돈에 무관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 어쩌지?
어쩌면 지금 시대에 필요한 것은 뜨거운 (돈에 대한) 욕망과 무심 사이에 균형 감각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돈에 대해 조금의 이해와 조금의 공부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돈을 지키고, 굴리는 방법에 대한 연마, 그리고 좀 더 길게는 “돈”을 선용하는 방식에 대한 자기 방법론의 연마.
이 이야기는 그리하여 자기배려를 위한 “돈” 사용설명서 되겠다.
자리배려를 위한 Money, 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