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누구도 시장을 예측할 수도, 이길 수도 없다.

by 오윤

일찍이 호모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가장 강력한 힘은 거짓말할 능력이라 설파한 유발 하라리의 주장은 정말 중요한 통찰인지 모르겠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의 이야기는 거짓말이 난무하고, 그 거짓말은 종종 권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역사를 쓴다. 언론, 기업, 정부가 서로 상생하고 경쟁하면서 이 거짓말을 지탱하고 부추기면서 말이다.


거짓말, 사기, 구라, 거짓 희망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한 개인이 돈을 잃지 않고 생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어찌 알까? 다만 지난 몇 개월 돈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하나가 있다면 예측 불가능한 시장을 내가 이해할 수 있다는 오만이 생기는 순간, 구렁에 빠진다는 거다.


4-1 예측.jpg 출처: utoimage.com


수많은 거짓말이 오가는 시장은 자주 집단과잉 정서를 잉태하고, 매 순간의 결과들은 그 순간, 그 시간, 집단지성(??)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이것을 이해하는 것도 해석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 순간을 느끼는 수밖에 없다. 어느 주식의 가격, 부동산의 가격,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그럴듯한 논리와 지표, 수치들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가격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토대로 세상의 이야기가 구성된다. 그래서 투자는 늘 차분하게 관찰되고, 가격에 새겨진 세상의 이야기를 침착하게 해석하며 그다음 나의 행동을 결정해야 하는 법인 것 같다. 누구도 시장을 이해할 수도, 예측할 수도, 이길 수도 없다. 시장, 가격 앞에 겸손해야 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는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 것일까? 부동산은 일단 논외로 하고(지금의 합법적 약탈 환경에서는 도저히 공부를 해도 답이 없다 ㅜㅜ. 언젠가 공부할 시간이 있을 거라 믿으면서~~)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 시장을 보자. 기업의 가격은 어떤 공식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과거 매출액이나 수익성에 대한 평가,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감, 기업의 독점적 점유율, 현금 안전성 등은 가격에 잠재한 성질이다. 성질에 대한 이해는 투자의 전제조건인데 이는 공부 이외에는 답이 없다.

분석 전문가들인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읽고 이해해야 하고, 현금 흐름표나 재무제표를 보면서 흐름과 특징들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주가의 흐름을 보면서 시기적으로 지금이 어떤 기운에 있는지도 알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기만의 기준이 있어야 하는 거다. 여기에는 시간과 에너지, 그러니깐 노동과 공부가 요구된다.


꼭 해야 돼?

사실 많은 공부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내가 번 돈을 누군가 빼앗아 가지 않은 정도의 공부, 새어가는 돈을 막을 정도의 공부는 필요해 보인다. 내가 돈을 벌고, 돈을 넣어 두고, 돈을 쓰는 세계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그 세계에서 나만의 방법론, 돈을 모으고 굴리는 원칙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다.

그렇다면 이 원칙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나의 경우 두 사람의 스승을 두기로 했다. 투자 공간의 모든 날씨를 반영한 올웨더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유명한 레이달리오, 가치투자의 대가 워렌버핏, 그리고 10여년 전에 사두었다 그냥 책꽂이에 꽂아둔 박경철의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도 읽고, 허영만의 <부자사전>도 읽고, 돈의 기원을 찾아 <돈: 사회와 경제를 움직인 화폐의 역사>같은 책도 읽고, 내가 볼 때 가장 맛깔나게 경제 이야기를 써내는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의 이야기도 힐끔거리고, 여기저기서 추천하는 유튜브 채널들도 짬짬이 보게 되었다. 모두가 인정하는 두 스승을 축으로 여러 집단 지성을 이용하는 모양새라고 할까? 그리고 매일 10분씩 금융, 주식 관련 이야기들과 수치를 구경했다. 물론 구경만 한 것은 아니다. 매달 50만 원씩 직접 주식에 투자를 했다.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아 스터디한 종목도 있고, 내가 스스로 발굴한 기업도 있다.


결과는?


4-2 가즈아.jpg 출처 : iclickart.co.kr


오른 것도 있고, 떨어진 것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같은 기간 시장 전체의 변화와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삽질을 한 걸까? 그냥 시장 흐름에 맡기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알고 맡기는 것과 알지 못하고 맡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 그리고 관찰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여기서 행동이라는 것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의 행동이다. 아무리 스터디를 하고, 내 스스로 이 타이밍이다 싶어 들어갔다 하더라도, 손실이 나면 “아, 내가 지금 시장의 마음과 달리 움직였구나.” 인정하고 던져야 할 때가 있는 거다.


화장품 소재, 원료의약품 전문기업이 있다. 이 기업의 미션은 “Total Solution for Human Better Being" 인류가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최고의 솔류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자. 멋지지 않은가? 말만 번지르한 게 아니다. 이 회사는 화학물질을 배제한 친환경 제조 프로세스로 화장품 소재를 제조, 판매하고 있고, 호흡기치료제, 고혈압치료제 등 고령화, 미세먼지 등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원료 의약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 CEO는 과학자로 좌우명이 “남에게 이득이 되어야 나에게 이득이 된다”. 꺅~ 이 정도되면 이윤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차트를 보니 시장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이 회사에 대한 투자 목적은 모두 다르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상승, 상승, 상승하는 기운이 보였다.

“그래 결정~ 사자!”

50만원치를 샀다. 그리고 그날 이후 일주일 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거 좀 심한데... 그러니깐 너무 빨리 오르는 거다. 일주일 사이 수익률이 15%를 넘어섰다. 이런 가파른 상승은 반드시 가파른 하락을 마주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상승을 주도하는 자들이 이른바 단타로 치고 빠지는 세력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일단 후퇴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기업이 좋아도(이 역시 100% 확신할 수는 없는데..) 지금은 거품이 너무 많이 껴서 곧 무너질 것 같은데...”

그러나 후퇴가 쉽지는 않았다. 계속 오르는 데 어떻게 팔아? 게다가 주식창을 볼 시간도 없을만큼 바쁠 시기였다.


4-3 테마주.jpg 출처 : 연합뉴스


불길한 예감은 대개 곧 현실화된다. 매수 후 거의 2주일 꾸준히 올라 15%의 수익률을 보이던 주가는 단 반나절만에 -13%로 고꾸라졌다. 이게 워낙 드라마틱하여 그 사이에 손 쓸 시간도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 손절매를 해야 할까? 버텨야 할까? 참 주식이라는 게 버라이어티하구나. 수익률이 -10%면 무조건 손절매를 하기로 정했는데, 웬걸, 시장은 그럴 시간도 주지 않았다. 맙소사.

결국 이 주식은 -15%에서 손절매했다. 지탱하던 시장의 힘이 급격하게 붕괴될 때 일단은 그 산에서 멀리 떨어지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마음이 씁쓸하고 움켜 쥐고 싶고, 좀 더 매수를 해 평단가를(1주당 투자 금액)를 낮추고 싶어도 버리는 게 좋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만약 그때 손절매를 하지 않고 부여잡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그것을 꼭 부여잡고 있었다면 수익률 –30%가 되었다.


복기해보면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나의 위치가 애매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단기 투자를 원하는가? 장기 투자를 원하는가? 내가 만약 단기 투자자, 그러니깐 달리는 말에 올라타 순간적인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투자자였다면 적당한 지점에서 하산해야 했다. 여기서 적당한 지점이 어디인지는 정말 정말 답이 없다. 다만 그게 5%든, 10%든 일정 부분의 수익을 냈다면 털고 일어나야 했던 거다. 그러나 나는 단기 투자를 할 시간도, 마음도 없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어떤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가치를 믿고 응원하면서 투자해야 하는데, 이런 마음이라면 좀 더 기다리고 기다려 기업 가치보다 시장 가격이 낮을 때 들어가야 했다. 물론 기업 가치를 얼마로 환원하는 게 타당한지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어느 정도의 가격이 적당한지를 스스로 파악하기 위해 관찰하고 공부는 해야 했다. 이 작업을 하지 않고 “어라 이 회사 좋은데~”하고 무작정 들어가니 작전주, 단타들의 힘에 휘둘린 거다.


4-4 손절매.jpg 출처: 한국경제신문


씁쓸한 복기는 그만하고~~~ 다만 이 과정이 좋은 경험이었다 기억하는 것은 손절매를 해냈다는 거다.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왜냐? 아깝기도 하고, 오르기도 할 것 같으니깐. 아무리 공부를 해도 잊지 말아야 할 단 하나의 사실, 그 누구도 시장의 흐름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다는 거다. 그렇다면 시장이 나의 판단과 달리 움직일 때는 고집부리지 말고 패를 잠시 놓아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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