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묻어둔 주식, 주식 어플을 깔았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뜨는 수익률. –50%
마음이 아팠다. 내가 투자한 기업은 테마주, 작전주라 불리는 종목이었다. 스토리를 만들어내던 꾼들이 유유히 떠난 자리에 개미들의 아비규환만 남아있었다. 폐허가 된 그곳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냐구? 생각은 무슨. 그냥 마음만 쓰렸다.
“환불해 주실 수 없나요?”
어디 주식뿐이랴? 사회 초년병 시절, 보험업에 뛰어든 친구들의 추천으로 묻지마 가입했던 보험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10년 넘게~~~ 매달 꼬박꼬박~~ 밀리지 않고 넣었는데, 이정도면 10년 근속상이라든지 개근상 정도는 좋야 할텐데, 해지 시 찾게 되는 금액은 기껏해야 원금 그대로였다.
“이거 왜 이래?”
이유는 이자가 낮아서가 아니라, 높은 수수료 때문이었다. 지난 15년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과 GDP 증가율을 다 고려하면 적어도 20% 이상의 이윤을 올려야 본전치기인데 보험에서도 –20%에 준하는 처참한 성과를 얻었다. 성과는 무슨.. 그냥 나몰라라 방치된 거였다.
부동산은 어떻구? 10여년 전 강북의 산자락 밑에 처음으로 작은 집을 살 때 부동산 중개소 사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긴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가 힘들어. 왜냐? 이 가격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는 게 불가능하거든. 산 좋고, 공기 좋고, 살기는 참 좋지만, 부동산을 투자로 생각한다면 이보다 나쁜 데가 없다구.”
그 말은 사실이었다. 살기에는 그보다 좋은 동네를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 집을 팔고 그 동네 밖 집을 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딱히 상관은 없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니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내의 이직으로 그 동네를 고수할 수 없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으면서다.
“이게 말이 돼?”
“해도 너무 하네.”
가는 곳마다 억, 억, 억, 아니 십억, 십억, 십억 소리가 났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와 아내는 그 믿음 때문에 “살 곳”을 찾지 못하는 아이러니에 빠졌다. 서울 집값, 올라도 너무 올랐다. 나와 아내는 맞벌이이고, 둘이 버는 돈이 결코 적다고 할 수도 없는데,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뭐가 잘못된 걸까?
돌아보면 이 모든 게 무관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근로소득(사업소득)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면 무관심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놓친 사실, 서울, 서울, 서울은 아름다운 이 강산이기 전에, “자.본.주.의”를 풍경으로 삼는다는 거다. 고로 이 환경에 무관심하면 안되는 거였다. 돈의 노예가 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돈의 욕망에 농락되면 안되는 것 아닌가? 방치했던 주식, 친구 추천으로 묻지마 가입한 보험,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 생각했던 부동산, 이 삼종세트가 모두 나를 난감한 상황으로 구렁에 빠뜨린 것은 돈에 무관심해서 벌어진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르면 당하는 거다.
한달 전 주식관련 카페와 종목 토론방에서 핫 이슈는 빅히트의 상장이었다. 시작과 함께 공모가(13만 5,000원)의 두 배인 27만에서 시작했지만, 곧장 매물이 쏟아져 낙엽 떨어지듯 추락했는데... 이때 빅히트에 베팅한 한 젊은 친구들이 카페와 토론방에 이런 말과 질문을 남겼다.
“주식 산 건 빅히트가 처음인데 하루도 안 지난 상태라 혹시 환불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빅히트 매수가 주식 첫 매수라는 것은 인증하고 고소하면 환불기 가능하냐?”
“방탄소년단 군면제 해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 넣자. 내 전세금이 달려있다.”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환할 수 없는 것은, 언론도 세상도 빅히트의 거품을 부추겼고, 그 부추김에서 자유롭기가 정말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했다면, 27만원~30만원에 엔터테인먼트 주에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바보스러운 일인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 그런 공부를 하나? 그냥 세상이 들떠 “투자하세요”라고 하면 사는 것이고, 무모한 베팅을 하는 것이다.
자, 내가 지금 누구 걱정할 팔자는 아니고, 수익률 –50%. 이 바보스러움에서 벗어나보자.
본격적으로 1교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