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누구도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 유동성

by 오윤

누구도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코로나 19, 미세먼지, 예기치 않은 주변 환경은 우리의 일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적지 않은’, 이 말로 부족하다. 엄청, 무지, 대빵, 어메이징하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돈의 세계는 특히 그렇다. 그 어떤 좋은 기업도, 돈의 흐름도, 시간과 공간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에 문제가 생기고, 금리가 오르면 갚아야 할 이자가 는다. 그리하여 돈을 투자할 때는 지금 이 순간의 시공이 시장에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게 필요하다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산 정상에 올라 부감에서 그 세계를 풀샷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몇 개월 시장을 관찰하면서 이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제 아무리 뛰어난 놈도 주변의 기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나 홀로 유유히 독야청청하는 게 불가능한 거다. 산 정상에서 부감으로 돈의 세계를 바라볼 때 유념해서 봐야 할 개념들이 있다. 그러니깐 무턱대고 보는 게 아니라 ‘아 지금 돈의 세계 풍경이 이렇군.’ 하는 걸 보여줄 대표적인 개념과 수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거다.


거시 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돈의 세계가 돌아가는 풍경을 보여주는 여러 개념이 나오지만 이 역시 자신의 경험과 관찰에 의해 자신에게 쏙 맞는 핵심 개념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텐데 - 안 그러면 거시 경제학이라는 무거움에 짓눌려 등산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 그런 맥락에서 내가 주목하는 개념 몇 가지를 정리해 보려 한다. 아주 직관적인 차원에서...


5-1 유동성(매일경제).jpg 출처: 매일경제신문


일단 돈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폐의 흐름이다. 화폐의 흐름, 그 목적지는 하나다. 이윤(잉여가치)의 추구! 흐르는 자본이 많으면 그 자본의 흐름에서 내가(내가 투자한 부동산과 기업 등등) 포함될 개연성은 높고, 흐르는 자본이 적으면 반대로 자본의 흐름에 내게 포함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이 흐름을 유동성이라 한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이 유동성을 좌지우지 하는 핵심 주체는 누군가? 국가? 기업? 소비자? 노동자?


돈을 찍어내고, 회수하고, 통화량을 조정하는 국가다. 국가는 어떻게 유동성을 통제, 촉발하나? 일단 재정정책이란 게 있다. ‘코로자 지원금’, ‘실업자 수당’, ‘감세’ 등 정부가 돈의 세계에 의도(경기부양)를 가지고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정책들을 말한다. 간접적으로 돈의 유동성을 조절하는 정책도 있다. 이른바 통화정책이라고 하는 것인데 금리, 재할인율, 지급준비율 등의 무기를 통해 시장에 부유하는 돈의 양을 조절하는 정책들이다.


그리하여 산 정상에서 체크할 첫 번째는 국가가 이끄는 유동성의 규모와 방향이다. 시장에 흐르는 돈이 많아지고, 유동성을 부추기는 방향이라면 가격은 오를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가령 코로나 19 이후 주식, 부동산, 금 시장이 동반 오른 데에는 금리를 낮추고, 경기부양을 위해 국가 예산을 대거 시장에 푼 유동성이라는 변수가 자리 잡고 있다. 이게 원인의 전부는 아니지만 유동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면 지금과 다른 그림이 그려졌을 것은 분명하다. 물론 유동성을 부추긴 국가 정책이 꼭 이걸 원했던 것은 아닐 거다. 소비가 늘어나고, 누군가의 소비가 곧 누군가의 소득으로 연결되고, 그러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지면,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고 전반적인 경제 파이가 커지기를 기대했을 거다. 그런데 기획의도와 달리 잉여 유동성이 넘치게 된 기업과 개인은 자산투자 대상을 찾아 자산 가격 부풀리기 게임에 들어서기도 한다. 유동성이 만들어낸 거품. 물론 이 거품으로 어떤 기업은 투자를 늘리고 혁신을 시도할 테니 이게 아주 나쁜 것도 아니고, 사실 비평과 우려는 산 정상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 흐르는 돈이 많이 환경에서는 내 돈도 흐르게 만들어야 하고, 흐르는 돈이 적은 상황에서는 금, 부동산 등 실물 자산으로 묶어 두는 비중을 높이는 게 좋아 보인다.


그렇다면 유동성과 관련하여 가중치를 두고 봐야 할 지표는 무엇일까?

복잡할 것 없이 두 가지만 관찰하자는 게 나의 잠정적 결론이다.

그 두가지는 금리와 인플레이션이다.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금리가 높아지면 유동성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유동성은 늘어난다. 여기서부터 약간 복잡해지는데, 일단 인플레이션부터 보자. 인플레이션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에는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자지수가 있는데 여기서 관찰 포인트는 생산자물가지수다. 왜냐? 유동성의 선행지표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왜 선행적이냐? 단순하다. 생산을 해야 소비를 하지. 생산자 물가지수는 국내 시장에서 출하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요금의 공장도 가격 변동을 측정하여 산출된다.


5-2 생산자물가지수.jpg


2020년 9월 기준 생산자물가지수는 103.35다. 이는 기준연도인 2015년에 비해 생산자 물가가 3.35% 증가했다는 거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의 구매가격을 나타내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전이되고 이는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등의 변화를 예고한다. 생산자 가 높아지면 ‘아~ 생산자들이 재화와 서비스를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그러다보니 가격이 올라가는 거구나’ 반대로 물가지수가 낮아지면 ‘아~ 생산자들이 왜인지 모르지만 재화와 소비스를 줄이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구나.’ 이런 시그널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가 주가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생산자 물자지수의 상승은 주가 상승과 연동될 개연성이 높다. 생산자 물가지수의 상승은 기업의 상품 출고 가격 상승을 의미하므로 매출액, 마진율 증가로 이어지고, 이게 실적 상승, 주가 반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코스피 지수가 2020년 3~4월을 저점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 추세였다는 점을 반추해보면 생산자물가지수와 주식 흐름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물가지수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면 그건 또다른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가계도 기업도 수익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너무 오르면 실제 소득은 감소할 것이고 지갑을 닫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2011년을 정점으로 한국의 경우 물자지수의 상승세가 매우 완만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파른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은 당분간은 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아래 그림 참조).


5-3 물가지수히스토리.jpg


생산자물자지수와 더불어 금리 역시 유동성 관련하여 살펴봐야 할 지표다. 여기서 염두해야 할 것은 금리가 후행지표라는 거다. 금리 인상이요, 금리 인하요, 발표가 되면 이미 그것은 시장 가격에 반영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시장은 가능성을 보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기준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정부 당국의 방향을 관찰할 필요가 있고, 나름 기준 금리의 선행 지표인 국고채 3년 금리를 잘 따라갈 필요가 있다고 한다. 왜 국고채 금리를 봐야 하느냐? 국고채는 국가가 보증하는 무위험 채권으로 리스크가 거의 없고 금리 변동이 적어 그 국가의 전반적인 금리 흐름을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고 한다. 그러니깐 국고채 3년 금리가 기준금리(한국은행과 금융은행 간 거래, 즉 공개시장 운영에서 사용하는 금리, 2008년 3월부터 정책금리로 활용되고 있음), 콜금리 (은행과 은행 사이의 거래에서 형성되는 금리) 등의 흐름을 예측,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거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마음 속에 다음 몇가지만 쟁겨두자. 산 정상에서 유동성의 변화를 관찰하는 게 필요하다. 그것을 알기 위한 두 가지 지표는? 국고채 3년 금리, 그리고 생산자 물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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