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시장과 가치, 흐름을 봅니다. 겸손하게 겸손하게

by 오윤

성장주, 가치주,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거다. 펀드에 가입할 때 은행 창구에 앉아있는 멋진 젊은 친구들이 묻는다. 어디에 투자하시겠어요? 채권? 주식? 주식이면 성장주? 가치주? 이런 옵션을 선택해야 할 때 당신은 어디에 투자하는가? 사실 나는 이제껏 그냥 이 젊은 친구들에게 맡긴 것 같다. 그리고 결과는? 그냥 저금한 돈 그만큼의 회수였다. 물가상승률은 얼마고, 경제성장률이 얼마고, 이와 무관하게 내가 저금한 돈은 어찌된 일인지 여기저기에 구르고 굴러 겨우겨우 원금만큼의 회수만 되었다.


9-1 가치주.jpg 출처: https://www.cidermics.com


이게 다행일까? 불행일까? 다행도 불행도 아니다. 그냥 돈에 무관심했던 시간이 빚어낸 결과일 거다. 무관심했기에 욕망도 없었고, 그렇기에 아주 큰 이득도 그렇다고 아주 큰 손해도 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어쩌긴 뭐. 돈의 세계에 관심을 두고 직접 참여해보는 거지. 단 어마무시한 욕망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자 그렇다면 주식의 세계를 움직이는 두 가지 차원, 가치주와 성장주의 공간에 대해 알아보자.


가치주란 이론적으로 내재가치 이론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원리는 단순하다. 가치보다 싸면 주식을 사고 비싸면 판다. 이 이론의 대표 주자는 워렌 버핏이다. 실적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된 기업은 대개 성숙기에 진입한 경우가 많으며, 어떤 이유에서인지 주가가 바닥에 위치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후에 설명하겠지만) PER, PBR 배수가 낮은 점이 특징이고, 배당이 평균 이상인 경우가 많다.


반면 성장주란 말그대로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종목의 주식을 말하는데, 이론적으로 시장가치 이론에 기대어 있다. 성장할 가능성이 큰 종목, 잠재적 시장가치가 큰 종목은 대중들의 기대, 심리, 스토리에 의존한다. 오늘 지금의 매출액보다 앞으로 기대되는 성장성에 투자를 하는 거다.


#9-2 가치성장.png 출처: https://www.kcie.or.kr/


성장주와 가치주의 대결, 그 결과는 지금까지 어땠을까? 무승부다. 아주 쪼금 성장주의 수익률이 앞선다는 분석도 있고, 뭔소리냐 길게 보면 결국 가치주의 승리라는 분석도 있다. 그리하여 무승부.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게 정하는 경우(2009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그리고 상승장인 경우 성장주가 가치주보다 높은 기대 수익률을 가진다고 한다. 반대로 하락장인 경우는 가치주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내 짧은 관찰에 따르면 이런 구분이 그렇게 의미 있지 않다. 가치가 있는 공간은 성장할 것이고, 성장하는 공간은 가치가 있는 거다. 이 두 개의 교집합이 만나는 지점으로 포토폴리오를 압축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다. 다만 여기서 돈의 세계에 진입할 때 중요한 것은 가격의 흐름, 추세를 아는 거다. 그래야 시장에 들어갈 타이밍과 비중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치주든 성장주든 가격 흐름에는 상식적으로 두 개의 흐름이 있다.


9-3 흐름.jpg 출처: 경향신문


장기 흐름과 단기 흐름.

장기 흐름은 대개 1년에서 수년까지 이어지는 흐름으로 이 흐름은 시장의 모든 요인들, 심리, 스토리, 실적, 환경 등이 가격에 반영될 때까지 유지된다. 사실 나처럼 돈의 세계를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장기 레이스로 천천히 걸어가고 싶은 자에게는 이 흐름에 대한 관찰이 최우선인 것 같다. 쪼개서 보는 걸 좋아하는 이론가들은 장기 흐름의 국면도 크게 3단계 정도로 쪼개 본다.


1단계는 호황과 이익에 대한 기대가 불씨를 지피는 상황, 2단계는 경기호전과 이익 증가가 실제로 확인되는 상황, 3단계는 실현가능성과 상관없이 모든 희망이 시장에 반영되어 투기적 가수요가 일어나는 상황. 같은 맥락에서 장기 하락 국면 역시 단계로 쪼개 본다. 1단계는 눈치 빠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기 시작하는 단계, 2단계는 경기부진과 기업실적 하락이 확인되고 매수보다 매도가 우위에 서기 시작하는 단계, 3단계에서 근거 없는 비관론이 득세하면서 투자자들이 절망하고 주식을 투매하는 단계.


장기 추세가 크게 움직이는 파동이라면 단기 흐름은 대개 상승과 하락 중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조정 국면이라고 불리는 흐름이다. 이 단기 흐름은 대략 1개월에서 6개월 정도 진행되는데, 이때는 대략 30~60%의 주가 하락(대세 상승중)이나 상승(대세 하락 중)이 급격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이 순간 어떤 투자자들은 흐름이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사던 주식을 팔아버리고, 어떤 투자자들은 흐름이 바뀐 게 아니라 조정 국면이라 생각하여 기회라 여기고 추가매수에 나선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하는 게 예측인 것 같다.


‘지금 조정국면이야. 그러니깐 더 사야겠어.’

‘지금 흐름이 바뀌었어. 얼른 팔아야지.’

이런 예측이 고집이 되어버리면 말도 안되는 손실을 얻기 십상이다. 다만 이때는 가끔씩 가격의 흐름을 보면서 지금의 기운을 느끼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라 전고점이 직전 고점을 돌파한 후 바로 하락 국면이네. 이건 조정 아닐까?“

“어라 조정인줄 알았는데, 그렇다면 아무리 떨어져도 저점이 지난 저점보다 더 떨어져서는 안되는 것 아니야? 그런데 더 떨어졌어. 이러면 흐름이 바뀐 것 아닐까?”

“뭐야 오를 때보다 떨어질 때 거래량이 더 많아. 그러면 이제 하락하는 국면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는 것 아니야?”


변화된 국면에서 그게 어떤 의미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지금 지나가는 돈의 세계, 그 풍경을 잘 느낄 필요가 있는 거다. 이걸 아주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는 없다. 가격은 사람들이 상승을 믿기 때문에 오르는 것이고, 하락할 것이가 믿기 때문에 떨어지는 것이지, 다른 요인들은 결국 수식과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 오름과 내림의 풍경을 좀 더 내밀하게 살펴보는데 중요한 레퍼런스는 누구일까?


9-5 애널리스트.jpg 출처: https://brunch.co.kr/@cogito88/44


당연히 애널리스트들이다. 리서치센터의 어마무시한 인력과 경험, 자료는 한 개인들이 따라 잡을 수 없는 인프라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내가 그들의 판단에 따라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돈의 세계를 관찰하다보면 자신만의 직관과 통찰이 생기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적어도 내가 투자한 공간이 지금 어떤 모습이고, 앞으로 어떤 모습을 꿈꾸고 있는지를 조금은 구체적으로 가늠하게 되는 거다. 단 주의할 것, 애널리스트 리포트에서 "매수"가 아닌 리포트, 그러니깐 잘 모르겠어요(중립), 얼른 파세요(매도) 의견을 찾는 것은 매우매우 어렵다. 무슨 말이냐? 산업의 흥망성쇠를 떠나 무조건 BUY 아이디어/근거를 찾는다. 이런 한계는 감안하고 만나야 한다.


또하나의 중요한 레퍼런스는 정부 정책이다. 경제를 공부하고 관찰할수록 경제학 = 정치경제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시장은 국가의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명백하고 확실하게 반응한다. 역으로 국가의 정책 역시 시장의 방향을 가늠케 해주는 바로미터다. 그리하여 내가 성장주의자이든지 가치주의자든지 이와 무관하게 국가의 정책방향과 이슈에는 관심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레퍼런스. 매번 되새기고 되새길 사실. 돈의 세계에 조금 관심을 가지고 애널리스트들이 쓴 보고서를 읽고, 국가기관이 발행한 통계표를 보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타짜가 된 기분에 빠진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돈의 세계는 칼을 꺼내 나의 급소를 노린다. 시장과 함께 가는 것이지 시장을 이기겠다는 생각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


돈의 세계의 80%는 루머의 세계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특히 주식의 세계는 90% 이상 루머의 세계다. 매일 매일 뉴스창을 가득채우는 주가란 한마디로 정의하면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할인한 개념이다. 그리하여 정확한 가격을 산정하기 어렵고,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테마와 루머 사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좌절한다. 이 불확실한 루머의 세계에서 나의 분석과 전망에 대해 자기 확신에 빠지는 순간 무덤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모든 이야기에는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논리 흐름이 있기 때문에 자기 확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누가 듣더라도 탄탄하고 촘촘하다. 그리고 바로 그 탄탄함과 촘촘함 때문에 내가 만든 이야기 밖의 풍경은 무시하게 되고, 그건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름길이다.

겸손하고 겸손할 것.

어쩌면 돈의 세계를 소요할 때 그 공간이 가치의 세계든 성장의 세계든 조심스럽게 겸손하게 나아가는 게 필요해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돈의 세계에서 장기적인 마라토너가 되고자 할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돈의 세계에서 변하지 않는 테마는 실적 그 자체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루머의 세계, 그 거품을 냉정하게 걷어내야 하는 거다. 그리고 확실한 실적, 매출액 성장률, 순이익 성장률, 시장 점유율 등을 눈여겨 봐야 한다. 이 실적이 업계 평균과 시장 평균 이상이고, 이에 비해 주가 성장률이나 시가총액 성장률이 그보다 낮으면 검토대상이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 루머보다는 실제적으로 눈에 보이는 이야기에 주목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다.

오늘은 겸손하게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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