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무소의 뿔처럼, 날아오르는 새들처럼

돈의 세계에서 자기배려 방법론

by 오윤

돈의 세계를 서성거릴 때 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세계는 사람들의 집단 지성과 심리로 이어지는 세계다. 애덤스미스가 주창했던 보이지 않는 손이 분명 존재한다. 그 손은 개별자가 아니라 복수로서의 집단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흐름에 의해 만들어진다, 집단은 개인의 능력을 뛰어넘는 강력한 힘을 갖기 때문에, 불가능한 미래도 가능한 현실로 만들어 버리고, 집단에 끼지 못한 잔챙이들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7-2 집단지성.jpg 출처: https://conpaper.tistory.com/

한 바이오 플랫폼 기업이 있다. 바이오 플랫폼이 뭐냐? 플랫폼이 유통망이라는 걸 감안하면 바이오 약품을 유통할 수 있는 기술되겠다. 그러니깐 A라는 사가 의약품을 개발할 때도 적용가능하고, B라는 사가 의약품을 개발할 때도 적용 가능한 기술이다. 어라 그러면 시장성만 있다면 일타쌍피, 일타쓰리피가 가능한 거야? 그렇다. 그게 바이오 플랫폼 기업의 매력이다. 그리하여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도 이야기된다.


돈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이게 실제 황금알을 낳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그건 나중 문제다.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대중의 심장을 벌렁벌렁 거리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느냐 없느냐 그게 중요한 것이다. 최근 이 기업이 개발한 플랫폼 기술 중 하나가 글로벌 제약사 두 군데와 수조원대(수천억이 아니라 수조원)의 물질이전계약을 체결한다는 공지가 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계약 몇 건이 더 남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자~ 이 기업이 돈의 세계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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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이 기업의 주가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1년 전 25,000원 수준에서 오가던 주가가 20만원 넘게까지 치솟더니 현재는 17만원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같은 기간 이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에서 큰 변화가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2019년 4분기 매출액 146억, 주가가 엄청나게 오른 2020년 2분기 매출액 134억. 영업이익, 당기 순이익은 오히려 떨어졌다. 연간 매출액이 500억도 채 안되는 회사의 주식이 17만원이고 시가총액이 5조? 시가총액(주식시장에서 이 기업에 투자된 금액의 총액)이 매출액(이 기업이 실제 상품을 판매하여 얻게 된 사업총수익)의 100배란 말이야? 이게 말이 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틱한 상승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돈의 세계는 대중심리가 지배하는 거다. 대중이 함께 만들어낸 이야기는 마약처럼 강력하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에 참여하면 참여할수록 불가능한 것들이 가능하게 바뀌어버린다. 그리하여 돈의 세계에 참여할 때 늘 대중심리의 메커니즘, 대중이 지금 어느 등산로로 가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면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이 관찰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돈의 세계가 지금 호황으로 가는 길이냐, 불황으로 가는 길이냐에 대한 대중들의 마음이다. 가령 2020년 12월, 한편으로는 코로나 19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또 한편으로는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는 상황에서 대중들은 돈의 세계가 호황으로 갈 거라 믿나, 아니면 불황으로 대세 전환을 할 거라 생각하나? 지금까지(11월 28일) 대중이 걷고 있는 길은 호황의 길이다. 그 길의 선두에는 환율 하락과 맞물려 외국인투자자들이 서있다. 그러나 어느 수준이 되면 ‘일단 멈춤’과 ‘조정’의 암시가 작동할 것이고, 어느 순간이 되면 ‘이거 봐라 바람이 바뀌었는데. 튀자!!;하면서 사람들이 일거에 순식간에 시장을 빠져나갈 것이다.


대중들의 마음이 기대, 희망, 호황의 길로 쏠리는지, 불안, 두려움, 불황의 길로 쏠리는지에 따라 돈의 세계에 참여하는 자들의 특징도 달라진다. 불황의 길에서는 상당수의 대중이 ‘다시는 주식 따위는 쳐다보지 않을거야!’하면서 시장에서 이탈하고 참여자수도 크게 줄어든다. 그러면서 이탈한 사람들이 던지고 간 딱지들은 대주주, 자사주, 가치 투자자, 존버 투자자에게 이전된다. 이때는 대중심리가 시장에 미치는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대중심리가 하나로 모이기보다 개별지성에 의해 흩뿌려지고, 그리하여 시장가격은 일정한 추세를 형성하지 않고, 바닥권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이걸 사람들은 바닥을 다지는 시간이라 표현한다.


그러다 대중들의 마음에 따뜻한 마음이 불기 시작하고, 등산로가 호황의 길로 바뀌면 매수 타이밍을 신중히 탐색하는 매수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곳곳에서 경기회복론과 혁신, 성장 담론이 솟아나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등산로에 참여하는 투자자도 늘어나게 된다. 참여자가 늘어나면 이 대중들이 공고하게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힘을 받기 시작하고, 어떤 이야기가 대표성을 획득할 것인지 치열한 암투가 벌어진다. 저작거리의 이야기 중 대표주자가 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단순하고 짧고 명료한 특징을 보인다. 앞서 본 바이오 플랫폼 기업 역시 스토리는 짧고 명징하다.


이 스토리들이 어느 순간 과열된 가격과 상승과 만나면 이성을 마비시켜 더 비싼 값에 사줄 다음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부풀려지는데, 어느 순간 이 거품도 정점에 이르는 순간이 있다. “저요 저요!” 손을 들던 대중들이 “어라~~ 이거 구라가 너무 심하잖아.”라고 느끼는 때가 반드시 오는 거다. 이 순간이 남들보다, 대중보다 조금 빠르고 잽싸게 시장에서 빠져나오면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은 한발짝 늦거나 그냥 하염없이 변화된 시장을 구경만 하거나, ‘아닐 거야, 아닐 거야’ 고집부리기만 한다.


7-3 흐름.jpg 출처: 한겨레신문


결국 우리가 돈의 세계를 걸을 때 유념해야 할 것은 대중의 심리가 어디로 향하는지다. 대중이 몰려다니면서 만드는 흐름이 얼마나 치명적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지, 그 위력이 얼마나 큰지를 관찰하고 이에 따라 다음을 대비해야 한다. 그 수밖에 없다. 내가 이 세계를 미리 예측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대중의 집단 심리가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때 여기에 대비할 줄 알아야 하고, 이 대비에 있어 앞서 살펴본 도구들(환율, 소비자심리지수, 경기선행지수, 금리, 생산자물가지수)이 나침반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다.


사실 호황의 길에서는 굳이 대비라는 게 필요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냥 그 길에 슬슬 묻어가면 되는 거니깐. 그러나 불황의 길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불안은 더 큰 불안을 공포는 더 큰 공포를 몰고 오기 마련. 설상가상 인터넷과 언론을 수단으로 한 호모사피엔스들은 불안과 공포의 이야기에 좀 더 열광하고 호응하는 법. 충격은 더 큰 충격으로 포장되고, 절망은 또 다른 절망으로 이어진다. 이럴 때는 잠시 길을 비껴나 대피하는 게 상책일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묵묵하게 귀를 닫고 나의 길을 가는 게 답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줄행랑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

‘괜찮아~ 잘 될거야’,

‘얼른 도망가. 위험해!’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난무하는 돈의 세계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의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나의 논리로, 나의 보폭으로 길을 가는 것이 정말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다. 내 논리로 간다는 게 꼭 옳은 길만도 아니다. 이미 내가 누군가의 논리에 전염되어 자가당착, 확증편향에 빠져 있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대?


사실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짧은 경험으로 개인적으로는 분명히 피해야 할 것, 경계해야 할 것, 무시해야 할 것은 분명해졌다.


첫째, 이른바 테마주라 불리는 것. 하나의 심플한 스토리로 무장한 소수의 대중이 강력한 방향성을 만들어내는 공간. 이 공간에 참여한 자들은 스스로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 모두가 모두에게 공범이 되고, 공동의 이익과 나의 이익이 동일시되면서 그 과정에서 이성은 안드로메다로 떠나버린다. 그러면서 이 공간에 참여할 새로운 사람들을 찾게 된다. 다단계 영업사원도 아니면서 자기도 모르게 다단계 영업사원이 할법한 이야기들을 떠들며 다니게 된다. 이런 주는 100% 피해야 한다. 논리의 취약성과 허술함이 드러나고, 올랐던 주가가 떨어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그 속도도 무섭기 때문이다.


둘째, 오만함. 내가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 정말 경계하고 경계해야 한다. 돈의 세계를 겸손하고 무섭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거다. 좀 과하게 이야기하면 내가 어떤 선택을 할 때 시장이 이미 내 마음을 읽고 꿰뚫어보고 있다고 전제해야 한다.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도 결코 시장과 대중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거다. 그뿐일까? 내가 아무리 대중의 흐름과 시장의 큰 파도를 잘 타는 서퍼라 하더라도, 그 파도에서 쓰러지지 않고 멋지게 써핑을 할 확률은 아주 많아야 고작 50%다. 오르거나, 내리거나.... 결국 매번 50대 50의 게임이다.


7-4무소의뿔.jpg 출처: https://mynomadiclife.blog/


경계하거나 주의해야 할 것은 분명한데, 여전히 돈의 세계에서 나의 논리를 정립하기엔 경험치가 턱없이 부족하다. 다만 두 가지 레이어를 만들어 실험을 해보려 한다.


첫 번쩨 레이어. 무소의 뿔처럼 우직하게 가라. 최소 5년, 매달 한 주 이상씩 꾸준하게 사들일 종목이다. 시장의 흐름과 무관하게, 불황시에는 바닥을 길 때는 좀 더 큰 비중으로...


두 번째 레이어. 날아오르는 새들과 함께 움직여라. 저평가된 가치주 중심으로 최소 6개월~3년 이상 가지고 놀 종목이다. 대중과 시장이 움직일 때 같이 움직이는 거다. 파도를 거스르지 말고 파도가 얼마나 높게 칠지를 함부로 예측하지도 말며 수익은 길게 손실은 짧게 가져가는 나만의 방식을 만들어본다. 일단 손실이 나면 -5%에서 기계적으로 판다. 이는 손실이 나지 않을 수준의 낮은 가격에서 들어가거나, 파도 상승의 흐름이 워낙 거세 이 흐름을 역행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들 때만 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7-5 날아오르는새.jpg 출처: 중앙일보


말이 쉽지, 잘 될까? 그건 모르겠다. 그러나 해보는 거다. 해보면서 모듈과 영점을 조정해 보는 거지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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