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돈의 세계: 쫄보와 담대함 사이

by 오윤

어느 세계에서든 희로애락이 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온다. 돈의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세계의 겨울은 혹독하다. IMF,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코로나 확산 등등 겨울바람이 불면 처음에는 가볍게 여기다 동상에 걸린다. 그러다 스스로 끝이라 생각하는 지점에서 극단적 타협을 이뤄내거나 존버를 하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환은 비단 거대한 거시 경제 세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10-1 사계절.jpg 출처: newfranchise.ru


내가 투자한 기업에 국한해서도 그렇다. 지난 3개월 소소하게 주식이라는 것에 투자를 하면서 중간 정산을 해보면 이 세계는 지금 차갑던 겨울을 지나 뜨거운 여름과 가을 사이를 지나고 있는데 내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왜일까 생각해보면 퇴각해야 할 때 머뭇거린 게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같다. 세상은 여전히 뜨거운데, 어떤 기업의 가격이 급각하게 냉각될 때 잠깐 머뭇거린 게 꽤 큰 타격을 입었다. -5%에서 막을 수 있던 종목을 머뭇거리다 –10%에서 손절을 했고, -10%에서 막을 수 있던 종목을 머뭇거리다 –15%에서 손절을 했다.


#10-2 박노해.png 출처: www.nanum.coM


전체적으로 나는 인류의 발걸음을 믿는다. 우리 회사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인류도 그렇고, 부조리하고 부당한 일들은 곳곳에 산적하지만 그래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믿는다. 그래야 용기도 낼 수 있고 발걸음에 힘도 실린다. 그러나 분명 걷다보면 잘못 들어선 길이 있고, 그렇다면 재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는 게 필요한데, 이걸 제대로 하지 못하면 꽤 오랜 시간 낭패를 보게 된다. 돈의 세계는 특히 그런 것 같다. 3개월 동안 투자한 회사가 8개. 이중 내가 크게 손해를 본 종목은 2종목이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일단 “친구따라 쉽게 강남”으로 간 테마주라는 게 일차적 문제였고, 사람들이 빠져나갈 때 그 흐름을 부정하면서 ‘내일은 괜찮아지지 않을까?’ 헛된 기대를 가진 게 이차적 문제였다. 멀리보면 희극이라 이야기하기에는 난 이들 회사를 10%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무모함이었다.


이런 과거의 경험을 비추어 아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해도 실제 이 세계에서 그게 쉽지는 않다. 주기적으로 포토폴리오를 점검하고, 상황에 따라 가능성이 낮아지는 종목을 바꾸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아 돈의 세계로부터 무관심했던 그 날로 돌아가버릴까, 그런 마음도 든다. 그러나 그게 꼭 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이상 일단 노선을 정해야 하는데, 나의 경우 궁극적으로 선택하고자 하는 것은 워렌 버핏의 견해다.


“최소 3년, 최대 10년 이상 가져갈 수 있는 종목이 아니라면 사지도 말고, 그렇게 고른 최소종목에 집중해 최대한 단출한 포토폴리오를 구성할 것. 그리하여 손절매할 종목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을 것.”


다만 지금 나의 선택이 늘 옳은 것은 아니기에, 아니 많은 부분에서 오류가 있을 것이기에 급격한 겨울이 올 경우에는 담대하게 버티거나, 즉각적으로 퇴각(손절)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워렌버핏은 투자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포토폴리오에 편입할 주식이 어지간한 위기가 닥쳐도 원본 손실이 날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이고 저평가된 주식이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게 막상 현장에서 적용하려면 참 어려운 말이다. 특히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뜨거운 시절에 저평가된 주식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방법은? 담대하게 우직하게 좋은 기업을 한주 한주 모아두고, 나의 예상과 달리 가격이 떨어질 때, 때로는 담대함으로 버티고, 때로는 기계적이고 즉각적인 퇴각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느때 담대하고 어느때 퇴각해야 하는가? 그건 답이 없을 듯 싶은데, 난 극히 주관적으로 담대와 쫄보 사이를 결정하는 기준을 정했다.


"10년 후에 그림이 그려지는가?" 그려진다면 담대함, 거기까진 잘 모르겠다면 쫄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는 투자 전략을 설계해보면


방법 1.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금액, 평균 월 70만원을 넘지 않는다. 70만원이 2020년 11월의 상한선이다. 이 상한선은 돈의 세계가 지금 어느 계절에 있는지에 따라 분기별로 조금씩 바꿔나간다. 그리고 거품이 과도한 시즌의 경우 CMA통장에 쟁겨놓은 후 후일을 도모한다.
방법 2.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하는 시기(사실 경기가 좋을 때는 그런 평가를 받을 때가 없다, 이때는 주기적으로~)에 좋은 기업, only one 기업, 1등 기업 7개에 분산 투자한다. 기업 선정에 있어 남의 이야기는 쳐다보지 않는다. 애널리스트의 분석, 정책 이슈, 경제환경 등을 종합 검토한다.


방법 3. 7개 기업은 두 가지 레이어로 구분한다. 첫 번째 레이어, 이른바 담대함의 세계. 독보적인 기업, 향후 10년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업(성장주와 가치주의 두 특징을 모두 가진 기업)이 포진한 세계다. 이 기업의 주식은 어떤 흐름에서도 팔지 않고 시간의 힘을 믿는다. 다만 평균 수익률이 -20% 이상 떨어질 경우 비중, 포토폴리오 변동, 손절 후 재진입 등을 검토한다. 검토는 하지만 담대함을 쉽게 버리지는 않는다. 두 번째 레이어, 이른바 쫄보의 세계.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든 상대적 저평가든 적게는 6개월 길게는 3년 이상 바라보는 우량 기업이 포진한 세계다. 첫 번재 레이어보다 아주 먼 미래의 모습까지는 그려지지 않는 기업들이위치한 세계로 평균 5%(최대 7%) 이상 떨어지면 기계적으로 쳐다보지도 말고 손절한다. 그렇게 회수된 돈은 그 시점에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하는 좋은 기업에 재투자한다. 왜 평균 5%(최대 7%)냐? 이건 딱히 논리적인 이유는 없고 감각이다. 어떤 한 종목의 마이너스가 7% 이상으로 가면 다른 영역에 주는 부담이 커진다.


이런 자산 배분 전략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심플하다. 변동성 위험으로부터 가급적 멀리 도망치는 것. 이게 자산투자의 본질이다. 그리고 담대한 전략이든 쫄보의 전략이든 변동성 위험으로부터 가급적 멀리 도망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을 잘 선정해야 한다. 어느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가? 어느 생태계에 주목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할 방법은 무엇인가?


다음 장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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