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못잡겠네
아이들에게 뭔가 새로운걸 시키기 전에 여러번 간을 본다.
체험 수업을 해보기도 하고 이러저러하다고 한참 설명해준 다음 “해볼래?”하고 묻기도 한다.
나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한번 시작하면 쉽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길 바라는 마음이라, 나도 모르게 선택에 신중해 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아이들은 대단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힘들 것 같은데, 한번도 싫다 소리 없이, 심지어는 너무 좋아하며 해내곤 한다.
근데 그게 어떤 맥락인지 읽을 수가 없다.
내 자식이지만 속을 모르겠는 상황이랄까 ㅋㅋㅋ
1호는 2개월 째 골프를 배우고 있다.
걷는 것보다 뛰는게 더 당연한 성향의 어린이라 가만히 서서 치는 골프를 과연 즐길 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실 그도 그럴게, 아이가 아니라 부모의 욕심으로 시작한 운동이라 더 그렇다.
부모자식 간에 취미나 관심사 등 함께 즐기고 나눌 수 있는 대화 주제가 있으면 사춘기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골프를 배운지 몇달 된 남편에 이어 1호와 내가 골프에 입문하게 된 것이다.
두달만에 1호는 꿈이 골프선수가 되었다.
분명 배우기 시작할 때에는 ‘나보고 뭘 어쩌라는거냐’는 반응이었다.
저 폼이 교정이 되려나 싶은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폼도 제법 그럴싸 하고, 혼자서 연습도 가고, 심지어 시키지 않아도 먼저 나서서 연습을 간다.
레슨을 기다리기도 하고, 자기도 골프채 사달라고 해서 클럽도 한세트 생겼다 ㅋㅋㅋ
아빠따라 인도어 연습장 가는게 제일 즐거운 일이고 비거리 늘리는 재미에 빠져 있다.
10살짜리가 유튜브로 골프 동영상을 보고 있다. 허허허-
2호는 또 어떤가.
사립초등학교와 함게 운영하는 유치원에 다니다 보니 방학이 4주가 되었다.
일주일은 여행 다녀온다 쳐도, 3주를 어쩌나- 싶었다.
아직 5살이지만, 비록 5살이지만!
그래도 형과는 다른 뭔가를 시도해 보고 싶어서(라는 자기 합리화 완료),
오전 9시반에 시작해서 3시에 끝나는 영어유치원 방학 특강을 보내 보았다.
아직 한국어 발음도 귀여움이 뚝뚝 묻어나는데, 영어만 쓰는 환경…
과연 2호는 영유를 다닐 수 있을 것이가!! 두둥!!
이게 웬걸.
오늘까지 3주 간의 여정을 마쳤는데, 단 하루도 안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유치원이라고 하면 싫어할까봐, 형아 하는건 다 좋아보이는 2호 특성을 활용하여, 영어 ‘학교’라고 말해줬는데,
마지막 수업을 하고 온 오늘도 “영어 학교는 재밌어”라고 말한다.
물론 유치원 선생님도 보고 싶고 친구들도 그립지만, 영어 학교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한다.
유치원도, 영어학교도 둘다 다니고 싶다고 할 정도.
덕분에 생각도 안했던 After K 프로그램을 알아보게 생겼다.
물론 영어학교가 재미 있는 것과 별개로 아직 한마디도 못한다ㅋㅋㅋ
수백만원 내고 나서 “애플” 한 단어에 위안을 얻는다더니, 나는 아직 지출이 부족한 것인가!
이런 식이다.
‘이건 안될거야’ 싶은게 자꾸 잘 되는 상황.
물론 반대 되는 상황도 있으니 속이 터지는 것.
뭐든지 시키면 시키는대로 잘 해주면 어느 순간 답답하기야 하겠지만 당장은 얼마나 즐겁겠나.
이럴때 보면 자식은 정말 ‘남’이 맞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