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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miss my school

일상을 돌려주세요.

by 김형준

“I miss my school”




아들의 급작스런 눈물에 나도 울컥했다. 주일 아침 온라인으로 유치부 예배를 드리던 도중 갑작스레 울면서 꺼낸 말. 학교가 그립다는 말.

율동을 하다가 갑자기 울음이 터진 이안이


아이들에게 학교는 지식을 습득하는 그런 공간이라기보다 놀이의 공간이고, 관계의 공간이고, 안정감을 느끼는 공간이다. 아이들의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기엔 아이들의 언어가 그것을 다 담지 못한다. 그래서 이안이의 눈물은 그 무게가 더 크게 느껴졌다.



요즘 집에만 갇혀있다 보니 놀 때 유난히 몸으로 달라붙고 기분 좋아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녀서 종종 조용히 하라고 혼낸 게 괜스레 미안해지더라. 아마도 이안이는 속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그렇게라도 풀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른들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안이도 그래서 더 유달리 에너지가 높았던 건 아닌가 싶다.



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사로잡은 지 한 달. 첫 1-2주는 코로나에 관련된 메시지를 개발하고 청소년들에게 예방수칙을 전하는 것이 일의 초첨이었다면. 3주 차가 되면서 모든 메시지가 아동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다루는 메시지로 변화했다.



말레이시아에서 4,600명 정도가 감염되었고, 19세 미만 아동 청소년의 비율은 7% 미만. 300명 내외. 우리가 모두 감염자의 숫자를 트랙킹하고 있을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이 마음을 아파하는 수천 명의, 수만 명의 아동청소년이 있다는 걸 우리는 보지 못한다. 그들은 학교를 못 가서, 친구들을 못 만나서, 준비했던 시험일정이 틀어지면서 대입이 불투명해져서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하고, 좌절하는 친구들이다. 최근에 우리가 말레이시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5%의 청소년들이 언제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불안하다고 했고, 그다음으로는 본인의 학업이 영향을 받는 것을 걱정했다. 학교 안 가면 좋잖아라고 웃어 넘기기엔 어린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우리의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연약하다.



이뿐만 이겠는가. 조사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어딘가에는 그렇게 있기 싫은 좁은 집. 부모님의 폭력에 노출되어 도망갈 곳도 없이 힘들어하는 수많은 아이들이 이곳저곳에서 폭력과 가난 속에 코로나 이상의 무게를

몸으로 버텨내고 있을 것이다.



이안이는 울면서 학교에 대한 그리움을 표했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일상을 그리워한다. 어른들은 울지 않을 뿐이지. 이안이의 눈물에서 내 눈물을 보았다. 나도 그립다 이안아. 우리의 일상이. 그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는 오늘을 또 그렇게 잘 보내야 한다.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은 빼앗아갔을지언정, 우리의 마음의 평안은 못 뺏어가게. 어느 때보다 더 잘해주고, 웃어주고, 격려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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