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님이 클럽하우스에 나타났다

반가움으로 시작해 아쉬움으로 끝난 코로나 백신 세션

by 김형준

1.

오늘 정세균 총리님이 클럽하우스에 나타났다. 한 국가의 총리이자 범정부차원의 코로나 대응에 바쁜 노란 잠바의 그 총리님 말이다. 소탈한 모습과 덜 권위적인 말투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다. 허나 그것만 빼고는 모두가 실패였다.

백신맞은 세균맨이라는 제목은 잘 지었네요

2.

일단 금요일 밤에 클하에서 방을 열었다. 클하의 인기가 최근에 시들해지긴 했지만 금요일 밤은 사실 더 시들하다. 클하 유저의 프로파일을 고려하면 아마도 대부분은 불금에 사회적 거리를 두며 밖에서 차를 마시든 맥주를 마시고 있을 시간이다. 그래서일까? 최대 인원 기준으로 130명 정도. 예전에 성대모사 방이 한창 잘 될 때 동 시간에 2천 명이 모였었고, 지금도 인기 있는 방은 5백 명이 넘는데. 130명. 몇 주 전에 말레이시아 코로나 백신 담당 장관이 클하에 왔을 때 2천 명이 왔는데 우리는 130명.


3.

클하를 아직 잘 모르는 분들이 클하를 하고 있었다. 총리를 빼고는 6명 정도의 모더와 패널분들 대부분이 클하를 시작한 지 1주일도 안 되는 (프로필 사진도 없고 소개글도 빈약한) 멤버였다. 당연히 팔로어는 100명도 안 되는 클하 베이비. (fyi. 클하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멤버는 본인 프로필 사진 옆에 빵빠레 마크가 붙어있다). 이 말이 뭐냐면 그렇게 팔로어가 적은 분들끼리 모더를 하면 이방이 대중에게 노출이 안된다는 것이다. 클하를 조금 해본 사람은 다 아는 알고리즘. 방에 사람을 많이 모으려면 팔로어가 많은 so called “클하 인플루언서”와 연합해서 방을 열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많은 사람들에게 방이 노출되고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다. 팔로어가 10명, 50명 되는 클하 새내기들에겐 제 아무리 전문가이고 정부의 국장이라도 다른 사람들 클하에는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 이걸 모르고 있었다면 주변에 진짜 클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거나 혹은 알면서도 누군가가 그런 얘기를 해줄 기회가 없었던 것일 테다.


4.

심지어 메인 모더레이터로 모신 분도 1주일밖에 안된 멤버였다. 진행을 들어보니 ”아-이분은 클하를 아직 모르시는구나” 싶었다. 아나운서이신 것 같은데 클하에서 정부 행사를 진행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나. 다른 아나운서분들이 클하에 와서 방송이나 행사와 어떻게 다르게 진행하는지 아직 충분히 못 보시고 오신 것 같았다. 분위기는 너무 딱딱했고 질문과 주제를 유도하는 것도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다 보니 전문가분들을 모셔놓고 전문적인 얘기도 제대로 못 듣고 정부 관료를 모셔놓고 정책에 관한 질문도 못 듣고 끝이나 버렸다.


5.

모더레이터 분과 전문가분들도 본인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각자의 포지션을 정하지 않고 경기장에 들어가면 아무리 개개인이 뛰어나도 팀으로는 헤매기 마련. 좋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작전 없이 뛴 게임이랄까. 비슷한 주제로 클하에서 진행되는 다른 세션 (by 김인중, 이재갑, 이훈상, 엄중식 교수님 + 송만기 박사님)은 같은 의학 전문가지만 모더는 타이트하게 진행 + 패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알고 정확히 질문과 대화를 꽂아주고, 패널들은 포인트에 집중하고 중간중간 찐 공감을 보여주시는 스킬 (특히 엄중식 교수님) 들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그에 비해 오늘 세션은 선수를 잘 파악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감독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6.

심지어 너무 짧았다. 클하는 아무리 타이트해도 2시간은 기본이고 웬만한 세션들은 3시간까지 진행된다. 모더레이터와 전문가 패널과 함께 하는 정보성 세션을 기준으로 말이다. 오늘 세션은 아마 1시간 정도 한 것 같다. 전문가들도 총리도 제대로 의견을 펴보지도 못하고, 무엇보다 듣는 청중들은 제대로 질문도 못해보고 끝나버렸다. 타운홀 미팅에 와서 자기 말만 하고 가는 느낌이랄까. 총리를 모셔왔으면 적어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왜 정부의 정책에 의심을 가지는지 물어보고 더 들었어야 한다. 1시간은 본인의 이야기를 하기에도, 민심을 듣기에도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바쁜 건 알겠는데 1시간 하려면 클하가 최적의 플랫폼은 아니었을 듯.


7.

꼭 클하여야했을까? 좀 뒤져보니 트위터 블루룸 라이브를 지난주에 했던 것 같다. 아마도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오피니언 리더(?) 들에게 소구하고 싶었던 것 같다. 허나 과연 이게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건지 혹은 그냥 힙한 채널에서 하면 힙해 보여서 한 건지 묻고 싶다. 지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은 백신 수급 그리고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에 관한 안전성에 관한 것. 과연 이 부분에 누가 가장 불안해하고, 불만을 가지고 있고, 백신을 미루고 싶어 하는지 데이터가 있을 텐데. 아마도 클하에 있었던 우리들은 아니었을 거다. 아직 백신을 맞지 못하는 “(상대적으로 젊은) 클하 유저”를 상대로 설득의 시간을 가지는 의도는 좋았으나 설득할 분들은 지금 티브이로 종편에서 “백신 부도 한국”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보고 계실 텐데. 그분들을 설득하러 그 귀중한 1시간을 써야 했던 것은 아닐까. 데이터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총리님의 귀한 시간을 어디다 누구와 함께 써야 하는지, 또 누구와 같이 나서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테다.


8.

게다가 노잼이었다. 재미는 마음을 열게 하고 설득하는 첫걸음이다. 백신 전문가는 1-2명이면 족하다. 나머지는 오히려 백신을 맞은 연예인들을 모시는 게 더 효과적이었을 거다. 나였다면 아마 어떻게든 윤여정 씨를 모셔서 총리님과 그 자리에 앉혔을 거 같다. 이서진 씨를 사회 보게 만들고. 이성적이고 깐깐하지만 예의를 지키며 총리를 구워삶으며 (?) 사람들은 오히려 더 재미있게 봤을지도 모른다. 이걸 클하에서 못하면 티브이에 나가서라도 했으면 좋겠다. 백신의 정치화에 눈과 귀가 열려있는 어르신들에게 김혜자 씨를, 이순재 씨를, 신구 선생님을 모셔와서 같이 백신을 맞고 일반인의 눈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과학과 예술이 만나야 하는 순간이다.


9.

정부가 하는 건 모두 비판과 비난의 대상인 어르신들에겐 직접 얘기하지 말고 그분들을 움직일 자녀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들이 부모님께 전화해서 우리 손자 손녀와 함께 건강하게 오래 살자고 백신 맞자고 얘기하게 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총리나 정은경 청장님이 유재석과 조세호와 간이 의자를 들고 보건소로 같이 가서 의사 선생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을 만나고, 백신 맞고 나오시는 분들과 인터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신사임당에 나가서 코로나 백신 맞고 주식 우상향 가즈아~하면서 백신에 대한 긍정적인 내러티브를 만들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총리님 혼자 그러실 필요 없이 백신의 과학을 믿는 야당 의원들과, 연예인들과, 평범한 의료진들에게 그런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게 정부의 역할이고 스마트한 커뮤니케이션일 것이다.


10.

새로운 백신을 소개할 때는 백신의 개발과 공급도 중요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상당히 중요하다. 실제로 WHO와 UNICEF가 저개발국에 새로운 백신을 공급할 때 커뮤니케이션 예산을 엄청 쏟아붓는다. 캠페인 모드로 갈 때는 예산의 절반 정도를 커뮤니케이션에 쓰기도 한다. 새로운 백신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고 신뢰해야 하고 실제로 맞으러 가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기때문. 코로나 백신은 더욱 그렇다. 예산이 있다면 커뮤니케이션에 더 쓰시기를 바란다. 클하에 와서 예산 아끼시기보다 돈을 주고서라도 like-minded influencer들과 함께 하시길 권유드린다.


11.

코로나 백신은 정책가 분들도 의사 선생님들도 과학자들도 필요하지만, 결국에는 그걸 국민에게 설득하고 맞게 하는 과정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도 그만큼이나 필요하다. 허나 안타깝게도 정부의 백신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그 뒤에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가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정치인에 치어, 정책가에 치어, 의사에 치어, 과학자에 치어 목소리를 못 내고 있을 것 같다. 실제로 공중보건, 특히 백신 관련 분야가 그렇다. 그래서 더 스마트한 커뮤니케이션 전략가가 필요하고 내부 의사 결정에 영향을 끼칠만한 그런 실력이 필요하다. 그런 분이 분명 있을 텐데 그분들의 터치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해외에 있으니까 온라인으로만 보니까 그게 보이지 않는 거라고 믿고 싶다.


12.

그렇게 총리님의 클하에서의 한 시간은 반가움으로 시작해 아쉬움으로 끝나버렸다. 난 코로나 백신은 선거운동하듯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대한 자원을 투하해서 브랜딩도 하고 광고도 만들고, 안되면 길거리에 나가서 트럭에서 춤이라도 춰야 한다. V를 그리며 주사 2방 맞고 승리하세요! 라며 말이다.


총리님 세션이 마치고 열린 어느방. 씁쓸한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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