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코리아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그들이 우리가 될때까지

by 김형준

아프가니스탄 동료들이 한국에 온다.


지난 몇 주 숨죽이며 지켜봐 왔던 작전이기에 탈출했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 내렸다. 나는 2010-11년 아프가니스탄 지방 재건팀 (Provincial Reconstruction Team, PRT)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다. 기사로 접하는 그 통역, 한국 병원 직원들이 남이 아니라 매일 일하며 마주치던 동료였고, 아프가니스탄을 가르쳐준 선생님과도 같은 존재였다. 애초의 한국의 여론이 너무 좋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 정부도 조심스럽게 준비를 했고, 역시나 아프간 피난민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보며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도 보은의 의미로 우리가 함께 했던 그들에게 우리의 공간을 내어주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보내는 것을 보면 첫걸음은 내디었다고 생각한다.


같이 일했던 N은 다행히 가족과 함께 공항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고, S는 다행히 최근까지 일했던 영국 대사관의 도움으로 며칠 전에 영국에 가족과 피난을 갔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방 재건팀의 최고 인재 A는 현재 해외에 거주 중이고, 그의 가족들도 유럽에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물론 이외에도 그때 그 친구는 이번에 왔을지, 혹시 연락을 못 받아서 비행기를 놓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당장은 알 길이 없다. 친구들을 통해서 들은 대피 과정은 생각보다 조직적으로 이루어졌고, 카불 공항의 혼잡만 빼면 많은 분들이 뒤에서 수고를 해주신 것으로 안다. 특히 외교부 분들이 내부적으로 팀도 꾸려서 미국과 긴밀한 협조하에 공항 진입을 다 준비하셨다고 알고 있다. 다시 한번 기사에 나오지는 못하지만 뒤에서 노력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물론 이번 일을 통해서 우리나라가 갑자기 난민에 관해 관대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번에 들어오는 일행들도 ‘난민’이 아닌 ‘인도적 체류 지위’를 부여한 것도 아마도 여론의 포화를 피해 가려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생각보다 난민에 관해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았고 (물론 댓글들이 여론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반면 생각보다 많이 우리와 같이 일했던 현지 직원들은 받아줘도 된다라는 의견들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아프간 난민들을 받는다는 것이 뜨거운 가슴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충분히 잘 알고 있고, 국민들이 가지는 두려움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서 그들의 비수 꽂히는 댓글들을 보면서 (동의하지는 않지만) 마냥 욕할 수만은 없었다.


사실 이제가 시작일 거 같다. 이 정도의 규모로 “외국인”을 구해준 미션은 처음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만큼 가야 할 길이 먼 게 사실이다. 이분들이 와서 격리를 마치고 간단한 교육과 지원을 받고 언론의 관심에서 사라져 갈 때. 그분들이 가진 인도적 체류라는 지위는 만기가 될지 모르고, 그때 우리는 이분들에게 “인도적” 대우를 계속해줄 수 있을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관심보다 당장 가족을 먹여 살릴 직업과, 아플 때 의료 보험이 있어 병원 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런 기본적인 것들일 텐데. 또한 내년 걱정 안 하며 정착한 곳에서 사는 것들인데 말이다. 인도적 체류를 넘어 그들이 우리가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길다는 걸 잘 알기에 환영하는 두 손이 무겁다.


그곳을 탈출한 동료들. 그곳에 남은 수많은 아프간 사람들. 이들이 앞으로 살게 될 “선진국” 한국의 모습과 이들이 마주칠 “선진국의 민낯”까지. 모든 게 섞여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하루다.

miracle.jpg 출처: 연합뉴스


탈출작전을 잘 설명한 기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01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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