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준 Nov 30. 2022

하버드에서 배우는 리더십

하버드대학 Howard Koh 교수님과의 만남

오늘 박사 프로그램 미팅에 Howard Koh (한국명: 고경주) 박사님이 리더십 강의를 하러 오셨다. 말로만 듣고, 티브이로만 보던 그분을 직접 보고 9 남짓의 소규모 미팅을 통해서 만나는 영광을 누렸다. 하버드 보건학 박사 (DrPH) 프로그램을 처음 알게 되고 찾아보며 Dr Koh 주요 교수진에 등록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어렸을 적에 고경주 박사님 가족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뉴스를 보고 자랐고, 재미동포 중에 어찌 보면 가장 성공적인 모델 가정이기도 하기에 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분이었다. 오바마 시절 보건부 차관보를 역임하고, 하버드 교수로도 오래 일하셨지만, 무엇보다 하버드 보건대가 Chan family로부터 역사상 가장  기부를 받고 새로 만든 DrPH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디자인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어찌 보면 founding father 같은 분이었다.  연구자를 길러내는 PhD 프로그램과 핏이 다른 리더십 중심의 DrPH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하는지 정책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로 나온 프로그램이 내가 있는 DrPH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1시간 반 동안 주옥같은 리더십과 커리어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혼자만 듣기에는 아까워서 조금 기록으로 나누어보려고 한다. 새벽 1시가 다 되어가는데 이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후딱 적어본다.


1.

인생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Public Health (공중보건) 학교에서 공부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Public Health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이쪽으로 공부를 할 거라고 생각 못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실제 하버드 보건대 신입생 환영회 때 서베이를 통해 입증된 팩트). 나도 의사로 성공하기 위해 예일대 의대 졸업하고 정말 누구보다 더 깊게 내 분야를 파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매사추세츠 보건국장의 자리 오퍼를 받았고, 의사로 공중보건을 할 거라 한 번도 생각 못했었는데, 평생을 보건분야 리더로 정책가로 살아가고 있다. 하버드에서 교수를 제안받은 것도 우연한 기회였고, 백악관에 들어가게 된 것도 내가 계획해서 간 것이 아니다. 인생의 기회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온다. 그래서 인생에 확실한 5년 계획 이런 것들 믿지 않고, 그런 것이 있다고 나에게 진로 상담을 오는 친구가 있으면 도와줄 게 없다고 돌려보낸다.


2.

하버드에 있는 동안 최대한 탐구해라. 깊게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넓게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라. 하버드의 재산은 지적인 호기심과 다양한 경험 그리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정 있는 너희 같은 사람들이다. 마음을 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도록 노력하고 (네트워킹). 너 얘기만 하지 말고, 남의 얘기를 잘 듣는 good listener가 돼라. 그러면 상대방도 너를 좋아할 것이다. 사람들은 네가 어떤 말을 했냐를 기억하기보다는 네가 그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나를 기억한다. 누구나 내 얘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에 대하여 호감을 갖는다. 그게 네트워크의 비밀이다.


3.

당장은 부정적인 경험 같아 보여도 나중에는 어떻게든 좋은 양분이 된다. (Turning negative to positive) 내가 매사추세츠 보건국장이 되니까 9.11 이 터졌고, 한창 흰색 가루와 함께 폭발물 배달되던 시기였다. 정말 너무 힘들었고, 긴급대응 상황들이 익숙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그렇게 힘들고 나니 코로나가 터지고 다른 보건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고, 언론을 통해 기관장으로 교수로 대중과 소통할 스킬과 콘텐츠들이 더 풍부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절대 버릴 경험은 없다. 너의 부정적인 경험을 긍정적인 자산으로 바꾸는 건 너의 몫이고 그게 다 너의 자산이 될 수 있다


4.

난 학교에서 어떻게 리더가 되는지 배운 적이 없었다. 세상은 전문가가 되라고 하고 한 곳만 더 깊게 파라고 한다. 맞는 말이지만 공중보건, 즉 우리가 살아가는 보건의 영역은 테크니컬 스킬 이상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중과 소통하는 능력, 정책적으로 막힌 부분을 뚫어가는 능력, 협력체 (coalition)를 만들어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능력, 협상 능력, 분쟁 조정/해결 능력. 이런 것들은 다 리더의 자리 올라가서야 내가 챙겨야 했던 부분이었다. 이런 것을 학교에 있을 때 배울 수 있었다면 현장에서 더 적합한 리더가 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여러분이 있는 DrPH프로그램이 그래서 생긴 거다. 아카데미아를 넘어서 현실 (조직, 정책, 프로그램)의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어젠다를 만들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데는 리더십이 참으로 중요하다.


5.

리더는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탐구를 충분히 하고 그것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 (Find ultimate purpose and meaning in your life) 어떤 일을 하겠다는 차원의 목표가 아니라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하고 어떤 것들을 바꾸고 싶고, 내가 왜 사는지, 나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xx가 되고 싶다 yy에서 일하고 싶다가 아니라 그 이상의 목적과 소명이 필요하고 그런 것들을 글과 말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 시간을 쏟고 관심을 가진다


6.

보건분야/공공분야는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서로 경쟁한다. 그래서 때로는 싸우고 경쟁하고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절대 personally 받아들이지 말아라.(Don't take it personally) 그러면 네가 손해다. 내가 보스턴 병원에서 의사 할 때는 다들 나를 존중해주고 좋아했는데 매사추세츠 보건국장이 되니까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지더라. 현실은 모두가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걸 받아들이고 정신적으로 준비해라. 나를 공격하고 싫어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거리를 두고 그런 공격이 들어왔을 때 나의 중심 (core)를 잃지 않고 대응할지 알아야 한다. 리더가 되면 혹은 되는 여정엔 그런 공격들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게 내 잘못이라 끙끙 앓지 말아라. 그들이 너에게 차갑게 굴고 못되게 구는 건 네가 뭘 잘못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7.

너의 독특함(uniqueness)이 무기가 될 수 있다. 나는 언제나 최초 (the first) 아시아인이란 타이틀을 달고 살았다. 한 번도 나같이 생긴 사람이 리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자라지 못했다.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니 내가 공청회를 가든 백악관을 가든 시장을 나가든 모두가 나를 알아본다. 왜냐하면 나만 그 방에 있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사람들과 다르게 생겨서 알아보기 쉬운 것 같다. (농담) 난 아시아인이라는 소수인종이라는 정체성이 나의 차별성을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Being different is good!)


8.

항상 감사한 마음이 들면 표현해라. (Express gratitude) 살다 보면 너의 커리어에 조언을 주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분들에게 꼭 돌아가서 메일이든 전화든 감사하다고 말해라. 나는 여전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은인, 멘토들에게 전화든 이메일이든 꼭 업데이트를 한다. 더 늦기 전에 감사하고 감사함을 표현하는 습관을 만들라. 그렇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주는 네트워크는 나중에 큰 도움이 된다. 누구도 감사함을 표현하는 사람에게 no라고 하지 않는다. 생각보다 나에게 조언을 듣고 감사하다고 메일을 보내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부분 네트워킹에서 자기 원하는 정보를 얻고 이동한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걸 듣고 다녀와서 감사 메일을 정중히 보냄)


9.

이메일로 조언을 구할 때는 정중하게 내용을 다듬고 다듬어서 보내라. 당신이 만나고자 하는 그 사람은 여러분보다 바쁘다.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해라. 나는 이메일에 “닥터 고, 당신 경력이 흥미로워, 한 번 만나서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 언제 시간 될까?”라고 이메일이 오면 대부분 답장을 하지 않는다. 바쁘기도 하지만 정성 들여 쓴 이메일에는 바빠도 답을 하게 된다. 사람을 만나고 네트워킹을 할 때도 예의가 필요하고 정성이 필요하다.


10.

사람들은 큰 성취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많은 인내와 노력이 쌓여야 큰 변화가 가능하다. 하버드가 Chan 가족으로부터 하버드 역사상 가장 큰 기부를 받았을 때 부자가 하버드에 와서 그냥 기부를 한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난 그 과정을 함께해서 잘 알지만 하버드와 Chan가족의 인연은 25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25년간 수많은 사람이 바뀌며 하버드와 관계와 신뢰를 쌓았고 그래서 25년이 지나 그렇게 큰돈을 기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기부로 인해 DrPH 프로그램이 생기고 공중보건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우리가 일하는 보건, 정책, 사회변화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을 버텨내는데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러분 같은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 과정을 버텨낼 리더들.  인내 (perseverance)와 회복력 (resilience)가 중요한 이유다.  


90분간 오바마를 만난 기분이었다. 적당한 유머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톤. 짧은 문장들. 확신에 가득 찬 메시지들. 하버드 보건대 신입생 환영회 기조연설 때도 감동이었지만 소규모로 질의응답도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시간이었다. 나이를 들면 리더의 자리에 갈 수도 있다. 그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았던 리더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리더십을 쌓는다는 것은 시간+의식적 배움+적용+반추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본인의 경험에서 나오는 인사이트를 들을 수 있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집중해서 감상하고 나온 느낌이었다. 겨울학기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Spiritual Lives of Leaders라는 수업을 하신다고 해서 냉큼 등록을 했다. 크리스천으로 세상의 가치들과 성경적 가치를 밸런스 해서 만들어가는 내 리더십 여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박사님께 한마디를 건넸다. “I am also the first Korean in Harvard DrPH program!” 나중에 만나면 나를 기억해주시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장학금을 받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