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한계를 조금씩 넘어서는 느낌은, 그게 어떤 종목이든 벅차다.
‘다신 하지 않겠다….’
요가를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은 이랬다.
지난해 초, 두 달 정도 집 앞 요가원에 다녔다. 코로나가 시작된 지 1년쯤 되던 때였다. 마스크엔 익숙해졌지만 밖은 여전히 위험했다. 어쨌든 움직여야겠단 생각으로 등록했던 요가원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흥미를 잃었다.
당시 수업을 맡았던 강사는 내겐 맞지 않았다. 강사는 민소매 요가복을 입고 헤어밴드로 앞머리를 싹 넘긴 오십대 여성이었다. 만약에 요가에 어떤 근본정신이 있다면, 아마도 그녀는 거기에 살짝 위배되지 않았을까? 강사는 한 자세에 5초 이상을 할애하지 않았다. 금세 다른 자세로 넘어가자 다들 제대로 따라 하지 못했고 헉헉거렸다. 그녀의 쨍한 목소리가 실내에 울렸다. “이게 왜 안 되지?” “저기, 이렇게 좀 하시라고요.” 강사가 손가락으로 꾹 누른 내 목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그 뒤로 며칠 동안은 목이 왼쪽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요가와의 인연은 그게 마지막인 줄 알았다.
그러다 새해를 맞아 며칠 전에 다시 등록했다. 거창한 이유는 없고 그저 할인쿠폰이 생겼다… 이번엔 다른 선생님이 있기를 바라며 저녁 수업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처음 보는 선생님이었다. 나를 포함해 수강생은 예닐곱 정도였다. "나마스떼."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허리를 세워 앉았다. 선생님은 고요한 목소리로 쉬운 동작부터 시작하면서, 오늘은 아쉬탕가 요가를 하겠다고 했다. (오늘이 첫날인데 내가 아쉬탕가가 뭔지를 알 리가!) 어쨌든 목이 삐끗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들었고 마음이 풀어졌다. 따라 하기 쉬운 동작들을 천천히 반복했다. 30분쯤 지나자 이마와 등허리에 땀방울이 조금씩 송골송골 맺혔다.
"이젠 ‘살람바 시르사 아사나’를 해볼게요. ‘머리 서기’ 예요. 오늘 보니 하실 수 있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한 번 시도해보기로 해요."
이것도 ‘방금 했던 것처럼 할 만하겠지’, 싶었는데 세상에. 물구나무를 서는 동작이라고 했다.
나는 중학생 때 이후로 물구나무를 서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중 3 때 체육 수행평가가 ‘손 짚고 물구나무’였다. 멀리서 7~8걸음 벽까지 뛰어와 땅에 손을 짚고 반동으로 물구나무를 서는 것이었다. 그땐 바로 앞에 벽이 있어서 두 다리를 들어 올리기만 하면 뒤로 고꾸라지지 않았다. 솔직히 그때도 물구나무를 잘 서지는 못했었다.
살람바 시르사 아사나는 ‘요가의 꽃’이라고 한다. (당연히 내겐 처음 듣는 단어라 집에 와서 뜻을 찾아보았다.) 몸을 거꾸로 세워 정수리를 바닥에 대고 전신을 지탱하는 요가 동작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살람바’는 지탱하다, ‘시르사’는 머리, ‘아사나’는 자세를 뜻한다. 인간은 늘 두 발을 땅에 대고 걸어 다닌다. 이 동작을 취하면 온몸의 피가 순환되고, 스스로 몰입과 집중 상태에 들어가며, 정신을 각성하는 효과도 있어서 ‘아사나(자세)의 왕’이라고도 불린다는데. 무엇보다도 나는 지난해 요가 수업 이후에 움직이지 않았던 목이 걱정되었다.
우리는 선생님의 가이드에 따라 천천히 동작을 따라 했다. 먼저 요가 매트에서 테이블 자세를 취한다. 테이블 자세는 식탁처럼 엎드려 매트에 손바닥과 무릎을 올려놓는 가벼운 기본자세다. 그다음에 정수리를 바닥에 댄다. (여기서부터 슬슬 걱정이 된다.) 두 팔과 팔꿈치를 바닥에 세로로 내려놓는다. 이때 팔꿈치는 바깥쪽으로 벌어지지 않고, 겨드랑이 쪽으로 붙여야 한다. 손바닥의 위치는 가슴 쪽에 있다. 머리 쪽이 아니다. 두 손바닥을 바닥에 딱 붙인다. 여기까지 왔으면 절반은 한 거다.
이제 절반이 남았다. 두 다리를 곧게 편다.(그러니까 무릎을 굽히지 않은 채로.) 엉덩이는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 쫙 편 두 다리를 종종걸음으로 정수리 쪽으로 가져와야 한다.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얼떨결에 나는 그렇게 하고 있었다. 곧이어 선생님이 말했다. "이제 두 다리를 올리세요."
올라갈 리가요. 정수리는 바닥에, 엉덩이는 하늘에, 두 정강이는 코앞에. 그런데 이 다리를 어떻게 공중으로 들어 올리지? 바닥을 차고 다리를 튕겨서 올려봤다. 금세 고꾸라졌다. 어깨가 딱딱하게 긴장됐다. 목이 꺾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선생님이 계속해서 말했다.
“다치지 않아요. 넘어지면 구르면 돼요. 어깨에 힘을 빼세요. 다리를 튕기지 마세요.”
네 번 시도하는 동안 두 다리는 무거웠다. 그런데 다섯 번째에 다리에서 아무런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1그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리가 공중으로 들어 올려져서, 내 몸과 다리는 직각이 되었다. 그렇게 30초 정도를 있다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반쯤이지만 물구나무를 선 거다. 조용하던 옆사람들이 나를 보며 "오오!"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순간에 나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저 됐어요! 제가 됐어요! 제가 물구나무를...!!"
두 발 자전거를 처음으로 넘어지지 않고 타기 시작했을 때처럼.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줄 알았던 것을 오늘 하나 했군.
몸의 한계를 조금씩 넘어서는 느낌은, 그게 어떤 종목이든 가슴이 벅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