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1주, 불편하고 걱정돼 병원에 가봤더니
이십일 전부터 오른쪽 귀에서 팔딱팔딱 소리가 들린다. 혼자 조용한 방에 앉아있으면 오른쪽에서 쿵쿵쿵 발소리가 들린다. 놀라서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다. 심장박동처럼 들리는 그 영문 모를 팔딱거리는 소리였을 뿐이다. 내 심장이 뛰는 왼쪽 가슴에 손을 대봤다. 박자가 얼추 비슷한 듯했다. 내 심장소리가 이렇게 크게 귀에서 들리나? 아니면 귀에 물이 들어갔나? 하지만 소리의 정체는 확신할 수 없었고, 불편함도 그대로였다.
이비인후과에 갔다. 한 시간을 기다려 만난 의사는 내 귀를 들여다보더니,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다. “조금 불편할 뿐이지요. 그런 증상은 심각한 질환도 아니에요.” 내가 임신했다고 말하자 의사가 말하기를, 임신하면 혈관의 위치가 바뀌어서 쿵쿵 뛰는 소리가 날 수도 있다고 했다. 확실한 것은 출산 후에 검사를 해봐야 안다면서, 별 일 아닐 거라고도 말했다.
엊그제 밤에 배에서 아기 움직임이 느껴졌다. 21주, 아기의 몸무게는 아마 380그램쯤 됐으려나. 아기가 발차기에서 힘이 느껴진다. 그래도 제아무리 꼼지락거리며 발차기를 해도, 날 아프게 하는 정도는 아니다. 아직은 아주 조그마한 것 같다. 그 태동이 신기해서 배에 가만히 손을 올려봤다. 그때 배에서 팔딱팔딱 뛰는 박자와, 귀에서 울리는 박자가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뱃속의 울림을 귀에서 곧바로 느낄 수 있다면… 혈관이 조금 움직이거나 일상에서 불편한 정도야 얼마든지 참을 수 있지, 싶었다. 내 귀에 대고 건네는 아기의 신호 같아서 신비로웠다.
앉았다 일어서면 빨라지는 소리.
내가 슬프거나 다운되면 천천히 뛰는 소리.
귀에서 들리는 소리가 배의 박자와 똑같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그 소리는 단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
청진기를 대지 않고도 아기의 심장소리를 계속해서 듣는 것 같다.
아기가 계속해서 내게 말을 건네오는 것 같다. “나 여기 있어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