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다시 배우기, 쇼팽 발라드 1번을 선택한 이유
나는 7살부터 13살까지 피아노학원에서 바이엘과 부르크뮐러, 체르니와 하농 등을 배웠다. 학원을 그만둘 무렵엔 체르니 40번 중간까지 익혔는데, 모든 곡을 연습한 건 아니고 선생님이 골라주는 곡으로 띄엄띄엄 쳤다. 어쨌든 누군가가 "체르니 몇 번까지 쳤어?"라고 물으면 "40번..."이라고 말은 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거다. 이젠 더는 체르니를 배우고 싶지 않아요! 200년 전 유럽 합스부르크 왕국의 피아니스트, 베토벤의 제자, 리스트의 스승인 카를 체르니 선생님!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체르니 말고 다른 걸 배우고 싶어요!
다시 피아노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니 안 보이던 게 보였다.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걸어가다 피아노학원 간판을 봤다. 전화하고, 상담 날짜를 잡고, 방문해서 첫 레슨을 잡았다. "뭐 치고 싶으세요?" 나는 쇼팽의 '뱃노래(Barcarolle in F Sharp Major, Op60)'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를 말했다. 쇼팽 뱃노래는 고등학생 때 악보집을 갖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던 곡이었다. 하지만 길고 어렵다. 라흐마니노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1912년에 '보칼리제'를 작곡했다. 본래 '보칼리제'는 성악가들의 노래 연습곡으로, 노랫말 없이 '아에이오우'의 한두 음으로 노래한다.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는 러시아와 슬라브의 애수와 감성이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생님은 두 곡 다 좋으니 고르면 된다고 했다. 내 마음은 밝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쇼팽의 뱃노래로 기울었다. "뱃노래가 좋겠어요."
그리고 첫 레슨, 선생님이 가져온 악보는 오잉? 차이코프스키의 '뱃노래'였다.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가운데 6월에 해당하는 곡이다. 시인 프레시체예프의 '뱃노래'에서 영감을 얻어, 6월 바람에 띄운 배를 음악으로 나타냈다. 그런데 쇼팽의 '뱃노래'가 아니잖아요... 차이코프스키의 '뱃노래'는 단조곡으로, 6월인데도 어쩐지 슬프다. 봄에 다시 피아노를 시작해 보려는 내가 이 곡을 연습하다가 슬퍼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머릿속에 맴돌던 그 이름을 충동적으로 외쳤다. "쇼팽 발라드 1번이요!!" 그러자 선생님이 대답했다. "오! 정말요? 길고 어렵지만 아주 재밌는 곡이죠. 갑시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어렵고 험난한 길을 걸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