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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Mar 26. 2023

기어이 100을 채우다

서울둘레길 증산체육공원 ~ 구파발역

봄이 왔다. 봄에는 밖으로 나가 둘레길을 걷는 게 건강에 좋다. 어느덧 산에는 개나리와 진달래의 시간이 와 있다. 멀리서 보고 보라꽃잎이 떨어졌나 보니, 제비꽃이다. 꽃들의 응원을 받아, 봉산을 올랐다.



서울은 크다. 이 동네는 처음이다. 평소 쌍문동에서 보던 북한산의 다른 면이 보인다. 하늘은 파랗고, 산은 늠름하다.


봉수대를 보면 봉산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더 높은 앵봉산이 기다릴 줄 몰랐다. 화섭 씨는 연신 더 이상 오르막이 없냐고 묻는다. 나도 지난겨울 갱년기로 불은 뱃살 때문에 오르막이 힘들다. 평상에 앉아 오래 쉬어 가자 제안했다.


마침 위에서 내려오시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구파발역까지 가는데 더 이상 오르막 있냐고 여쭤봤다. 안테나를 보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내리막만 있다 하신다.


화섭 씨는 그 말을 듣고 힘을 내 산을 오른다. 뒤도 안 돌아본다. 안테나가 나타났다. 화섭 씨는 그대로 직진이다. 직진길은 왼쪽으로 약간 휘어 있다.


멈추라 하고 둘레길 표시가 있는지 보라 했다. 먼 시선으로 봐도 오렌지색 리본이 안 보인다. 다시 돌아가서 표식을 찾자 했다.


돌아가니 표식이 보인다. 좀 더 가니 내리막길 표시도 보인다. 서두르는 화섭 씨를 따라가다 나무뿌리에 넘어졌다. 화섭 씨를 불러 세워 일으켜 달라 했다. 무릎을 보니 바지가 찢어졌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내려가라 했다.



무사히 완주 후, 스탬프 쾅! 근처 돈가스를 먹으러 갔다. 핸드폰을 충전시키더니 돈가스를 다 먹고도 100프로 완충해야 한다고 안 일어난다. 누나 빨리 가고 싶으니 혼자 있다 오라 했더니 그제야 일어선다.


앞장서더니 사라졌다. 전화하니 자기는 따로 가겠단다. 어떤 콘센트 만나 기어이 100을 채우고 오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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