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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Apr 27. 2023

주도적인 여자의 인생

통영의 풍수를 보고 우리 가족 받아들이기

난 아버지에게 분노가 많았다. 그 분노 뒤에 아버지로서 성숙하고 능력 있게 가족들을 보살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다. 그런 바람을 안 가졌으면 분노도 없었을 텐데, 왜 나는 그런 바람을 가졌을까?


주변 친구들의 아버지가 능력자였다. 문제해결도 잘하고 화도 덜 내셨다. 저녁식사 시간에 엄마가 없다고 화를 내는 대신 계란을 삶은 옆집 친구 아버지를 보고, 저런 성숙한 어른이 있구나 하고 부러웠다. 그 부러움이 바람을 가지게 한 것이다. 반면, 엄마는 그런 바람이 나보다 적었다. 주도적으로 사셨다.




이번 통영 여행에서 엄마 고향 도산면의 펜션을 빌렸다. 그곳에 사는 엄마의 친구분을 초대했다. 난 펜션 한편에서 아이패드로 음악을 들으며 바다뒤로 해가 떨어지는 풍경을 봤다. 두 분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길게 하셨다. 친구분이 집으로 돌아가고, 엄마가 친구랑 한 이야기를 했다.



"친구가 가난한 집에 태어났대. 공부하고 싶었지만, 시집갈 수밖에 없었고, 시집오니 자기 기준에 50프로 밖에 안 되는 남편이라 고생 많았대. 70으로 끌어올려보자 노력했지만, 결국 병으로 돌아가셨대. 지금은 15일 만 굴 까도 200만 원가량 벌어서 문제없다네."


왠지 그 이야기가 우리 엄마 이야기 같았다. 엄마는 평강공주가 되는 게 꿈이라 가난한 아버지랑 결혼했다. 평강공주처럼 온달로 보이는 아버지의 수준을 끌어올리자 하셨단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화내는 불안이 많은 아버지랑 결혼해 엄마가 문제해결하면서 평생 사셨다. 나보고 그런 남자랑 결혼해 문제해결하면서 남편 수준을 끌어올리는 결혼생활을 하라면 거절했을것이다. 왜 낮은 남의 수준을 내가 끌어올려야 하는가? 당시엔 여성의 직업이 한정되어 있으니 결혼을 취직처럼 했던 시절이다.


엄마 고향에 있는 굴과 가리비 어장.


엄마나 그 친구분이나 비슷한 인생을 살아온 게 신기했다. 또한 외삼촌들은 순한 편인데, 외숙모들은 생활력 강하고 살림을 주도했다. 때로는 너무 주도해서 문제가 있을 정도로. 통영 여자들의 주도성은 나도 좀 있는 것 같다. 남의 말 순종적으로 듣는 것보다 내가 주도하고 싶은 성격이 있으니까.




통영 여행 후, 궁금해서 통영 풍수에 대해 검색해 봤다. 무릎을 탁 치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한려투데이 기사 중에서


그래서, 통영 여자들이 주도성이 있구나. 양보다 음이 세서. 엄마와 엄마친구의 인생이 이해되었고, 나의 성격이 이해되었다.


중국 윈난 성을 여행한 적이 있다. 거긴 모계사회가 있어 여성이 가장이다. 여성이 일도 많이 하고 책임도 많이 진다. 주도성이 있는 나는 내가 가장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가장이니 책임감을 가지고 남에게 바라지 말고 살면 된다. 아버지에게 바랬던 것도 내가 주도한다는 책임보다 의존감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태어난 기질대로 내 길을 만들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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