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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Jan 06. 2024

자(子)월의 성지순례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새남터 순교성지까지

2024년 새해가 시작된 1월 초는 자(子) 월이다. 현묘선생님의 책 <나의 사주명리>에서 자(子)수 에 대한 글 발췌해봤다.


자 (子) : 대설~소한 ( 12월 7,8월~1월 5,6일 ) 밤11:30 - 새벽1:30

12지지 중 첫번째 글자 자 (子)의 계절과 시간적 위치이다. 오행으로는 수, 시간으로는 밤, 계절로는 한겨울이다.  자수는 수만으로 이루어진 지지이다. 그렇기에 수기운의 특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수기운의 특성인 지혜와 감성의 기운을 가득 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지혜가 아니라 음적인 총명함, 즉 꾀가 많다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많고, 궁리가 깊으며, 어려운 상황을 타계할 비책의 힘이다. 예민하고 충만한 감성의 힘이자, 우울의 인자이기도 하다. 자수는 자정과 동지의 힘이다. 어둠(음)이 절정을 이룬 시기이다. 반대로 양의 기운은 동지에서 싹튼다. 동지가 지나면서 낮의 시긴이 길어진다. 즉, 자수는 어둠속에서 움트는 양의 기운이다.오행 수는 생식과 욕망의 힘이다. 어둠속에서 은밀하게 양기를 키워나가는 계절적 특성을 미뤄보더라도 자수의 은밀한 성적 욕망을 확인할 수 있다. 오행 수는 인기를 끄는 힘이기때문에 자수는 남에게 주목받는 기운이면서, 주목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힘이다. 늦은밤에 자신의 진가를 잘 드러낸다.

자(子)의 키워드 : 감성, 지혜, 아이디어, 어둠속에서 움트는 양의 기운, 생식, 인기, 밤


이런 자수의 기운이 온천하에 뿌려진 계절에 서울 순례길 코스 중 한강근처에 있는 순교성지로 잡았다. 한강 옆이라 물의 기운을 느낄 수 있고, 순교지라 자수의 상징인 생명의 숭고함을 알 수 있을듯 했다.


한겨울의 하늘은 흐리다. 음기운이 왕성한 계절답게 햇빛은 강하지 않다. 오늘은 비도 왔다. 합정역에서 내리니 다행이 비는 그쳤다. 해가 나기는 했지만, 쨍하지 않다. 겨울해는 낮을 밝히기 위해 존재할 뿐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 계절의 하늘은 먹구름을 항상 동반하는듯 하다.


절두산 순교성지에 도착하니 마음이 고요해진다. 병인양요때 프랑스인의 침공이 강화도에서 일어나자, 외국인을 들여왔다는 빌미로 흥선대원군이 천주교 박해를 시작했다. 당시 신분제와 왕권을 벗어나는 평등의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한강 앞에서 순교하신 분들을 기리는 곳이다. 왠지 숙연해진다. 먹고사는것보다 정신적인 믿음을 추구하신 분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것같다.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싶은 마음말이다. 사람은 밥만으로 살수 없다.

초를 봉헌했다. 음기가 강한 계절에 초는 더 빛난다. 내 마음에 있는 화기운도 같이 켜지는 기분이다.절두산 성지를 시작으로 한강공원을 따라 걷는다. 음기의 계절이라 풀과 나무는 말랐다. 하지만, 음기속에 양기가 자라고 있다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봄을 준비하고 있으리라.


자수가 감성의 힘이라는게 이 계절에는 음악이 더 깊이 들린다. 소설이나 영화도 더 깊게 몰입한다. 한강가에 서면 센치해지는것도 수의 힘인듯 하다. 하지만, 음악도 다른 정보도 안 듣고 오로지 내 걷기에만 몰입했다.요즘은 과잉의 시대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뉴욕타임즈 하루치에 나오는 기사가 17세기 사람들이 평생 접하는 정보의 양이라고 한다. 내 두뇌는 그걸 다 담을 수 없는데, 너무 많은걸 듣고 보던 삶을 정리하고 싶었다.


걷다보니 땅이 있는 길이 나온다. 낙엽과 약간 젖은 축축한 땅으로만 이루어진 땅. 내 인생에 흙이나 길, 땅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 어린시절 땅따먹기를 하던 골목에 아스팔트가 깔리자 슬퍼했던 일이며, 20대때는 좋은 길을 가는게 즐거워 마라톤을 했던 일 말이다. 이것이 본능적으로 탄탄하고 중심잡는 토 기운을 추구했던게 아닐까 싶다.

옆에 나무에 새들이 떼를 지어 날라다닌다. 한 겨울 새들의 생명력이 감탄스러웠다. 나는 이렇게 겨울 옷을 입어도 추운데. 걷다보니 한강에 일몰이 드리운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목적지 새남터 순교지 표지가 보이자 반가웠다. 표시판에 서울순례길 앱 안내도 나온다. 앱을 깔으니 위치정보를 이용해 나의 방문기록도 남길 수 있다. 이렇게 편리할 수가.

새남터 순교지는 우리나라의 첫 신부 김대건 신부님이 효수형을 당한 자리라 한다. 그래서 인지, 지붕이 기와 양식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도 초를 봉헌했다. 기념관이 있지만, 이미 입장시간이 다했고 박해와 고문의 기록을 전시해놨다 해서 입구에서 기도만 했다. 독립기념관의 고문전시도 잘 못 봤던 마음 약한 나인지라, 기념관은 차마 못들어가겠다. 예전에는 어찌나 야만스러운지 사람이 사람을 육제적으로 힘들게 하는 역사가 너무 많다. 현대에 사는 내가 감사하다.


어느덧 해는 지고 있었다. 순교지를 걷다보니 엄숙해지고 고요해졌다. 그냥 걷는것보다 자수의 생명의 힘에 대한 고찰이 되었다. 순교자들을 묵상하니 평등과 인간존중의 가치가 더 많이 다가왔다.


돌아오는 길에 대모님과 카톡을 나누었다. 기쁨과 평안의 순례길 되라는 축언을 해주셨다. 저에겐 순례길을 걷는게 기도 같다고 하니 공감해주셨다.


걷기도 기도이지요.


* 좋은 도보 성지순례길 있으면 전국 어디라도 좋으니 댓글로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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