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대역 입구에서 화섭씨는 스틱을 폈다. 급하게 그냥 잡아당기니 다 안 펴진다. 어떻게 해- 하면서 끙끙거리는 화섭씨. 모자란게 있어서 우리 서로 필요하다. 모자름을 나누는 남매라 좋다.
화섭씨는 앞서 걷다 갈림길에서 안내판을 안 보고 직진해 경로를 이탈한다. 갈림길에서 멈추라고 주의를 줘도 비슷하다. 이것도 괜찮다. 빨리 안 가도 된다고 허용한다.그리고, 나도 경로를 이탈한다. 배가 고파서 김밥한줄 먹고 가자고 꼬셨다. 김밥을 기다리다 한마디 던졌다.
"너 실업급여 탄거 있으니 이건 네가 사줘."
정색을 하며 싫다는 화섭씨. 왜 그러냐고 하니 자기돈은 다 쓸 곳이 있단다. 어쩔쏘냐, 영원한 막내니 봐준다.
김밥을 먹고 망우산으로 경로를 잡았다. 망우리 공동묘지라는 이름만 듣고 와보긴 처음이다. 근데 역사적인 유명인이 많이 묻혀있어서인지 그 사이 근사한 공원으로 바뀌었다. 잘 닫힌 산책로와 전망대, 피톤치드를 맡을 수 있는 데크까지 훌륭한 숲속 길이었다. 예상치도 못하게 좋은 길을 만나니 즐거웠다.
땀 많이 흘리고, 발가락은 아팠지만, 혈액순환이 되어 기분 좋아진 몸으로 귀가했다. 화섭씨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