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소소한 루틴
광주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오늘은 나주로 향한다.
오늘도 33km 정도를 가야 하는 거리라서 부지런히 준비해서 새벽 5시에 출발했다.
광주 첨단동은 얼핏 보면 수도권의 다른 도시와 차이 없이 비슷한 것 같다.
우뚝 솟은 아파트 수많은 가게들...
첨단동에는 유독 둘레길과 가족중심의 공원이 많이 보인다.
살기 꽤 좋은 동네 같다.
아침에 출발하는 발걸음과 마음이 무겁다.
전날 비싼 삼계탕을 시켜서 내 양 보다 많이 먹어서 속에 부대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화장실도 가봤지만 영 소식이 없다.
그냥 무거운 몸과 2% 부족한 컨디션으로 출발했다.
2시간 30분 즘 지났을까 카페가 하나 보인다.
오픈이 8시인데 현재 시간이 07:30분이다. 그런데 안에 사람이 있다.
혹시나 해서 문을 열고 커피 주문 가능할까 물었더니 흔쾌히 들어오라고 해주신다.
기쁜 마음에 라테 한잔과 케이크 한 조각시켰다.
너무 감사하게도 여행 다닐 때 먹으라고 큰 약과 두 개를 주셨다.ㅠㅠ
열흘째 정도부터 현질 여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침에 커피를 먹으면 꼭 베이커리도 하나 시킨다.
이렇게라도 먹으니 그날 여정을 기분 좋게 힘 있게 할 수 있었다.(그깟 돈이 무슨 대수랴)
오늘 특별히 기분이 더 좋은 것은 본격적 여정이 시작되기 전 화장실에 갔다 온 것이 큰 몫을 했다.
아침 컨디션 문제의 9할은 화장실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그러나 혹시나 해서 카페에 나와서 가스 활명수 하나 사서 먹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이번 여정 기간 동안 아내 생각이 많이 난다.
그래서 아내랑 관련되거나 비슷한 이미지가 있는 것은 사진을 찍어서 보낸다.
오늘도 내 사랑하는 아내와 비슷한 이름 모를 꽃과 그리운 이름 두자가 나와서 보냈다.
오늘은 날씨가 나의 체력을 강인하게 훈련시켜 준다.
아직 쉴 만한 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저 앞에 만남의 광장이라는 휴게소가 보여 들어갔다.
다행히 편의점이 있어서 1리터짜리 탄산수로 수분 공급을 해주며 충분히 쉬고 떠난다.
그런데 오늘 볕이 뜨겁긴 뜨겁다.
5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버스 정류장에 철퍼덕 앉아 탄산수와 카페에서 응원 선물 받은 약과를 먹었다.
이번 여정에서 느끼는 것인데 쉬는 시간마다 작은 주전부리를 먹고 안 먹고의 차이가 크게 났다.
작은 과자를 먹어서 에너지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자를 먹는 행위 그 자체가 나의 몸과 마음에 쉼을 준다.
그래서 과자 하나랑 물이랑 먹으면 50분은 다시 걸을 수 있는 힘을 얻는다.
한참을 걷다 보니 드디어 나주시 입성이다.
아쉽게도 아내가 일하는 시간이라서 함께 입성하지는 못했지만 나주시로의 입성이 다시 또 힘을 준다.
나는 나주 하면 “배”가 떠오른다.
아니나 다를까 나주를 상징하는 표지판을 보면 귀엽게 배가 함께 있다.
나주시 초입에 상징성 있는 배나무도 떡하니 있다.
여러모로 기억되는 도시이다.
오늘은 아침에 화장실 사건부터 아차 싶은 경험을 여러 번 한다.
나주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잘 쉬고 출발하였다.
걷다가 시계를 보니 무엇인가가 허전하다.
장갑을 의자에 놓고 출발한 것이다.
놀라서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열하루 동안 나의 손을 지켜준 장갑 한 짝이 덩그러니 바닥에 놓여있다.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ㅠㅠ
가서 다시금 장갑을 끼고 내 마음을 점검해 보았다.
나는 약 15일간의 이번 여정을 누가 시켜서 강제로 보내서 한 것이 아니다.
자발적인 계획을 세우고 추진한 것이다.
막상 여정이 고되다 보니 오늘 같이 날이 더운 날은 불평과 짜증이 몸에서 자동적으로 나온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번 여정은 엄청난 특권을 누리는 것이다.
보통 40대의 내 나이에는 이렇게 긴 시간을 통째로 내가 어렵다.
그런데 나는 좋은 기회로 통째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여행을 풍성히 다녀올 수 있는 “적당한 돈”도 있었다.
생각지 못했는데 나는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아서 걱정되는 부분이 “체력”이었는데 아직까지 “체력”이 발목을 잡지 않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 “돈” “체력”이 있어도 가족의 “응원”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게 순례길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는 긴 시간을 나에게 허락해 주었다.
어느 순간부터 장갑을 깜빡 잊고 발걸음을 옮긴 처럼, 이런 귀한 것(시간, 돈, 체력, 응원)들을 누리는 축복을 망각한 채 땅만 보고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고, 체력적으로 조금 궁지에 몰리고는 있지만 조금만 더 즐기고 누리는 여정이 되어보자
이제 목적지가 눈앞이다.
영산대교를 건너면 영산포이다.
조금 더 힘을 내본다.
그런데 영산강의 풍경이 너무 이쁘다.
오늘 하루의 고생이 다 풀리는 기분이다.
오늘 숙소의 입실은 오후 5시이다.
부지런히 걸었더니 도착한 시간은 약 2시 30분 정도이다.
전날 미리 찾아놨던 카페에 가서 심신의 피로를 풀며 글을 쓴다.
나는 커피를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건강해야 오랫동안 커피를 즐길 수 있기에 웬만하면 하루에 2잔까지만 마신다.
아침에 한 잔을 마시고 중간중간 너무 마시고 싶었지만 꾹 참고 드디어 지금 이 순간 빨대로 한 모금을 주욱 들이킨다.
피로가 쏵 풀린다.
남은 3일의 여정도 험난하지만 나에게는 전적으로 응원해 주는 가족이 있고 커피 한잔의 여유가 있으니 무엇이 나를 막겠는가?^^
사람은 먹고 자는 게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함을 여정을 통해 느껴본다.
걷다 보면 오늘 밥은 뭐 먹지? 커피는 마실 때가 있을까? 잠은 어디서 자지? 옷은 어떻게 말리지?
오늘도 나주에 왔으니 나주곰탕을 먹어야 되나? 아니면 아까 홍어의 거리가 보이던데 홍어를 먹어 볼까?
최초의 생각은 나주곰탕이었으나 아쉽게도 문을 일찍 닫아서 홍어의 거리로 눈을 돌렸다.
한 번쯤은 홍어를 먹어 보고 싶었다.
내가 50번은 넘게 봤던 1박 2일의 홍어 코스(7단계)가 나오는 가게가, 숙소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으로 향했다.
가격은 혼자 먹기 꽤 비쌌다.
"여보가 언제 또 영산포로 와서 홍어를 먹어볼 수 있겠어? 그냥 먹어"라는 아내의 응원에 힘입어 정식 코스를 시켰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홍어무침-홍어 애-삼합-보리애국 까지는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고수들의 단계인 홍어 전과 튀김에서 코가 뚫리고 눈물이 핑 도는 경험을 했다.
내 인생에 정말 멋진 경험 중 하나였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왔다.
내가 오늘 숙소를 고른 이유는 딱 하나이다.
스! 타! 일! 러! 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눅눅하고 잘 안 말랐던 옷들을 말리고 뽀송뽀송하게 입기 위함이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나의 빨래로 스타일러는 열일을 한다.
내일은 상쾌하게 옷을 입고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의 결산(누적 355km)
이동경로: 광주시 광산구 첨단2동 헤지스 모텔 - 전남 나주시 나주 명성리버텔
이동거리: 33km
총비용:99,775원
1)간식:18,555원(서작로스터리,메가커피,이마트24)
2)저녁:30,000원(홍어1번지)
3)기타:1,200원(가스활명수)
4)숙소: 50,000원(나주 명성 리버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