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본능적 선택이 나의 길을 인도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논산역이다.
아침부터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엄청 고민했다.
이야기를 풀어보면 오늘 오후에 비소식이 있는 것을 알고 일찍 출발하기 위해 04:30분에 일어났다.
그런데 잠에서 깰 때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창문을 봤더니 비가 오는 것이더라.
날씨 어플을 켜니 오늘 오전하고 저녁즈음에 계속 비가 올 예정이더라.
순간 오만 생각이 지나갔다.
오늘은 여기서 쉬어야 하나? 가야 하나?(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고 있던 상황이라서)
내가 부지런을 떨어서 어제 저녁에는 왜 오늘 숙소를 미리 예약했지부터...오만 생각이 다 들더라.
어떻게 보면 가면 가는 거구 쉬면 쉬는 건데...나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다.
이럴 때 나는 아내와 꽤 오랜 시간 통화나 대화를 한다.
대화를 하다 보면 내 생각이 정리되고 결정을 하게 된다.
결국 3시간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07:30분경 출발하자라는 본능적 판단에 몸을 맡겼다.
뒤에 할 이야기이지만,
나란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면 이성적 판단에 비하여 본능적 판단이 더 우월한 삶을 살았다.
스스로도 이성적 합리적 판단이 부족한 것을 알기에 오히려 더 이성적 합리적 판단에 목을 매었다.
그러나 이 여정 가운데 “나 다움”은 손해를 보더라도 이성적 판단보다는 본능적 판단이 맞는 사람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짧은 인생에 잘 못하는 것을 메꾸며 살아가는 것도 필요 하지만,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만드는 것 만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저런 복잡 미묘한 마음과 한편으로는 시원한 마음을 가지고 비가 소강상태에 이르자 나는 가방을 메고 숙소 문을 나섰다.
비가 오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공주 시내 환경이 꽤 그럴싸해 보였다.
지금 까지 서울, 수원, 평택, 천안, 공주를 거치면서 공주라는 도시가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잔잔한 감동과 평안이 있는 도시이다.
그러나 그 감동도 잠시 뒤로 하고, 큰 쉼 없이 32km를 걸어야 하는 오늘의 현실에 가방을 꽉 붙잡고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집 나간 아기 염소를 애타게 찾는 주인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우금티 터널을 지나며 가족에게 보낼 영상을 간단하게 찍고 걷는다.
갈 길이 멀다 보니 몸이 힘들기보다는 긴장상태이다.
그러다 보니 힘이 덜 들어가게 된다.
다행히 비는 안 온다.
이대로 안 오면 좋거나 숙소 들어가서 왔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속도를 내며 걷는다.
걷다 보니 매일 국토 대장정 글을 쓰는 게 힘들게 느껴진다.
당연히 오래 걷고 숙소에 와서 글을 쓰는 것이니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글을 쓰는 게 힘든 것은 자꾸 불특정 다수를 의식해서 글을 쓰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어 봤다.
“그냥 나를 위해서 글을 쓰자”
이렇게 생각을 바꾸니 마음도 편해지고 발걸음도 더 가벼워졌다.
1시간 40분 정도를 걷고 보니 잠시 쉬어야 할 때가 되었다.
어제저녁에 사다 놓은 부자 떡집 떡과 두유로 허기를 달래며 쉬어 본다.
오늘은 지도를 살펴보니 중간에 커피 마실 곳도 없이 없다.
지나는 길에 슈퍼가 보여 잽싸게 들어가 페트 커피를 구입했다.
당연히 맛은 내리는 커피와 비교할 수 없지만, 다만 마실 수 있는 게 어디냐 하며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출발했다.
지나는 길에 유림 의병정난 사적비가 보여 잠깐 들어가 사진을 찍어본다.
그 옆에 고인돌 소개도 있어서 둘러본다.
국토 대장정의 아쉬움은 몸이 피곤하다 보니 이런 유적들을 자세히 살필 수 없는 데 있다.
나는 아침 일찍 출발하는 편이기에 시간은 있으나 걷기만에 도 빠듯한 내 체력이 문제다.
지나는 길에 곤충 및 파충류가 보이면 그냥 못 지나친다.
우리 아이들에게 보내주고 싶고 설명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도 바닥에 뱀을 발견하고 난간에 달팽이를 발견해서 아이들에게 보내준다.
.
뱀 사진을 보내주니 아이에게 온 문자
“아빠!! 지렁이가 너무 커”
그래 건성으로 봐도 좋다^^
나는 제대로 볼 때까지 또 보낸다><;
정류장 옆의 나무가 마을과 함께 자라 온 것 같아서 한 장 남겨본다.
정류장과 이 나무는 참 잘 어울렸다.
큰 쉼 없이 50분 걷고 10분 쉬고를 반복하다 보니...
드디어 논산 입성이다!!
오늘처럼 긴장하고 빠르게 걸은 적이 없다.
다만 논산 쪽에서부터 먹구름이 몰려오는 게 심상치 않다.
조금 더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비가 한 두 방울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앞으로 2시간 정도 더 걸어야 하는데ㅠㅠ
주섬 주섬 가방에서 판초우의를 꺼낸다.
그래도 이번 대장정을 위해서 산 우의를 입어 볼 수 있으니 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비가 점점 거세진다.
그래도 걸을 만하다.
빨리 들어가야 한다.
드뎌 논산 시내로 입성!!
숙소야 빨리 내 눈앞에 나타나라!!
드디어 숙소 도착!!
어플로 예약한 숙소이다. 리뷰를 다 믿으면 안 된다.
싸고 좋은 숙소도 분명 있을 거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싸고 좋은 숙소는 있을 수 없다.
에어컨은 냉매가 없고, 냉장고는 고장 나 있다.
비가 오고 힘드니 저녁은 배달로 김밥, 어묵, 떡볶이를 시켰다.
그나마 밥이 맛있어서 힘이 난다.
오늘은 정말 초인적으로 걸었다.
그나마 비가 오더라도 출발 한 나의 본능적 판단에 박수를 보낸다.
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을 굉장히 부러워한다.
나에게는 다소 많이 부족한 면이기 때문이다.
나는 리더십 있고 위트 있는 사람들을 질투한다.
나에게는 없는 면이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를 생각해 보면 약간 진중하고 본능적인 판단이 강하다.
그런데 그게 나이다.
리더십 부족하고 진중하고 본능적인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늘도 나답게 살아가려고 또 몸부림쳐본다.
오늘의 결산(누적 178km)
이동경로: 충남 공주시 정중동 호스텔 - 충남 논산시 논산 로망스 모텔
이동거리:32.2km
총비용:58,500원
1) 간식:2,500원(슈퍼 커피)
2) 저녁:12,990원(김밥, 어묵, 떡볶이)
3)주전부리: 8,010원(과자,탄산수,요플레)
4)숙소:35,000원(논산 로망스 모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