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걷는 길이 의심스러울 때
오늘의 목적지는 전라북도 김제이다.
국토대장정을 계획할 때만 해도 전라도에 가면 꼭 한정식을 먹어봐야지 했다.
그러나 막상 걷는 중에는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가게를 만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거리가 거리이니 만큼 조금 서둘러 새벽 5시 40분에 나섰다.
생각보다 차가운 새벽 공기에 깜짝 놀랐다.
그래도 나는 아침형 인간이기 때문에 기분 좋게 출발하였다.
길을 걷다 보니 재밌는 모습이 보였다.
보통은 닭을 우리 안에 가둬 놓고 키우는데 닭들이 전부 나와있다.
이 중에 우두머리 수탉은 나를 위험인물로 생각했는지 나를 종종종 쫓아왔다.
참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걷다 보니 해가 구름 커튼을 젖히고 얼굴을 비춘다.
2시간 정도 걸었을 때 잠시 커피를 마시는 게 가장 좋다.
오늘은 딱 2시간 만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최고의 타이밍이었다.
아침에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는데 7분 정도 돌아가는 시간은 나에게 애교이다.
다행히 원광대학교 앞에 메가커피가 이른 시간에 문이 열어서 행복하게 한잔 마셨다.
많은 사람들이 국토 대장정 가운데 꼭 점심을 잘 챙겨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처음 이틀 정도는 꼭 밥을 챙겨 먹었다.
그런데 내 스타일은 밥을 먹으면 퍼진다.
그래서 넷째 날 부터는 과감하게 밥 먹는 시간을 뺐다.
대신 빵이나 간식을 가방에 넣어 두고 쉬는 시간에 먹었다.
오늘도 익산역을 지나는데 풍년제과가 보여 점심에 먹을 초코파이 한 개를 구입했다.
배가 고플 때 즈음에 두유랑 초코파이로 당을 채우니 다시 힘이 나기 시작한다.
오늘 걷는데 가장 큰 난관은 길이 막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길이 막힌 것이 아니라 관리가 안되어서 잡초가 아마존처럼 우거진 것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나는 그 길을 돌파할 수 밖에 없었다.
솔직하게 벌레가 내 몸에 붙을까 뱀이 있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래도 이 길을 헤쳐 나가지 않으면 더 나아갈 수가 없다.
막힌 것 같은 길을 뚫고 지나가다가 우리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영상도 하나 찍었다.
험난 한 길을 뚫고 결국엔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 옷에 진흙이 묻고 꽉 묶였던 신발끈이 저절로 풀렸다.
막힌 길을 만났을 때,
낯선 길을 만났을 때,
이 때는 내 옷에 진흙이 묻을 각오도 해야 하고, 있지도 않은 뱀과 벌레의 두려움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옷에 뭐가 좀 묻었다고 이상한 게 아니다.
있지도 않은 일로 두려워하는 것도 내가 나약해서 그런게 아니다.
아주 정상적인 것이다.
그러니 한 발자국만 내뎌 보자.
그러면 분명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다.
오늘의 긴 여정을 마치고 반가운 숙소로 들어간다.
어제처럼 숙소 근처에 특별한 가게가 없어서 편의점에서 저녁거리를 사가지고 들어갔다.
숙소가 생각보다 컨디션이 너무 좋다.
이번 여정 중 반신욕을 할 수 있는 숙소는 최고의 숙소이다.
더군다나 웰컴 쿠키까지 있어서 최고였다.
좋은 숙소에서 푹 쉬고 내일 또 새 힘으로 걸어가야겠다
오늘의 결산(누적 237km)
이동경로: 전북 익산시 익산 카카오 무인텔 - 전북 김제시 김제역 세븐모텔
이동거리: 32km
총비용:62,100원
1)간식: 4,000원(메가커피,풍년제과)
2)저녁: 13,100원(편의점)
3)숙소: 45,000원(세븐모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