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특별한 날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는 잔소리가 나를 깨웠다. 평소보다 흥분한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깬 나는 tv를 보고 아빠의 목소리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경상북도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아빠는 아직도 빨갱이가 나라를 망하게 한다고 생각 하시는 분이다. 그런 아빠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란 문구가 반가우셨을 리 없다. 아침부터 나라가 망했다느니 경북이 망했다느니... 그런 아쉬움과 불평을 토로하시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5월 10일 그날이 참 특별한 날임을 알게 되었다.
대통령의 당선은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고, 염려되는 일이기도 했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이 시대에 아무런 기대도 없는 사람과 살고 있는 우리는 대통령이 당선될 때마다 화가 난다. 시대는 악해지고 더 이상 우리가 바라던 시대는 오지 않는데, 기대는 높아지기만 하고, 결국 우리의 상태는 매년 학습된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대해 어떠한 기대도 없는 무기력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아빠가 뿔난 것을 보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저런 생각을 하는 보수적인 사람이 있지..라는 생각과,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이 잘 뽑히면 경북이 살고, 경북이 살면 나와 내 가족의 일자리가 보장되리라는 아빠의 기대조차도 없는,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는 내 마음을 보게 된다. 그래도 아빠는 아직도 대통령이 나와 내 가족의 일자리를 보장해 줄 수 있고, 우리나라가 우리를 먹여 살릴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나는 어떤가. 나는 대통령과 당장 나의 월급이 직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대통령, 내 월급은 월급이다.
이 시대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 한 나라의 정치와 경제는 상관이 없다. 그저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할 것이고, 나의 어려운 상황은 나의 탓이자, 나의 노력인 것이다. 어쩌면 좋은 생각일지도 모르는 이 생각들은 결국 대한민국에 어떤 기대도 가지고 있지 않는 내 모습을 보게 한다. 나라가 잘 되어도 내 인생과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어떻게 해야 이 나라와 내 인생이 연결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이 나라에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2016년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던 한 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이미 그들을 버린 이 나라를 버렸다.
내 인생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국민의 삶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이 나라를 등지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그저 우리의 최선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다.
한 나라가 책임져줘야 하는, 한 사회가 성장시켜 줘야 하는, 한 가정이 보호해줘야 하는 지극히 작은 인생을 홀로 책임지고 성장시키고 보호해야 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다시 한번 격려하고 싶다.
다시 한번 이 나라에 사는 내 인생을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실망하고 또 실망해도
버림받고 또 버려져도
그래도 믿고, 기대해야 하는 곳
그 곳이 바로 내 나라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