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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영 Aug 27. 2016

다이어트에 대하여


시발점은 레몬디톡스


캄보디아를 떠난 이후 한국에서 일주일, 포르투갈 여행 2주일동안 운동은 1도 안하고 맛있는 음식과 맛있는 술을 정말 많이 먹었다. 굳이 체중계가 없어도 몸이 불어나는게 느껴졌지만 애써 괜찮다고 무시했다. 학기 시작하면 다시 운동을 시작하리라는 굳세지 못한 다짐이 있었지만 운동은 한번 쉬는 맛을 보게 되면 쉽사리 다시 시작하기가 힘들다. 그러다 지난 주말, 여름의 끝자락에 외로워하는 내가 안쓰러웠던 친구가 나를 부르고뉴로 데려갔다. 오래 된 시골 저택에서 장장 3일을 두문불출한 채 사람들과 먹고 마시기만 하는 프랑스식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니 위기 의식이 들었다. 그래서 극약 처방으로 사람 만날 일 없는 개학 직전 주에 레몬디톡스를 시작했다. 금요일인 오늘자로 어느덧 5일째에 접어들었다. 이건 인간 승리다.

1일째 - 몸이 춥고 자꾸 닭살이 돋았다. 그 전 3일을 너무 많이 먹어 배는 고프지 않았다.

2일째 - 배가 고프고 먹고 싶은게 너무 많다. 유혹에 노출되지않게 하루종일 방에 나를 가두어두었다.

3일째 - 대학 동기 오빠가 파리에 놀러왔다. 오빠 만나기 전에 혼자 전시회를 보고, 오빠를 만나 파리 투어를 시켜주느라 2만 걸음을 걸었다. 빵집 소개시켜주다 무의식 적으로 시식용 빵 한조각을 집어먹었지만 저녁 식사 때 간 식당에서는 3코스 요리를 먹는 사람들을 앞에두고 꿋꿋하게 참았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4일째 - 신기하게 체력이 다시 조금 생겨서 요가를 조금 했다. 하지만 밤만 되면 배고픔에 잠을 못이룬다.

5일째 - 허기짐은 없다. 다만 앉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 세상이 노래질 뿐. 요가도 어제보다 조금 더 강도 높게 했다. 이젠 끝난 후에 먹을 샐러드에 뭘 넣을까 하는 생각들에 신이 난다.

5일째가 되는 지금 몸무게는 예전으로 돌아왔다. 역대 최고로 힘든 다이어트다. 문득, 왜 나는 깡마른 몸을 가질 수 없는지 화가났다. 다이어트가 일상의 한 부분이 된지도 어언 10년이 다 되어간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만족할만한 몸매를 가질 수 있는 걸까.




내 다이어트의 역사


내가 기억하는 첫 살을 빼기 위한 노력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자의가 아닌 엄마의 회유 (강요는 없었던 것 같다)에 동네 재즈댄스 학원에 엄마랑 같이 등록을 했었다. 그 때 엄마는 몇 주 다니다 재미없다고 그만뒀지만 나는 꽤 오래 몇 달을 다녔다. 살을 빼려는 생각이 딱히 없었으나 신나게 춤을 추다보니 몇 달동안 살이 많이 빠져서 선생님들이 어디 아프냐고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처음 스스로 살을 빼겠다고 운동을 한 것은 대학입학이 결정난 직후였다. 으레 그렇듯이 나도 한번 살빼고 환골탈태해보겠다며 헬스장을 등록해서 트레이너가 짜주는 프로그램을 열심히 따라했다. 하지만 운동을 한 뒤 늘 근처 이모집에 가서 푸짐한 저녁을 먹은 까닭인지 체중감량의 효과는 거의 없었다. 그저 좀 더 건강해진 몸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도리어 고등학교 때 찐 살이 다 빠진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그 당시 나는 학교에서 보내주는 호주 어학연수를 다녀온 직후라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고 있는 중이었다. 호주는 미성년자(난 그때 아직 만 17세였다)는 홈스테이말고는 다른 주거 옵션을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 이어주는 가족네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되었는데, 공짜밥이니까 많이 먹어야하지 하는 심보로 매 끼를 참 많이도 먹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 이민 1세대였던 그 가족은 늘 기름이 둥둥 떠있는 중국식 요리들을 저녁상으로 내어놓았고, 그 기름들은 고스란히 내 몸 곳곳에 안착했다. 

학기가 시작되고 학교로 돌아와 1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해야할 공부는 안하고 도서관 데이트를 한 후폭풍으로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성적을 받고 충격에 휩싸인 나는 그 후 기말고사를 도서관에 가지 않고 방에서 공부했다. 다른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며 끼니 때가 되면 같이 밥을 먹으러 가는 걸 알았기 때문에 혼자서 밥을 먹을 자신이 없던 나는 방안에서 물과 커피와 간간히 과자로 끼니를 때웠다. 아마 살면서 가장 열심히 공부해본 기억을 꼽으라면 대학교 1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꼽을 것이다. 그땐 빠다코코넛과 촉촉한 초코칩 쿠키를 먹었다. 설탕과 탄수화물만 섭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주 정도 그렇게 공부를 하고 시험 기간 이후 거의 인생 최저 몸무게를 찍었었다. 돌이켜보면 역시 최고의 다이어트는 스트레스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한건 대학교 2학년 때다. 지금은 뭔지 기억이 안나지만 너무 화가나는 일이 있어 혼자 일요일에 학교 체육관 헬스장에 가서 경비아저씨한테 제가 지금 꼭 뛰어야되니까 문을 좀 열어달라고 했다. 조용히 혼자 운동하라며 문을 따주신 고마운 아저씨 덕분에 그 날 나는 한시간 반동안 런닝머신을 뛰었다. 땀을 쏙 빼고 난 그 후의 쾌감이 그렇게 좋아 그 이후론 졸업하기 전 까지 매일 새벽에 체육관에 가서 한시간씩 달리기를 했다. 드라마틱한 몸무게의 변화는 없었다. 남들은 술을 끊고 근력 운동을 해야 살이 빠진다고 핀잔을 줬지만 난 금주도 근력 운동도 싫었다. 그 때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먹을 거 다 먹고 마실 거 다 마시면서도 돼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은 더 열심히 뛰었다. 그렇게 하면 몸 속 남아있는 알콜이 땀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은 묘한 만족감이 들었다.

독일 교환 학생을 갔다가 곧바로 배낭 여행을 하고 1년이 넘게 외국에 있다 집에 돌아왔을 때에는 독일 감자와 소세지, 맥주의 흔적들을 떼어내기 위하여 양배추 스프 다이어트를 해봤다. 양배추와 각종 야채를 넣은 스프들만 일주일을 먹고 2 킬로가 조금 안되게 빠졌던 것 같다. 그 때 깨달았다. 인터넷에서 5kg 빠진다고 하는 후기들은 시작점이 60-80 킬로 대 되는 큰 언니들이 기준이라는 걸. 

회사에 들어가고나서는 시간이 많이 나지 않았다. 늘 새벽 운동을 하는 것이 버릇이 되어 있었지만 회사에 출근하기엔 도저히 새벽 운동을 할 짬이 나지 않아 일하는 3년 반 정도는 저녁 운동을 해야했다. 돈은 있는데 시간은 없어 비싼 운동들을 많이 해봤다. 헬스를 다니다 지겨워 지면 실내 암벽 등반도 해보고, 동네에서 제일 비싼 요가 스튜디오도 다녀보고, 폴댄스도 배워보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큰 돈을 주고 필라테스 개인 레슨도 해봤다. 한강 근처로 이사를 가고 나서는 초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일년의 반은 한강을 나가서 7km씩을 뛰었다. 그 때 러닝 앱을 쓰며 또 하나 깨달았다. 10분당 태우는 칼로리들은 건장한 성인 체격을 기준으로 측정된다는 걸. 40분을 뛰어도 내가 태우는 칼로리는 채 250kcal가 안되었다. 늘 거하게, 맵게, 짜게 먹는 점심 식사 탓인지 회사 다니는 내내 운동은 했지만 살은 빠지지 않았다.


  


무료 피트니스 앱 찬양

프랑스로 오고나서는 극도로 얇아진 지갑 사정 때문에 돈 주고 운동을 할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첫 4-5개월은 지하철 대신 어디든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그리고 요리가 귀찮아 볶은 야채를 엄청 많이 먹었다. 그랬더니 의도치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첫 학기에 몸무게가 2kg정도가 빠졌다. 겨울이 되고, 학교 캠퍼스가 먼 곳으로 옮겨가면서 더이상 자전거를 탈 여력이 되지 못하고나서는 무료 피트니스 앱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운동 시간도 저녁에서 다시 아침으로 바뀌었고, 필라테스에서 조금 재미를 본 이후 근력 운동이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처음 사용했던 것은 타바타 운동 앱이었는데 이름이 기억 안난다. 무료 운동 앱들의 최대 단점은 레퍼토리가 제한되어 있어 몇 달하면 지겨워진다는 거다. 그래서 두 세달 주기로 앱을 바꿔주었다. 지난 가을 겨울에는 Freeletics라는 독일의 맨손체조 운동 앱을 사용했었다. 짧게는 10분만 운동을 해도 꽤 효과가 좋은 운동 루틴을 제공해주지만 레퍼토리가 많지 않고, 일부 운동들은 턱걸이 바를 써야하거나 뛰어야하기 때문에 방에서 새벽에 혼자 하기에 제한이 좀 있긴 했다. 캄보디아에 갔을 때는 내 방 앞 넓은 옥상 테라스에서 요가매트를 펼쳐놓고 SWorkit이라는 앱으로 운동을 했다. 근력, 유산소, 요가, 필라테스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들이 무료로 제공되고 운동 시간 조절도 가능한 꽤 괜찮은 앱이다. 요즘은 한 달 정도 운동을 쉰 탓에 선뜻 예전 강도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아 데일리요가라는 앱을 다운받아 요가만 하고있다. 요가를 좋아한다면 SWorkit보다 데일리요가가 훨씬 더 좋다. 처음으로 프리미엄 멤버십에 가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운동 앱이다. 



푸념


제일 부러운건 조금만 운동해도 금방 일자복근이 막 생기는 사람들이다. 흑인 혼혈인 내 절친은 양껏 먹어가며 일주일만 운동해도 눈에 띄게 몸이 변한다. 나는 안타깝게도 가만히 있으면 살이 찌는 체질이다. 그나마 운동을 하니 이렇게 유지라도 되는 정도다. 하지만 몇 년 째 운동을 하다보니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어 꾸역꾸역 하는 식이다. 가끔씩은 운동을 해도 남들만큼 효과도 없고, 빠지지도 않을 살 그냥 쪄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몸무게의 최저점은 아마 여기가 아닐까 하는 슬픈 생각도 몇년 째 하는 중이다. 어쩌면 가장 큰 실패요인은 절박함의 부족일지도 모른다. 절박하게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했던 때는 호주 다녀와서와 배낭여행 마치고 와서가 전부다. 정신적 지지를 얻기 위하여 눈팅 용으로 가입한 레몬 디톡스 까페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10일씩, 심지어 30일씩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를 하는 언니들은 짧은 글에서도 절박함이 느껴진다. 세상의 모든 맛있는 음식들과 술들을 뿌리치고 다이어트를 할 만큼의 절박함이 아직 나에게는 없다. 건강을 위해서, 살 찔 걱정없이 먹고싶은 모든 것들을 먹기 위해서가 내 다이어트의 목표라며 아직도 꾸준한 식단 조절은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나다. 그러면서도 인터넷이나 주변에서 몸매 좋은 여자들을 보면 또 부럽다. 내일이면 목표했던 6일짜리 레몬디톡스도 끝난다. 그럼 이제 또 운동 강도를 높여야겠지. 누가 다이어트의 묘책이 있다면 알려달라. (주사, 시술, 마사지는 안타깝게도 돈이 없어서 안된다) 이십대가 가기 전에 나도 한번 원하는 몸을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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