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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May 08. 2019

지금은 휴직 중입니다만

전일제 엄마와 주부의 삶 체험기

오전 7시 반, 잠이 깬 둘째의 웅얼거리는 소리에 나도 눈을 뜬다.


"으으, 둘째야 일어났어? 엄마 더 자고 싶은데 하암~"


아직까지 새벽에 수유를 해야 해서 잠이 부족한 나는 그냥 더 누워 자고 싶은 마음뿐이다.


"엄마!!! 얼른 일어나!! 나 배고파!"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첫째가 침대로 달려들어와 일어나라고 재촉한다.

욕실에서는 씻고 한창 출근 준비 중인 남편의 소리가 들려오고

그제야 나는 안방 커튼을 걷은 뒤 둘째를 안고 방에서 나온다.


주방으로 가서 식빵을 토스트기에 넣고 간단한 아침을 준비한다.

남편의 출근 배웅을 끝내고 나면 첫째와의 씨름이 시작된다.


"엄마가 옷 입으랬지! 얼른 화장실 가서 양치질 안 해?

아니, 종이접기를 왜 지금 하냐고! 얼른 장난감 안 집어넣을래??"


시계는 9시를 향해가고 내가 잔소리를 하든지 말든지

여유 만만한 첫째의 어린이집 갈 준비를 마치고 나면

그 사이 거실 한구석에서 치발기를 물어뜯으며 조용히 앉아있던 둘째를 들쳐 안고 서둘러 현관을 나선다.


어린이집 가는 길에 만나는 온갖 사물에 참견을 아끼지 않는 여섯 살 첫째는 아파트 중앙 현관의 계단을 두고 꼭 자전거길로 돌아 나오면서 화단의 민들레 씨를 뜯어 불었다가 철쭉꽃을 만졌다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입을 가만두지 않고 뭐라고 종알종알 재잘거린다.

첫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와 둘째의 오전 낮잠을 재우고 빨래를 돌리고 집안을 정리하고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식탁에 앉고 나면,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문득 드는 생각,


"나 이제 전업주부 다 된 것 같아"


작년 여름에 태어난 둘째가 곧 돌이 가까워지니 휴직한 지 벌써 반년이 훌쩍 넘었다.

첫째를 출산한 뒤에도 육아휴직을 했는데, 그때는 초보 엄마라 정말 집에서 아이만 바라보다가 회사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첫째를 케어하면서 둘째도 봐야 하니 자연스레 동네 생활에 더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하루하루다.

아침 8시면 이미 사무실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던 지난날이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은 금방 자란다.

하루라도 어릴 때 곁에서 돌볼 수 있도록 회사를 잠깐 떠나 있는 이 시간에 감사하다.

그리고 늘 동경했던 평일 낮 시간의 세상을 경험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복직 이후의 커리어나 현재의 기회비용 등을 생각하면 마냥 마음이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은 생각은 시간을 쓸데없이 소모하게 만들기 때문에,

지금은 그저 전일제 엄마와 주부로서의 삶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중에는 분명 그리워질 지금 생활의 에피소드를 기록하는 매거진을 발행하려고 한다.

키워드는 주로 아이들과 관련된 것이겠지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꼭 가져볼 예정이므로 휴직 생활 전반을 돌아보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매주 목요일, 하나씩 풀어서 기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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