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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May 23. 2019

첫사랑은 아니지만 모두의 사랑

생각만 해도 심장이 두근대고,

바라보고 있으면 너무 좋아서 세상이 전부 아름다워 보이는

그런 풋풋한 첫사랑의 느낌을 기억하는가?


나의 첫사랑도 그랬다.

몸짓 하나, 표정 하나에도 사랑스러움이 뚝뚝 묻어나는 그를 볼 때마다

나를 희생하는 것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와 사랑에 빠진 순간부터 알게 된 ‘엄마’라는 황홀경에 빠져

이제 다른 사랑은 없을 줄 알았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둘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인생의 재미를 못 느낄까 봐

신은 나에게 이따금씩 변수를 선물해주시는데,

이번에는 좀 큰 변수였다.


첫째를 낳고 복직을 하니, 동기들은 하나 둘 승진하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뛰어나지는 않아도 뒤쳐지지는 않던 나였는데

아이를 낳고 회사를 다녀보니 ‘뒤쳐짐이란 이런 것이다’를 완전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포기가 안되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매진한 시간이었다.

그 결과 2년 정도 늦었지만 승진을 했고,

승진에 따른 부서 이동과 함께 한시름 덜고 이제 즐거운 회사생활을 해야겠다고 룰루랄라 하고 있을 그 무렵!


... 둘째가 불쑥 찾아왔다.

그동안 승진 결과 발표 전까지 맘을 졸여야 했던 스트레스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은 줄 알았다.

첫째 임신을 확인해주시기도 했던 산부인과 담당 선생님은

너무 잘됐다며 둘째는 걸어서 나오니까 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고 얼떨떨한 표정의 나를 다독여주셨다.


그렇게 내게 마음의 준비 같은 건 할 새도 없이 세상에 나온 둘째는

(당연하게도) 걸어서 나오지는 않았지만  

정말 내가 낳은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귀엽고 순한 아기다.


첫째를 챙기면서 회사도 다녀야 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태교라고 부를만한 행동은

별로 한 것 같지는 않지만 건강히 무탈하게 임신기간을 보냈다.

둘째는 다들 빨리 나온다길래 출산 예정일보다 먼저 나올 것 같은 근거 없는 생각으로

출산 예정일 3주 전부터 출산 휴가를 시작했는데

운동도 잘 안 하고(한 여름이라 덥다는 핑계), 잘 안 먹고(더워서 입맛이 없어) 그랬더니

마지막 진료 때 아기가 작으니 많이 먹으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래서 아기 키우는데 좋다는 수박을 참 많이 먹었는데

아기가 작아서였을까, 예정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는 것이 아닌가!

회사에서는 출산했냐며 연락이 오기 시작하고(행정처리 때문에)

가족 및 지인들의 연락이 슬슬 부담스러워질 무렵(오늘도 아니야?)


예정일보다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드디어 진통이 왔다.

병원에 도착한 지 2시간 만에 순산,

사주를 보실 줄 아는 시아버지는 느긋하고 착한 아이가 태어났다며

나중에 크면 칭찬 많이 해주라고 하셨다.


그렇게 태어난 둘째와 함께한 지 이제 만 9개월,

네 살 위의 첫째가 아기였을 때가 어땠는지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해져서 그런지

“엄마에게 아기는 나뿐이야”를 온몸으로 내뿜어내며

나를 다시 한번 사랑에 푹 빠지게 한다.


뽈뽈뽈 열심히 기어가다가도 이름을 부르면 획 돌아앉아 나를 보며 씩 웃는다.

누워서는 절대 안 자는 아기였던 첫째와는 달리 공갈젖꼭지만 물려주면 누워서도 잘 자고

이유식도 뭘 해주든 주는 대로 잘 받아먹는다.

하얗고 포동포동한 손을 잡고 얼러주면 배시시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이런 아기를 낳았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군! 하는 감탄을 속으로 연발한다.  

하루 종일 물고 빨고 해도 질리지 않는 아기와 함께라서 시간이 흐르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이다.

첫째가 이맘때였을 때는 하루 종일 동요도 틀어놓고 책도 읽어주고 오감놀이도 해주었지만

이제는 그저 기어다니게 두고 많이 안아준다.

둘째 엄마의 여유랄까, 그런 것 조금 부족해도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최고라는 마음으로.


형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고, 아빠가 퇴근하고 나면

이제 둘째는 아빠와 형의 사랑공세를 받는다.

둘째의 하얗고 둥글둥글한 얼굴이 <안녕 자두야>에 나오는 자두 친구 민지를 닮았다며

“민지야~”라고 부르는 남편은 첫째가 마음 상할까 봐 앞에서는 티를 안내지만

회사에서도 둘째가 잘 노는지 궁금해하고 첫째가 안 볼 때 안아주곤 한다.

첫째가 동생이 생긴 것에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걱정했는데

그런 아빠의 배려 덕분인지 눈에 띌만한 이상행동 없이 잘 적응한 것 같다.

첫째도 둘째를 많이 귀여워해 주고,

어린이집에서 만든 작품집에 자기 이름 밑에 동생 이름도 써넣었을 정도로 동생을 챙긴다.


나에게 첫사랑은 첫째, 둘째는 온 가족의 사랑을 받으니 모두의 사랑이다.

아이가 둘이 되고 나니 책임감과 의무감도 커졌지만

존재만으로도 기쁨을 주고 위안을 주는 둘째를 만나고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건강해야지, 열심히 살아야지, 아이들이 본받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우리 둘째도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건강하고, 씩씩한 아이가 되었으면.

엄마가 네 곁에 있는 동안 무한한 사랑을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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