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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Sep 19. 2019

플랜 B를 찾아서

평소에도 계획 세우기 좋아하는 타입인 나는 휴직을 시작할 때 역시 많은 계획을 세웠다.

아무래도 육아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면서 규칙적으로 해야 할 일이 없어진 상태기 때문에 느슨해질 것이 뻔했다. 거창한 일은 아니더라도 몇 가지만은 꼭 하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머릿속만 복잡하게 맴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플랜 B'를 세우는 일이다.


계획을 세우는 일이 휴직 계획 속에 들어가 있다는 것은 또 무슨 말장난인가 싶지만,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다는 말이다. 

그런데 생각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찾아 실천을 하고 싶었다. 

휴직을 마치고 나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겠지만 그 이후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아마 아이들을 챙기며 회사 업무에 집안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사치가 될지도 몰라서 지금 미리 생각을 많이 해보고 싶다.

회사원으로 20년, 30년 남아있을 수 있는 시대도 아닌데 

내가 정말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수익을 회사 밖에서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까 그런 고민들이다. 


휴직을 계기로 회사 밖에 나와있어 보니 육아휴직급여 외에 단 돈 5만 원을 버는 일도 쉽지 않다.

시간이 있을 때 공부해본답시고 주식을 조금씩 사보았는데 일단 주식으로 수익을 내려면 투자금이 많아야 한다. 돈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게 되었다. 지금은 목돈의 투자금이 있을 리 만무하고, 있더라도 그걸 변동성이 큰 주식에 모두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금융투자로 돈 벌기는 (적어도 지금은)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꾸준히 개인적인 기록을 남기고 있는 블로그에 자동으로 광고 포스트가 붙는데, 

로직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외부 경로로 유입한 방문자가 광고를 클릭하면 광고수익이 책정되는 것 같다. 

많이 들어오는 달에는 2~3만 원 정도 입금되기도 하지만 플랜 B로 삼기에는 아주 많이 부족한 수단이다.  


회사 밖의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버는지도 궁금했다. 

사실 물어보고 싶지만 실례가 될 것 같아 웬만큼 친분이 있지 않고서야 들을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놀이터에서 만나는 동네 아이 엄마 중에서는 치기공 관련 일을 하는데 아이 학교 들어가기 전쯤 독립해서 사무실을 차릴 생각이라고 했다. 역시 기술이 있는 것이 최고라며, 부러움을 전했다. 

또 다른 동네 엄마는,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은 것도 아닌데 이번에 남편이 책을 출간했는데 한번 읽어보라며 건네주셨다. 마침 그 책의 부제가 '회사 밖에서도 통하는 진짜 역량'이었기에 아이들이 자고 있는 새벽에 일어나 단숨에 읽어 내렸다. 회사를 다니며 회사 밖의 삶을 준비하고, 비즈니스 코치로 제2의 인생에 성공적으로 소프트랜딩 하는 과정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이 분의 경우는 '전략 코칭'을 하는 코치가 되기로 마음먹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 경험을 쌓기 위해 미리 준비를 많이 하여 독립한 케이스였다. 그리고 회사의 리프레시 휴직 제도를 활용하여 강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책을 집필하는 등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책을 읽으며 생각만, 고민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빨리 결정하고 실천해야 결실이 맺어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물론 제약사항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엄마가 된 이상 아이들에게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나의 역량을 계발하기 위한 시간도 아이들 앞에서는 우선순위에 올려놓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다시 회사로 돌아가 영혼 없이 일하며 회사원으로 나이 먹어 가는 나를 상상하니 한없이 우울해진다.

회사원의 삶 자체가 싫다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나와야 할 조직에서 아무 대비 없이 몸 담고 있기보다 내가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플랜 B를 품고 있으면 좋겠다.  

더 늦기 전에, 정말 살고 싶은 삶을 그려보고 싶다.

또렷하고 선명하게 그려진 나만의 청사진이 있다면,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내 미래와 연결고리를 찾으며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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