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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Sep 05. 2019

병원에 다니면서 드는 생각

아프면 배려와 보살핌을 받는 시기는 다 지나갔기 때문에 

복직을 앞두고 그동안 못 다녔던 병원에 다니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병원을 '돌고'있다. 

안 그래도 약한 허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해서 정형외과를 먼저 찾았고, 그다음에는 치과, 피부과, 내과, 산부인과에 다니면서 정기검진을 하거나 치료를 받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미뤄두었던 회사 종합 건강검진도 해야 한다.

한꺼번에 병원 진료를 받으려니 돈도 심심찮게 들어간다.

10년 전 실비보험에 가입한 뒤로 병원에 갈 일도 별로 없는데 보험료만 낸다며 불평을 했지만 그건 병원에 갈 일이 없어서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휴직하고 집에 있으면서 오히려 건강도 잘 못 챙기고 병원에도 자주 못 갔다.

혼자 먹는 점심식사는 의도치 않은 간소한 식사였고, 꾸준히 운동하는 건 왜 이리 어려운 일인지. 

아픈 곳이 감지되면 바로 병원을 갔어야 했는데 그러지도 않았다. 

늘 동행해야 하는 아이가 있는 것도 이유긴 했지만, 둘째가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한 뒤에도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에서 병원은 자꾸 밀렸다. 오늘도 시간이 있고, 내일도 시간이 있으니 다음에 가지 뭐, 이런 안일한 생각에 게을러지기도 했고 혹시 큰 병이면 어떡하지? 치료를 많이 해야 한다고 하면 어쩌지? 그런 걱정들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휴직기간에 어떻게든 몸을 정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지런히 병원 예약을 하고 있다. 간혹 약을 먹어서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둘째가 돌이 될 때까지는 모유수유를 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병원 방문을 그 이후로 미루기도 했다. 이제 돌이 지났으므로 드디어 병원에 갈 때가 된 것이다. 


차라리 회사에 다닐 때가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재깍재깍 다녀왔던 것 같다. 

때 되면 점심식사를 하고(적어도 앉아서, 천천히 먹을 수 있다), 회사 사무실 근처에 가까이 있는 각종 병원들은 잠깐 점심시간을 빼거나 반차 등을 내고 맘 편히 다녀올 수 있었다. 


얼마 전 맘먹고 예약한 치과에 갔다. 어릴 적 치과 깨나 다녔던 내게는 다른 병원보다 무서운 곳이기도 하다. 

기본 검진과 스케일링을 받고 나서 충치 치료와 사랑니 발치를 권유받았다. 남들은 어릴 때 나는 사랑니가 나는 왜 둘째 임신 무렵에 나기 시작한 걸까,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으므로 진료 예약을 잡고 천천히 한 스텝씩 치료를 받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또 다른 병원을 예약했고 약물치료를 위해 밤에 자기 전 한두 번 주던 모유도 완전 단유를 해야 한다. 아마 며칠 동안은 둘째 아이와 밤마다 씨름을 좀 해야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그렇게 할 때가 되었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그리고 스트레스 안 받기.

건강을 위해 지켜야 할 3가지 원칙인데 회사에 다닐 때는 '회사만 안 다니면 다 해결될 것만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지만 이건 뭐, 회사를 떠나 있었던 1년을 돌이켜보니 꼭 그렇지도 않다. 그건 회사를 다니냐 안 다니냐의 문제가 아니고 그냥 내 의지의 문제였던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병원을 다니는 것도 시급한 일이긴 하지만 이 글을 마치고 당장 나가서 걷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어느덧 눈도 뜰 수 없게 맹렬히 내리쬐던 햇볕은 다 가시고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상쾌한 가을이 왔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운동을 해야지. 

더 이상 아프다고 가족의 배려와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기에 어떻게든 스스로 건강을 챙겨야 한다. 

다소 서글프긴 하지만 이렇게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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