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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예슬 Jun 11. 2017

미련, 그 역시 이기적인



하나의 사랑을 마무리 했을 때, 내가 잊지 못 하는 건 그 사랑을 공유했던 그 사람인거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진한 색채로 남아있는 건 그 사람의 얼굴도, 그 사람의 온기도 아닌. 그 때 나의 아주 맑고 함초롬했던 마음 그 자체였다는 걸. 어찌보면 내가 이미 지나가버린 사랑에 대하여 언제나 1g 만큼의 애틋한 감정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이유는,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 보다는, 그 때의 내가 발산해내었던 그 모든 사랑들에 대한 미련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도 거칠 것이 없었던 거짓 없는 순수한 마음,

지금 이 사람과 영원에 점을 찍길 바랬던 아릴 듯 간절했던 마음.

그랬던 나의 마음 그 자체에 대한 아쉬움인지도-


그렇게까지 내 모든 마음을 활짝 열어본 적이 없었는데, 앞으로 내가 또 누군가에게 그 만큼 용감할 수 있을까 하는 - 결국 '미련'이라는 것도 다 이러한, 온전히 나를 향한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그리고 또 그렇게 남은 1g을 더 새롭고 아프고 강렬한 색으로 덧칠해 줄 누군가를 찾아

끊임 없이 미련을 덜어내고, 또 담아내고, 또 덜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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