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도록 당신과 내가 몰래 나눈 속삭임.
자정이 지나고 모두가 잠든 새벽, 우릴 향해 유난히 더 찬란하게 반짝여주었던 밤.
끊이지 않는 대화와 꾸밈 없는 웃음, 떨리는 눈빛의 마주침, 심장을 가볍게 흔들어 놓는 스킨십.
지금 이 순간 만큼은 현실 속 서로의 연인을 잠시 망각하게 만들어 버릴 만큼 매혹적이었던 그와 나.
낯설지만 아름다운 도시의 밤에, 낯설지만 매력적인 당신과 함께 걷는 이 거리를 가득 메운 무언가,
지금 이 순간 당신과 내가 공유하고 있는, 이것은 분명 사랑이었는데-
서로에게 흠뻑 취해있던, 꿈 같았던 그 밤의 풍경들이 새롭게 떠오른 태양에 가려질 때면, 모든 것들은 제자리로 돌아가고 우리의 지난 시간은 한장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테죠. 낡은 푸조를 타고 1920년의 파리로 넘어가 아드리아나와 단 둘이 밤길을 걷고 키스를 나눈 길이, 현실로 돌아가지 말고 나와 함께 더 아름다운 황금시대를 찾아 그 곳에 머무르자 말하는 아드리아나를 과거에 남겨놓고 결국 그가 있던 2010년으로 돌아온 것 처럼. 나는 아드리아나, 당신은 길인 것 처럼. 우린 그렇게 각자가 속한 세계로 돌아가 잠시나마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을 한 번씩 아름다웠노라 꺼내어 보며 우리의 세계를 또 살아가겠죠.
그렇지만 그거 알아요? 나는 아드리아나가 아니라는 걸.
나는 당신에게 순간의 매혹이 아닌, 일상의 영원이고 싶었다는 걸.
오래된 책 한 페이지 속에 박제되어 버릴 사람이 아닌, 당신의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사람이고 싶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