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내 사람들.
위로하다 [慰 위로할 위 / 勞 일할 로]
: 남의 괴로움이나 슬픔을 달래 주려고 따뜻한 말이나 행동을 베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조직검사를 했다는 걸 아는 두 그룹에 선고 사실을 알렸다. 우선 나의 최근 소식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촌모임 자매들에게 알리고, 그리고 검진결과를 듣던 날 만난 M과 T에게 말했다.
자매들은 ‘고치면 낫는다더라, 요즘 암이 흔하다더라, 누구누구도 걸렸었는데 지금은 건강히 지낸다, 유방암은 예후가 좋은 암이다’ 등의 말로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힘들겠지만 절대 지치지 말라고 나를 다독였다.
그중 입덧으로 고생인 동생 A는 당장 내 얼굴을 보러 오겠다고 했고, 나는 고마웠지만 정밀검사를 마치고 치료 일정이 나오면 보자고 답했다. 아직은 정신이 어수선하니까. 맛있는 거 먹고 힘내게 날 보러 와주겠다는 것이었지만 혹시나 눈물이 콸콸 나오면 뱃속에 조카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이 세상에는 기쁜 일도 있지만 이렇게 슬픈 일도 있단다, 하고 ‘희로애락’을 알려줘도 되었지만, 왜인지 마음이 불편할 임산부 생각을 하니 걱정스러웠다. 그저 ‘언니, 우래기가 나랑 있는 게 편할지 모르겠지만 필요하면 시터로 날 불러!‘라는 말이 참 든든하고 고마웠다.
친구 M과 T는 나의 대학 친구들이다. 홀수라 짝이 맞지 않지만 각자 둘이서 논다고 딱히 서운해하지 않고, 세 사람의 생일에 맞춰 분기에 한 번씩 겨우 만나도 서로의 상황을 배려하느라 바쁜, 자존심 같은 거 세우지 않아도 되는 참 소중한 존재다. 우리 중 두 사람의 생일 날짜를 쭈욱 나열하면 세 사람의 생일이 보인다는 걸 발견한 T는, 이번 모임에서 우리 생일 날짜의 ‘일’이 11,12,13으로 순서가 있음도 발견했다. 우리는 그렇게 꽤나 끈끈한 의미 부여를 하며, 농담하고 웃고 그러다 울었다.
카카오톡으로 네 글자에 느낌표를 찍어 보냈다.
‘테크 성공!’
헤어지기 전, 혹시 병원 가서 내가 암이라고 하면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말하는 암테크에 성공한 거라 여기고 그렇게 보낼 테니 놀라지들 말라고 했었다. 그렇다고 진짜 그 말을 쓰고 있을 줄이야, 으휴.
올 것이 왔다는 듯 친구들은 사뭇 진지해졌다. 그리고 M은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고, 나는 그 말에 ‘그냥 옆에 있어주면 돼. 얘기 들어주면 되고. 때론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위로가 되잖아.’라고 답했다. M이 눈앞에 있던 건 아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 같았다.
T는 슬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대뜸 유언을 남겼다. ‘그래! 무슨 일이 생기거든 그때 둘이 끌어안고 울도록! 그리고 우래기가 언젠가 ’이모 도와줘요!‘라고 하면 도와주도록! 이상!’ 분위기가 이상해질까 싶어 바로 징징거렸다. ‘아, 나 지금 아니면 이런 말 언제 해!!!’ 둘은 하고 싶은 말 다 하라고, 다 울고, 다 털어버리라고 했다. 그럴 작정으로 창밖 남색빛 밤하늘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엉엉 울었다.
새근새근 자고 있는 꼬맹이를 옆에 두고 하염없이 울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잘 부탁해. 이 공감능력 최상위권 1등급 내 사람들아.
23.07.19. 수요일.
M의 말처럼, 우리 위트 있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