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혹시 [或 혹 혹 / 是 이 시]
1. 그러할 리는 없지만 만일에.
2. 어쩌다가 우연히.
3. 짐작대로 어쩌면.
주사를 맞고 나오는 길에 잠시 과일 시장에 들렀다. 집에 과일이 똑 떨어지면 불안한 엄마와 아빠인 걸 알기에, 며칠 째 ‘과일이 없어!’라는 엄마의 말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가면서도 내내 암 얘기뿐이다.
“엄마, 암이 꼭 죽는 병은 아니라지만,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잖아? 우래기 언니한테 입양 보내는 생각을 해봤어.“
“우래기를 위해서? 그럼 우리 미국에 자주 갈 수밖에 없겠다, 이모랑 친해지라고.”
-응? {1} 엄마도 해보신 걸까. 우래기를 언니한테 보내는 생각을.-
입양 얘기에 놀라지 않으시기에 상상해 보셨구나, 하는 순간, 곧장 “에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워야지.” 라고 하셨다.
-응? {2} 엄마도 해보신 걸까. 두 분이서 우래기를 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주위에 부탁할 사람은 너무 많지. 사촌들도 있고, 내 친구들도 있고. 근데 친이모 같진 않을 거 아니야. 한계가 있잖아. 그래도 언니가 낫겠지?”
“그럼, 이모가 낫지.”
대체 뭐가… 뭐가 더 나을까. 아니지, 살아야지, 오래오래 살아야지. 지금 무슨 생각하냐.
23.07.21. 금요일.
우래기는 엄마 아들인데, 엄마랑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