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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킁개 Jan 19. 2023

두부견주님 광안리에 유기견이 있어요.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길을 걷다가 강아지나 고양이들을 만나면 더 유심히 보고 괜히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광안리로 이사를 오고 반년쯤 지났을까? 인스타그램을 통해 몇몇 팔로워분들께서 광안리 바닷가에 목줄을 한 유기견이 자주 보인다며 혹시 본 적 있냐는 댓글을 남겨 주시곤 했었다. 혹시나 발견하면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물어보시는 분도 있었다. 


막상 두부와 나는 산책을 하면서 한 번도 만주 친 적이 없어서 그 강아지가 잊힐 때쯤이었을까?


그날도 평소처럼 두부와 함께 광안리를 산책하고 있었다. 꾀죄죄한 모습의 강아지 한 마리. 그 강아지는 고여 있는 흙탕물을 마시고 치킨을 먹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문득 팔로워 분들이 댓글로 알려준 그 강아지라는 게 생각이 났다. 도와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서 일단 두부를 안고 가장 가까운 간식샵으로 달렸다. 가는 내내 혹시나 그 자리에서 사라지면 어떻게 하나 다급한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간식샵. 사장님께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혹시나 좋은 방법이 있을지 여쭙고 급한 데로 캔간식을 하나 사서 그 아이에게로 무작정 뛰었다. 아까 마주쳤던 그 장소에 도착했지만 혹시나 했던 마음은 역시나라고 했던가… 그 강아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두부와 함께 주변 골목들을 샅샅이 뒤지고 차 밑이며 좁은 틈도 뒤졌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노상주차장을 하던 아저씨께 강아지 생김새를 말씀드리고 설명을 드리니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 강아지는 유기견이 아니고 광안리에 한 사장님께서 기르시는 강아지라고, 바닷가로 나가면 족발집 사장님께서 족발뼈를 주기에 항상 거기를 배회하는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난 왜 그렇게 열심히 뛰었던 것인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유기견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정말 다행이라 안도하며 두부와 집으로 돌아왔다. 뭐든지 적당한 관심은 좋지만 과도한 감정이입은 되려 피곤하게 만든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그나저나 두부는 뜻밖의 간식이 생겼으니 오늘도 행복한 산책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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