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사부작 너무나 쉬운 홈 로스팅
매일 집에 있지만 똑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어! 이런 마음으로 집에서 잘 노는 법을 연구 중이다. 벌써 40개 가까이 되는 '집에서 잘 노는 법' 리스트를 만들었다. '임금노동'의 일이 줄어들고, 해보고 싶던 진짜 일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코로나가 준 불행의 시간을 나만의 방법으로 이겨내 보고자 하는 노력이기도 하다.
'잘 노는 법' 리스트를 짜기 위한 노하우는 단 세 가지다. 잘 보고, 잘 듣고, 잘 생각하는 것. 아침에 일어나서 딱 1분만이라도, 지금 내 머리와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조용히 꺼내보고 간단히 메모해보면 하루의 시작이 훨씬 수월하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뭔가 오늘 대단한 것을 발견한 거 마냥 뿌듯하다. 작은 일이라도 내 손으로 해보는 일들이 늘어나면 내일도 살아갈 자신감이 생기는 법이다.
오늘 소개할 일은 홈 로스팅이다. 하루를 시작할 때 소소한 의식이 있었으면 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찾아보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만큼 완벽한 것이 없다. 아직 잠이 덜 깨었으니 적당히 몸도 움직이고 뻑뻑한 눈도 서서히 떠져도 될 만큼 익숙한 일이어야 했다. 시각적으로나, 후각적으로나, 미각적으로나, 적당한 에너지를 쓰는 면에서 오감을 만족시킨다. (아침 산책은 일단 제외, 겨울이니까ㅡoㅡ) 그러기 위해선 신선한 원두는 필수! 원두를 사다 먹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몇 년째 집에서 볶아 먹는다.
-숀 스테이먼 <커피 연구소>
내가 좋아하는 커피의 맛은 신맛과 단맛의 조화다. 신선한 원두라면 사실 다 좋다. 그래서 신선한 원두를 먹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130g 정도의 생두를 볶는다. 몇 가지의 홈 로스팅 도구를 써봤는데 결국 가장 구하기 쉽고, 적당한 양을 볶는데 편한 도구로 돌아왔다. 냄비와 긴 나무주걱, 채반, 선풍기 이 정도의 도구로도 가능하다. 우선 나의 방법은 전문적이지 아니함을 밝힌다. 최소한의 도구로, 짧은 시간, 간편하게 하는 것을 추구하는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다.
내가 구입한 생두는 원두의 가격에 1/8~1/10 수준이다. 원두 100g을 살 돈으로 생두 1kg을 살 수 있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다. 생두를 고르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맛- 신만, 쓴맛, 달콤한 맛, 초콜릿 맛 등 평소 좋아하는 맛을 잘 알고 있다면 생두를 파는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특성을 읽어보고 1킬로씩 사본다. 나는 웬만한 모든 커피는 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입맛을 가졌기에 타이어 맛이 나는 것이 아니라면 괜찮다. 간혹 내 취향이 아닌 생두를 샀을 땐, 다른 생두랑 조금씩 섞어서 소진해왔다. 생두는 1~2년 보관해도 버리게 될 걱정은 없다.
콜롬비아 수프리모와 케냐 AA를 8:2 정도 섞은 후 저울에 130g의 무게를 잰다. 썩은 생두는 푸른빛을 띠고 심한 건 깨져있기도 하므로 골라낸다. 깨지거나 모양이 완전하지 않는 것들도 쉽게 타버리므로 골라낸다. 썩은 생두 한두 개쯤 먹는다고 큰 문제가 없으므로 너무 귀찮을 땐 이 과정을 패스한다.
본격적으로 콩 볶기에 앞서, 재와 콩 껍질(체프)이 날아다니기 때문에 주변을 정리한다. 콩의 성질이 나무와 같아서 탄 냄새가 몸에 배기 때문에 헌 옷으로 갈아입는 것을 추천한다. 주변의 환경은 밝아야 한다. 커피콩의 색을 잘 관찰해야 하니까.
생두를 볶는 과정은 꽤 간단하다. 낡은 냄비를 가스불에 올린다. 원래 예열을 해야 하지만 귀찮아서 생두를 넣고 뚜껑을 닫아버린다. 중간에 뚜껑을 열어서 수분을 날리면서 긴 나무젓가락이나 나무 주걱으로 볶는다. (가정용 가스버너라면 불을 최대한 세게)
생두의 성질이 변하면서 탁탁탁 터지는 소리가 난다.(1차 팝핀) 이때부터는 콩의 색이 빠르게 변하므로 관찰을 잘해야 한다. 지금부터 냄비 뚜껑은 로스팅이 끝날 때까지 열어두고, 아까보다 더 열심히 젓가락으로 고루고루 휘젓는다. 1차 팝핀을 하면 생두의 부피가 1.5배 정도로 커진다. 여기까지 7-8분 정도 소요된다. 소리가 멈춰질 때(휴지기) 불을 끈다. 가능한 10분을 넘기지 않는 편이다. 커피의 쓴 맛을 좋아하면 계속 가열한다. 더 볶으면 또다시 연속적으로 탁탁탁 소리가 나는데(2차 팝핀) 그러면 커피콩 색도 진한 갈색으로 변하고 탄맛도 강하다. 반질반질 하게 기름도 나온다.
*콩의 색이 충분한 갈색이 아니라면?
로스팅 시간을 10분 넘겨도 괜찮다. 적당히 센불에서 콩을 충분히 볶는 걸 우선으로 한다. 너무 연한 갈색이면 덜 익은 신맛이나 풋맛이 나기 때문에 콩의 색깔을 보고 가스불을 끈다.
식히는 과정이 중요한데, 콩의 온도를 빨리 떨어뜨려야 내가 원하는 콩의 색상에서 멈춘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에 남아있는 열로 타니까. 여러 방법으로 냉각을 식혀본 결과 가장 빠른 건 유선청소기의 손잡이 연결 부분에 깔때기를 끼고(페트병 입구 부분 잘라서 사용 가능) 철망에 커피를 넣어서 열기를 빨아들이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는 뜨거운 커피 콩이 1분이면 식지만, 그 유선청소기의 쓰임은 이제 커피 냉각용으로 밖에 못쓴다. 그걸로 청소기 돌렸다가 집에 연기 냄새가 가득.. (지난번 흡입된 커피 연기가 새어 나옴) 겨울엔 문 열고 찬 바람 쏘이거나, 작은 선풍기로 식히는 게 낫다. 중간에 뒤적뒤적하면 열기가 뿜뿜, 체프(커피 껍질)도 뿜뿜 해서 부엌이 난리가 나니까 조심조심 식힌다.
*생길 수 있는 돌발상황을 미리 알면 대처할 수 있다.
1. 엄청난 연기
팝콘처럼 탁탁 터질 때 어떤 날은 이상하게도? 연기가 유독 많이 나서 가스 센서가 불이난 줄 알고 가스 불을 차단 켰다. 집안의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가 잘 되고 있다면 가스 불을 다시 켜고 볶는다. 그래도 불안하면 잠시 껐다가 다시 볶아야지 뭐..
2. 커피콩 껍질(체프)과 재가 온 집안을 날아다님
해결책 -> 콩을 담은 채반과 콩이 들어갈 만한 큰 그릇을 들고 마당/발코니/베란다/야외로 나간다. 커피를 한쪽 그릇에서 다른 한쪽 그릇으로 낙차를 이용해 떨어뜨리면 가벼운 체프가 바람에 따라 날아간다. 이때 입으로 후후 불어주면 더 잘 날아감. 밖으로 나가기 어렵다면 싱크대에서 조심조심해야지 뭐..
3. 그 외에도 다른 돌발상황과 어려움이 있다면?
다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로 제가 아는 선에서 알려드림.
수입은 줄고 시간은 많아져서 요새 하는 일들
1. 사부작 꼼지락 너무 쉬운 홈로스팅 (현재글)
2. 문구 만들어 팔아보기 (다음글)
(이 아래부터는 예고)
3. 홈웨어에 좋아하는 것들 새겨서 입기
4. 우리집의 시그니처 메뉴 만들기
5. 애착물건 TOP10 선정 후 전시
6. 지난 여행을 새롭게 추억하는 법
7. 우리집 BGM 리스트 만들기
8. 공간 재구성 & 소품 재배치 & 공간에 컬러채우기
8.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9. 노트를 만들고, 메모하고, 글 쓰는 습관 들이기
10. [번외] 내 짝꿍의 독특한 취미 - 코딩으로 스마트홈 꾸미기
*목차의 순서와 제목은 변경될 수 있어요. 그런데 일단 이렇게 써보려고 해요.
수입은 줄고 시간은 많아져서 요새 하는 일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