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소액의 돈을 벌기 시작했다
요즘 나의 짝꿍과 나는 인터넷으로 소액의 돈을 벌기 시작했다.
(벌었다고 하기엔 쓴 돈이 더 많긴 하지만!!)
읽고 쓰며 문구 생활을 하는 게 취미인 나는 온라인 문구점 <파도리문구>를 열었고, 코딩이 취미인 나의 짝꿍은 '파도 있어' 앱을 만들었다. 서핑하기 위해 먼 길을 가려면 바다 예보를 잘 파악해야 하는데 기상청 페이지를 여러 개 눌러보는 게 불편해서 그냥 만들어버렸다.
우리는 자기 전에 누워서 각자 결산을 한다. 사실 결산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게, 너무 미미해서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혹시나 변동사항이 있을까 하여 한번 더 체크한 후 발표하는데 의의가 있다.
"나는 이번 달 10달러 벌었어!"
"이욜~ 아주 대단해! 신기하다 신기해 ㅎㅎ 뿌듯하구먼"
"나는 오늘 원소주기율표 포스터 한 장 팔고, 네이버 스토어에서 만원 들어왔어. 스토어에 올려만 두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누군가 들어와서 매일 한두 장씩 사가는 게 더 신기해."
"오~ 스토어 찜이 벌써 16명이야 대단해 대단해! 짝짝짝!"
- 오늘의 소소한 결산 마침 -
돈의 액수로 치면 성과라고 하기에도 너무 민망한 숫자다. 각자 아무것도 사지 않고 숨만 쉬어도 그냥 나가는 돈이 하루에 만 원이 넘는다. 더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앱을 만들고 문구점을 하겠다고 쓴 비용이 몇 배, 몇십 배는 더 많다. (애플용 앱을 만들려면 mac이 있어야 해서 맥미니도 구입했다.)
그러니 어쩌면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경제적으로는 이익일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 아니 내 마음속의 어떤 목소리가 삶을 비즈니스적인 잣대로 재단하려고 들 때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월급은 끊고 싶지만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은 것이라면, 오늘 번 만원은 먹으면 먹을수록 에너지가 차오르는 보약 같다.
월급을 받는 대가로 그 많은 영혼의 울부짖음을 잠재우는 짓거리를 계속해서 치르고 싶지 않기에, 1만 원의 가치는 회사에서 받는 N만원의 기쁨보다 더 크다.
하루 24시간 중 나의 의도와 의지대로 사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헤아려본다. 글쎄. 하루에 한 시간? 많아야 두 시간? 그것도 온전하고도 맑은 정신의 상태가 아닌 스트레스와 피곤에 쩔어 그냥 널브러져 있는 1~2시간이다.
그 서글픔을 달래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출근하자마자 퇴사 이야기를 하고, 퇴근하면 각자의 신나는 결산보고 시간을 갖는다. 그러고 보면 1만원을 위한 노력은 월급이라는 그 달콤한 쓴맛에 길들여지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다.